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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수상 불발? K영화는 새 도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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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나원정 기자 중앙일보 기자
나원정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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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한국시간) 제96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반가운 한국말이 들려왔다. 각본상 순서에서 후보에 오른 재미교포 셀린 송(사진) 감독의 데뷔작 ‘패스트 라이브즈’의 한국말 대사가 이런 자막과 함께 무대 위 대형 스크린을 가득 채웠다. “너가 내 인생에서 사라졌는데 내가 널 다시….”

이날 송 감독은 아시아계 여성 최초 데뷔작으로 작품상 후보에도 올랐다. 수상은 불발됐지만, 아쉽게 볼 일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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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시청자만 매년 2000만명에 달하는 아카데미 시상식은 홍보 효과가 막대하다. ‘패스트 라이브즈’도 오스카 후보 마크를 달고 개봉을 확대하며 흥행 기지개를 켜는 모양새다.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북미를 필두로 한국·영국·프랑스·남아공·베트남·뉴질랜드·멕시코·러시아 등 약 30개국에서 개봉했다. ‘패스트 라이브즈’ 북미 박스오피스 누적 매출은 1133만달러(약 148억원). 역대 북미 개봉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 ‘기생충’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시대적 화두 ‘디아스포라’의 사랑을 한국말 ‘인연’(Inyeon)에 빗댄 이 영화를 두고 해외에선 신선함을 넘어 “아름답다”는 평까지 나온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4년 전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을 일군 CJ ENM이 미국 투자·배급사 A24와 손잡고 북미 시장에 나선 합작품. A24는 에미상을 휩쓴 넷플릭스 미국 드라마 ‘성난 사람들’, 영화 ‘미나리’ 등 할리우드에서 요즘 ‘믿고 보는 브랜드’로 뜨는 회사다. 지난달 내한한 A24 관계자는 “한국은 창의적 연출자의 산실”이라며 재미교포 창작자를 넘어 한국의 신인들을 직접 발굴하려는 의지까지 비쳤다. 지금껏 거장 감독 위주의 해외 진출과 다를 양상이다. K영화의 새로운 확장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