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은 늦게, 퇴근은 20분 일찍…울산 공공기관 '불량근무' 백태

울산광역시 청사 전경. 연합뉴스

울산시 감사 자료 캡쳐. 자료 울산시

울산상수도사업본부 소속 직원 81명은 2021년부터 3년간 등산 브랜드 판매점에서 등산화 등 물품을 여러 개 샀다. 구입 명목은 작업화·안전모 같은 노후 상수도관 정비 공사 현장에서 사용할 물품이었다. 이들이 등산 브랜드 판매점 등에서 쓴 비용은 2914만원으로 전액 주민 세금이다. 울산시 감사부서 측은 "업무 성격상 제복을 착용하고 근무해야 하는 것이 아닌데도 부서별로 등산 브랜드에서 다수 물품을 구매했고, 관련 서류도 구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통근버스 20분 일찍 출발  

울산지역 공공기관 직원들의 '불량 근태'가 잇따라 적발됐다. 불필요한 물품을 세금으로 장만하고 일찍 퇴근하거나 이유 없이 자리를 비우는 등 전형적인 '공직기강 해이' 행태도 많았다.

울산시 감사 자료 캡쳐. 자료 울산시

14일 울산시·울산시교육청 감사결과를 살펴보면, 지역 정수장인 용연수질개선사업소는 지난해 일정 기간 후문 출입구 등을 비추는 일부 고정형 폐쇄회로(CC)TV를 다른 방향으로 돌려놔 출입자를 확인할 수 없도록 했다. 이와 별개로, 일부 직원이 15분에서 20분 일찍 퇴근하기도 했다. 또 다른 정수장인 온산수질개선사업소의 직원용 통근버스가 지난해 10월~11월 17일간 매일 20분에서 30분 일찍 사업소에서 출발하기도 했다. 사실상 조기 퇴근 한 셈이다.

'꾀병' 사례도 드러났다. 지난해 울주군의 한 고등학교 교직원은 아프다고, 병가를 내고 개인 용무를 봤다. 북구의 한 고등학교와 동구 한 중학교 일부 교직원은 건강검진을 받는다고 공식 휴가를 냈지만, 당일 검진을 받지 않았다. 이에 시 교육청은 주의 처분을 하고 관련 비용을 회수했다. 같은 기간 울산문화예술회관 직원 등 53명은 6일 이상 병가를 사용하면서 증빙자료인 '진단서'를 내지 않고 쉬었다.

30분 이상 자리 비움 사례도

업무시간 무단이탈, 지각 사례는 잦았다. 울산시 감사부서가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9개월간 상수도사업본부 직원이 타는 자동차의 청사 출입기록을 확인한 결과, 직원 7명이 지각하거나 30분 일찍 퇴근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상당수 직원은 업무시간에 20차례, 30분 이상 자리를 비웠다. 335여개 상수도 사업장을 감시하는 상황근무 교대시간 전에 퇴근한 사례도 281건 적발됐다.

울산시 감사 자료 캡쳐. 자료 울산시

출장 관련 규정 위반 사례도 빠지지 않았다. 울산연구원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1만5000여건의 출장을 진행하면서 부서장 보고가 없었다. 상수도사업본부 현장 직원 60여명은 지난해 일정 기간 출근 기록을 남기지 않거나, 출장시간(오전 9시~오후 6시)을 실제 출장을 나갔던 시간과 다르게 기록했다가 감사에 걸렸다. 일부 직원은 업무용 제복 성격의 의류 구매비(1758만원)를 자신이 원하는 옷으로 구매했다가 적발됐다.

음주운전 중 잠들기도  

음주 문제까지 나왔다. 지난 1월 중순 울산 도심 사거리에서 울산시 소속 한 직원이 음주운전을 했다가 입건됐다. 해당 직원은 차 안에서 잠이 들었고, 신호등이 빨간색에서 초록색으로 바뀌었는데 움직이지 않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혈중알코올농도는 0.085%로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 울산시 감사부서 측은 "직무교육과 철저한 복무관리 등을 통해 동일하고 유사한 (불량 근태) 사례가 다시 나오지 않도록 각 공공기관에 강력 시정·권고했다"고 밝혔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