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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이런 식이면 비례대표 없애는 게 낫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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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전지예·정영이 사퇴해도 진보당 몫은 어떡할 건가

비례 선출에 대한 공적감시 보장할 강제 규정 필요

더불어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의 전지예 후보와 정영이 후보가 결국 12일 사퇴했다. 연합정치시민사회 몫으로 비례대표 1번 순위를 받았던 전 후보는 과거 반미 단체 ‘청년겨레하나’를 이끌며 한·미 연합훈련 반대 시위를 벌인 사실이 드러나 민주당이 후보 교체를 요구한 상태였다. 전 후보는 사퇴 성명에서 자신에 대한 비판을 ‘낡은 색깔론’이라고 반박했지만, 자신의 생각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해명은 하지 않았다. 17번 순위의 정영이 후보도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의 ‘통일 선봉대’ 대장으로 사드 반대 시위를 주도했다. 자칫 한·미 동맹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인사들이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될 뻔한 셈이었다.

문제는 더불어민주연합에서 논란의 대상이 이들 두 명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이미 비례 당선권에 3석을 보장받은 진보당 후보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진보당은 위헌정당 판정을 받고 해체된 통진당의 후신이다.

이번에 연합정치시민사회의 비례대표 심사위원단은 총 36명이었는데 한국진보연대 10명, 전국비상시국회의(조성우 겨레하나 이사장 주도) 10명, 시민단체연대회의 10명, 각 정당 추천 6명으로 구성됐다고 한다. 한국진보연대는 운동권 NL(민족해방) 노선을 계승한 단체다. 이처럼 심사위원단(배점 50%)에서 진보연대·겨레하나 등 친북 단체 인사들이 과반을 차지하면서 전지예·정영이 후보가 심사위원의 몰표를 받을 수 있었다. 애초부터 친북 후보들만 당선케 하는 자기들끼리의 ‘시스템 공천’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편 민주당의 또 다른 위성정당 격인 조국혁신당에도 전과자, 하급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피고인들이 몰려들어 잡음이 일고 있다.

원래 비례대표는 지역구 출마가 힘든 각 직능의 전문가나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기 위한 제도다. 그러나 지금 야권 위성정당은 종북 활동가의 해방구, 범죄 혐의자들의 피난처로 전락한 느낌이다. 비례대표 선출이 이렇게까지 엉망이 된 건 현행 선거법에 비례대표 선출과 관련해 아무런 의무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한때 그런 규정이 있었다. 2019년 여야는 비례대표 공천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의원·당원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의 민주적 투표절차 ▶공천 절차의 구체적 사항을 당헌·당규에 규정 ▶선관위에 후보자 추천 과정을 기록한 회의록 제출 등을 의무화한 선거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그런데 2020년 총선 후 여야는 슬그머니 해당 규정을 없애버렸다.

작금의 ‘종북 비례’ 사태에 비춰보면 비례대표 선출에 대한 공적 감시와 민주적 선출을 보장하는 강제 규정을 반드시 선거법에 재도입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소수 집단이 그들만의 리그를 꾸려 사실상 밀실 공천하는 행태가 반복되면 비례대표 폐지 여론이 들불처럼 번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