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총선 공약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스1
현시점에서 돌풍까진 아니지만 바람 정도는 돼 보인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이끄는 조국혁신당 얘기다. 창당한 지 일주일 됐지만, 여러 여론조사에서 비례대표 정당 지지율 15%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번 총선에서 조국혁신당이 10석을 획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야권의 핵심 지역 기반인 호남, 핵심 세대 기반인 40대에서의 기세가 매섭다. 4개 여론조사 업체(케이스탯리서치ㆍ엠브레인퍼블릭ㆍ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ㆍ한국리서치)가 4~6일 실시한 NBS 정기조사에서 ‘만약 내일이 투표일이라면 정당 비례 투표는 어느 정당에 할 생각인가’라는 질문에 호남 응답자의 22%는 조국혁신당을 꼽아 더불어민주연합(29%)을 바짝 추격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5∼7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율을 조사에서 조국혁신당 지지층은 40대(12%)가 가장 높았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정치권에선 ‘조국 바람’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먼저 선명성을 기치로 내건 조국혁신당의 선거 전략이 주효하다는 해석이 있다. 조 대표는 12일 조국혁신당의 22대 국회 첫 번째 과제로 ‘한동훈 특검법’ 발의를 공언했다. 조 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검찰 독재의 황태자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평범한 사람들과 같이 공정하게 수사받도록 하라는 국민의 명령을 받드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특검 사유로 한 위원장 딸의 논문 대필 등을 열거한 조 대표는 “한동훈 특검 발의는 그 시작에 불과하다”며 “야당 대표의 먼지를 터는 일에만 혈안이 된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을 심판하고 국민이 승리하는 그 날을 향해 조국혁신당은 더 빠르고 더 강하고 더 선명하게 행동하겠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에 호응하는 현장 목소리도 있다. 전주 덕진구에서 만난 택시기사 김대화(69)씨는 “윤석열 정권에 맞서서 제대로 그냥 좀 따지고 싸울 사람은 그 사람(조국 대표)이라고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선명성을 내세우는 조국혁신당의 인적 구성은 ‘친문재인’이 중심이다. 문재인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황운하 의원을 비롯해 문미옥 전 과학기술보좌관, 윤재관 전 국정홍보비서관, 조용우 전 국정기록비서관, 정춘생 전 여성가족비서관, 배수진 민정수석실 행정관 등이 입당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한국정보화진흥원장을 지낸 문용식 아프리카TV 창립자 같은 친문 인사도 참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비명횡사, 친명횡재’로 요약되는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양태가 조국혁신당으로의 지지 이탈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기는 정치학』의 저자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민주당의 주요 지지층인 친문ㆍ친명ㆍ호남 중 공천 파동 등으로 이재명 대표에 실망한 친문ㆍ호남이 조국혁신당으로 옮겨갔다”고 말했다.
여기에 ‘이재명 대표로 대선을 이길 수 있을까’라는 불안함이 작용했다는 시각이 더해진다. 익명을 원한 한 대학교수는 “이재명으로는 불안하니 조국을 키우자는 호남 특유의 전략적 투표 심리”라고 말했다. 호남은 2016년 총선에서 안철수 당시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에 몰표를 줬지만, 이듬해 대선에선 안 전 대표 대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조국혁신당의 기세가 총선 결과로 이어질지에 대해선 의견이 나뉜다. 최 소장은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 정당은 조국혁신당)’가 야권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이끌어 민주당이 이득을 볼 수 있다”면서도 “아직은 창당 컨벤션 효과가 있는 만큼 상승 추세를 이어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라디언의 굴레』를 쓴 조귀동 칼럼니스트는 “선명성을 앞세운 조국 대표가 부각되면 중도층의 반발을 불러 총선이 다가올수록 지지율이 빠질 것”이라며 “확장성의 한계 때문에 민주당에도 큰 도움이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