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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기세 올리던 '한동훈 효과' 한계?…덩달아 커진 '반윤 포위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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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오후 경기 고양 일산동구 라페스타에 방문해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당내 경기-서울 리노베이션TF와 함께 고양시에 방문, 서울 편입과 경기 분도 문제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뉴스1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오후 경기 고양 일산동구 라페스타에 방문해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당내 경기-서울 리노베이션TF와 함께 고양시에 방문, 서울 편입과 경기 분도 문제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뉴스1

4·10 총선을 한 달 앞둔 시점에서 “국민의힘이 ‘반윤(반 윤석열)’을 기치로 내건 범야권(더불어민주당ㆍ조국혁신당ㆍ개혁신당ㆍ새로운미래)에 고립된 형국”이란 평가가 나온다. 여권이 이른바 ‘한동훈 효과’로 기세를 올리고 있지만, 범야권 전체 지지율이 여당 지지율을 웃돈다는 조사가 잇따라 나와서다. 국민의힘에서도 “총선 승리를 위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이후 여권 지지율은 상승세다. 한 위원장 취임 전 마지막 조사(12월 2주, 이하 한국갤럽 기준)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율은 36% 대 34%로 오차범위 내 접전이었지만, 지난 2월 5주 조사에선 40% 대 33%로 국민의힘이 오차범위 밖인 7%포인트 차로 앞섰다. 29%(2월 1주)까지 떨어졌던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도 39%(3월 1주)까지 올랐다.

이런 여권의 상승 추세와 동시에 반윤 포위 구도도 두드러지고 있다. 8일 발표된 ‘어느 정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하느냐’는 총선 결과 기대조사에선 국민의힘 39%, 더불어민주당 35%, 제3지대 16%로 나타났다. ‘여당 대 범야권’으로 구도를 단순화하면 39% 대 51%로, 범야권이 과반이었다. 1일 발표된 같은 조사에서도 38% 대 51%로 범야권의 우위 흐름은 같았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긍정 39%, 부정 54%)와 유사한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5~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 대상 전화면접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범야권의 동질성은 떨어진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를 앞세우며 공생 관계임을 천명했지만, 이준석 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과 이낙연 대표의 새로운미래는 이들과 적대 내지 분열관계다. 합쳤다 헤어진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 역시 껄끄러운 관계다. 그런데도 여권에 위협적인 이유는 이들이 반윤 성향이란 공통점을 지녔기 때문이다. 총선 주요 고비마다 정권 심판론이 부각되면 이들이 한목소리로 여당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병대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이 대표적이다. 사건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호주 대사로 임명돼 출국하자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국가의 모든 공권력을 활용해 범인을 도피시킨 국기 문란 사건”이라며 윤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다른 3지대 정당도 “런(run) 종섭”(개혁신당), “범인 은닉”(새로운미래)이란 기본 입장은 같다.

양당 구도가 선명했던 21대 국회와 달리 민주당이 세 갈래로 나뉘며 야권 지지층의 선택지가 넓어진 것도 국민의힘엔 다소 불리한 지점이다. 8일 한국갤럽의 비례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조국혁신당은 15% 지지를 받아 국민의힘 비례정당(37%), 민주당 비례연합정당(25%)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개혁신당은 5%, 새로운미래는 2%였다. 익명을 요구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비명횡사’ 공천에 실망해 민주당을 등진 지지층이 여당이 아닌 다른 범야권 정당을 선택하는 교차투표 흐름이 명확하다”며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 출현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의 선택지도 다변화됐다”고 분석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이에 국민의힘에서도 “‘반 이재명’이나 ‘운동권 청산’ 등의 구호 만으론 한계가 있다”(수도권 의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콘크리트 지지층은 최소 35%, 범야권 지지층은 최대 55%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한동훈 효과가 임계치에 도달해 가용 자원을 더 투입해도 지지가 늘긴 쉽지 않다”며 “20% 전후인 중도ㆍ무당층을 잡기 위한 선거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이 이달 초부터 중도층이 승부를 좌우하는 충청ㆍ경기 등 격전지 위주로 행보하는 것도 이런 흐름에 따른 것이라는 게 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만, 정치권에선 산토끼를 향하는 발과 달리 한 위원장의 메시지는 ‘반 이재명’, ‘반 종북’에 머물러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한 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국민의힘은 부패 세력, 종북 세력이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을 숙주로 대한민국을 장악하는 것을 막겠다”고 했는데, 이를 두고 당 고위 당직자는 “총선 전략이 여전히 집토끼 결집에 머물러 있다”고 꼬집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야권 지지층의 분노와 불신이 다른 범야권 정당이란 피난처를 찾은 것”이라며 “여당이 이기려면 이념이 아닌, 중도 유권자의 관심이 큰 먹고사는 문제 등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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