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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보조금 200만원 깎이자 판매 뚝…韓 최장수 KGM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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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KG모빌리티(KGM)는 지난 6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전기차 토레스 EVX 글로벌 출시 행사를 열었다. 사진 KG모빌리티

KG모빌리티(KGM)는 지난 6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전기차 토레스 EVX 글로벌 출시 행사를 열었다. 사진 KG모빌리티

칠순을 맞은 ‘쌍용’(雙龍)의 주름은 다시 펴질 수 있을까-.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은 KG모빌리티(KGM, 옛 쌍용차)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토레스의 질주 덕분에 KGM은 16년 만의 흑자 성적표를 받았지만 좀처럼 ‘뒷심’이 붙지 않는 상황이다.

11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등에 따르면 KGM의 지난달 내수 판매차량수는 2748대로, 지난 1월(3762대)보다 소폭 감소했다. 지난해 실적을 이끌었던 토레스의 신차 효과가 떨어졌고, 야심차게 내놓은 전기차 버전 ‘토레스 EVX’의 두달 간 판매량은 427대에 그쳤다. 정부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급 정책에서 토레스EVX 구매자가 상대적으로 불리해진 영향이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토레스EVX에 지급되는 국고보조금은 차량 트림에 따라 443만~457만원이다. 지난해(645만~660만원)보다 202만~203만원가량 줄었다.

왜 이렇게 크게 줄었을까. 전기차 구매 보조금은 국고 지원에 지방자치단체가 매칭하는 방식으로 지급된다. 정부의 올해 국고보조금은 승용차(중·대형) 기준 최대 650만원이다. 토레스EVX의 출고가가 5500만원 미만이라, 전액 지급돼야 하지만 올해 전기차 정책에는 ‘복병’이 숨어 있었다. 전기차 주행거리, 배터리 성능 등을 점수화해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기로 한 것.

NCM(니켈·코발트·망간)계보다 에너지 밀도와 재활용성이 낮은 LFP(리튬·인산철)계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는 보조금이 낮게 책정됐다. 보조금 정책 발표 당시 “테슬라 모델Y(RWD) 등 중국산 LFP 배터리를 탑재한 수입차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는데 그 유탄을 KGM이 맞게 된 것이다. 일각에선 “테슬라 잡으려다 토레스 잡았다”는 말까지 나왔다. KGM은 차량 가격 200만원을 추가로 인하하는 등 급한 불 끄기에 나섰다. 소비자의 차량 구매가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회사의 이익률은 그만큼 줄어들게 됐다.

차량 포트폴리오가 부실한 것도 KGM의 고민이다. 과거 쌍용차 시절엔 무쏘·코란도·렉스턴 등 SUV와 체어맨 같은 고급 세단이 ‘양 날개’ 역할을 했지만, 신차 개발이 지연되며 세단 라인은 전멸한 상황이다. 주력이 된 SUV도 차량 전동화 추세 속에서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SUV는 주로 레저용으로 설계돼 중·단거리 주행에 적합한 전기차와 콘셉트가 맞지 않고, 가뜩이나 무거운 차체에 배터리까지 얹으면 에너지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 전기SUV 전환이 쉽지 않은 이유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KGM은 분기별로 신차를 내놓으며 반전을 노리고 있다. 먼저 오는 2분기 코란도EV를 띄운다. 코란도 라인도 NCM계 배터리를 장착했던 ‘코란도 이모션’이 있었지만, 신차는 LFP계 배터리를 장착해 가격을 낮추고 가성비 소비자를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3분기엔 토레스의 꽁무니를 확 바꾼 ‘토레스 쿠페’를, 4분기엔 전기 픽업트럭 신차 ‘O100’(프로젝트명)을 출시할 계획이다. 라인업을 강화해 다양한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겠다는 전략이다.

하동환자동차제작소에서 KGM까지
1954년 하동환자동차제작소가 전신인 KGM은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으며, 국내 자동차 기업 중엔 최장수 기록을 썼다. 하지만 최근 30년간은 더부살이하며 ‘눈칫밥’ 먹은 시간이 길었다. 1997년 외환위기로 대우자동차에 넘어간 뒤 다시 채권단→중국 상하이자동차→인도 마힌드라 등을 거치며 경쟁력은 계속 약해졌다.

다행스러운 건 2022년 KG그룹에 인수된 뒤 생산 역량이 안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평택의 3개 라인 중 노후화한 2~3라인을 통합 리모델링하며 전열을 재정비했다. 모든 라인에서 전 차종을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KGM이 신공장도 계획하고 있지만 우선 생산 능력을 정상화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경영진 판단에 노후화한 장비를 리모델링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어 과감한 투자를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모빌리티쇼'에서 공개된 KG모빌리티(KGM)의 전기 픽업트럭 'O100' 콘셉트 모델. 사진 KG모빌리티

지난해 '서울모빌리티쇼'에서 공개된 KG모빌리티(KGM)의 전기 픽업트럭 'O100' 콘셉트 모델. 사진 KG모빌리티

KGM은 올해 신제품 라인업을 바탕으로 개발도상국에서 새 활로를 찾겠다는 구상이다. 지난해엔 중남미·동남아 등 신시장을 개척해 9년 만에 최대 수출 성과를 냈는데, 올해부턴 현지 합작공장을 통해 ‘현지 조립형 반제품’(KD) 수출을 더 확대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KGM의 SUV는 내연기관차 수요가 많은 개발도상국 시장에서 충분히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유성만 리딩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올해 하반기부터는 사우디 수출 물량 선적이 예상되고, 베트남 신규 합작 공장에서의 현지 조립형 반제품 생산도 예정돼 있다”며 “KGM이 신차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는만큼 올해는 판매대수가 증가하는 등 실적 성장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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