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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를 없애야 하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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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시행 1년 만에 과세 대상자와 세 부담이 대폭 확대된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정부의 종부세 도입 목적은 보유과세의 정상화와 부동산 안정이다. 그러나 실제 목적은 버블 세븐 지역의 주택가격 완화, 중대형 고가 주택에 대한 수요 억제, 부동산 과다 보유 억제 등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목적 달성이 어려울 뿐 아니라 오히려 부작용이 더 많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선 종부세 부담이 늘어난다고 해서 부동산 가격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 보유세를 대폭 인상하면 주택 가격이 내릴 것이라고 많은 사람이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가격 하락 효과는 한 차례에 불과하다. 부과되는 세금을 감안해 집값이 떨어지는 자본화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세금 부담은 집을 파는 사람에게 돌아가고, 주택 구입자는 이미 낮아진 가격에 주택을 구입하게 된다. 그 이후에는 높아진 보유세 효과는 상실되고, 시장 상황에 따라 주택 가격이 결정된다. 중장기적으로는 낮아진 주택 투자 수익률로 인해 주택 생산과 주택 재고가 줄어들고, 임대료가 상승하게 되는 등 오히려 서민층 주거 안정에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한다.

세 부담이 너무 과중하다는 것도 문제다. 정부는 2009년도에 실제 보유세 부담을 기준시가의 1%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공시가격과 과표적용률을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종부세가 한꺼번에 두세 배씩 오르고 있으며, 그 부담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3년 뒤 10억원대 주택 소유자는 1000만원의 보유세를 부담해야 한다. 이는 납세자의 소득과 비교할 때 너무 높은 수준이다. 특히 1주택만 보유한 봉급 생활자와 고령 은퇴자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된다. 세금 낼 능력이 없으면 주거환경 수준을 낮추든가 작은 집으로 이사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정부 정책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납부 대상자 역시 지난해 7만4000명에서 올해 약 36만 명으로 크게 늘어났고, 내년에는 50만~60만 명에 이를 전망이다. 이에 따라 상당한 조세저항이 발생할 것이다. 이미 버블 세븐 지역을 중심으로 행정소송 등 조세저항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중과세는 임대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다주택 보유자가 임대주택 대부분을 공급한다. 일반적으로 전세가격은 주택가격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예를 들어 3억원짜리 주택을 매입해 1억원의 전세금을 받으면, 2억원에 대한 수익은 포기하고 1억원에 대한 수익만 추구하는 것이다. 이는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자본이득 때문에 가능하다. 어떤 의미에서는 임차인과 임대인이 자본이득을 공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주택 보유자에게 높은 종부세와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면 임대수익과 자본이득이 줄어든다. 다주택 보유자는 주택을 팔든가, 아니면 임대사업을 계속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파는 경우는 임대주택의 공급이 그만큼 줄어든다. 임대사업을 계속한다면 전세금을 올리거나 수익이 높은 월세로 전환하려 할 것이다. 이는 결국 서민층의 주거환경을 불안하게 한다.

이 밖에도 종부세는 가장 이상적인 지방세로 평가받는 재산세 일부를 국세로 전환한 것이어서 지방자치의 취지에 어긋난다. 또 가구별 합산과 이중 과세 등 위헌적 요소가 있는 데다 유가증권 등 다른 자산과 달리 보유 단계에 중과세함으로써 조세평등주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종부세 대신 현행의 부동산 관련 세제를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실적으로 당장 종부세 폐지가 어렵다면 몇 가지 사안에 대한 개선이라도 이루어져야 한다. 담세 능력을 감안한 종부세의 점진적 인상, 과세 기준의 합리적 조정, 봉급 생활자와 노령층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 마련, 임대 주택의 종부세 대상 제외, 거래세 완화 및 양도세 일부 완화 등이 그것이다.

이상한 한성대 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