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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자기 자식한테, 너무 화가난다"…아동학대 꾸짖은 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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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 기자

김지윤 기자

“아이들을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어떻게 자기 자식한테 이렇게 할 수 있는지, 너무 화가 나서 기록을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경기 수원지법 형사11단독 김수정 판사는 14일 오전 10시 20분쯤 아동복지법 위반(상습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계모 A씨와 친부 B씨에게 이렇게 말했다.

A씨는 지난 2021년 5월~2022년 12월까지 초등학생 형제 C·D군을 23차례에 걸쳐 신체와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이날 재판정이 섰다. 친부 B씨는 이 같은 학대를 알고도 묵인하거나 A씨와 함께 자녀들을 때린 혐의다.

A씨는 첫째인 C군이 생일 선물로 꽃바구니를 사 오자 쇠자로 손바닥을 수회 때렸다. “어린애가 돈을 함부로 쓴다”는 이유였다. 술에 취해 D군을 침대에 눕혀 코피가 나도록 얼굴을 때리는 등 상습적으로 학대했다. 지난 2022년 크리스마스 이브 날에는 형제들을 집에서 내쫓기도 했다.

김 판사는 이날 주범 격인 계모 A씨보다 친부 B씨를 향해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꾸짖었다.

김 판사는 “B씨의 책임이 크다”며 “친자식 아니냐. 남의 자식 키우는 것 되게 어렵다. 본인 자식을 따뜻하게 보듬지 않는데 누가 해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B씨는 이 재판 있을 때까지 자녀 양육하겠다는 생각도 없고 노모한테 애를 맡기겠다고 한다. 애들이 원하면 그럴 수 있는데 그런 것에 대한 고민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가 이 사건에서 B 씨를 선처한다면 아이들 양육비를 친부가 지급하지 않으면 아이를 돌보는 할머니가 곤란해서 그 점을 감안하는 것이지, 피고인의 행위가 구속될 정도가 아니어서 선처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때까지 지급한 양육비 내역과 앞으로 어떻게 지급할지 계획을 작성해서 내라”고 했다.

김 판사는 계모 A씨에 대해서도 “애들이 뭘 잘못했느냐”고 꾸짖으며 “피고인들 더 많이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피해 아동들에게 큰 상처를 남긴 사건이며, 이들이 진심으로 반성하는지도 의문”이라며 A씨와 B씨에게 각 징역 6년과 4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두 피고인 모두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 및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 5년을 구형했다.

A 씨는 최후 진술에서 “아이들의 잘못된 습관을 고쳐야 한다는 생각에 저의 잘못된 판단으로 잊지 못할 상처를 줬다. 제가 엄마 자격은 없지만, 아이들이 용서해줄 수 있는 날이 오도록 노력하겠다. 더 성숙하고 나무 같은 부모가 되겠다”고 말했다.

판결 선고는 다음 달 18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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