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충하초 먹인 상주 ‘항암계란’…서울 백화점도 러브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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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경북 상주시 공성면 무곡리 농업회사법인 명진의 계란처리장에서 직원들이 계란 검수 작업을 하고 있다. 이곳에선 천연항생물질 코디세핀이 함유된 계란을 생산한다. 김정석 기자

지난 5일 경북 상주시 공성면 무곡리 농업회사법인 명진의 계란처리장에서 직원들이 계란 검수 작업을 하고 있다. 이곳에선 천연항생물질 코디세핀이 함유된 계란을 생산한다. 김정석 기자

지난 5일 경북 상주시 공성면 무곡리 한 야산 중턱에 공장처럼 보이는 건물이 우뚝 서 있었다. 워낙 깊은 골짜기에 있어 포장도 되지 않은 산길을 굽이굽이 올라가야 닿을 수 있는 곳이었다.

언뜻 보기엔 평범한 제조공장처럼 보였지만 자세히 보니 건물과 건물 사이에 놓인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수많은 계란이 옮겨지고 있었다. 이곳은 산란계 약 20만 마리를 키우고 있는 농업회사법인 ‘명진’의 양계장이다.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처리장으로 옮겨지는 계란은 하루 18만여 개다.

보통 양계장은 근처에 가기만 해도 닭 분뇨 악취가 진동하지만 이곳에서는 전혀 냄새를 느낄 수 없었다. 그만큼 청결과 위생에 힘을 쏟고 있었다. 양계장 입구에서 차를 소독하고 주차한 후 계란처리장으로 들어가는 데 세 번의 소독 과정을 거쳐야 했다. 계란처리장 내부 역시 각종 설비와 바닥 등이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닭이 먹이를 먹고 알을 낳는 닭장은 아예 외부인 출입이 금지돼 있다. 양계장 주변 조경에도 신경썼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20년 7월 명진 양계장을 ‘깨끗한 축산농장’(유효기간 5년)으로 지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깔끔한 환경보다 주목해야 할 이 양계장 특징은 따로 있다. 바로 이곳에서 생산되는 계란에 ‘코디세핀(cordycepin)’이라는 물질이 함유돼 있다는 점이다. 코디세핀은 항암과 항염증·항바이러스에 효능이 있는 천연항생물질이자 면역증강물질이다. 동충하초에서 주로 추출된다. 이 물질이 계란에서 검출된 것은 처음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코디세핀을 급성림프구성 백혈병에 대한 희귀의약품으로 승인하고 항혈전 등 천연물 신약 개발에 사용하고 있다.

이상금 명진 대표에 따르면 지난 1월 이 양계장에서 생산된 계란을 충남대 농업과학연구소에 보내 검사를 의뢰한 결과 계란에서 코디세핀 ㎏당 9.93㎎이 검출됐다. 이 대표는 약 5년 전부터 자신이 키우는 닭에 동충하초 생균제 분말을 섞은 사료를 지속해서 지급했다. 처음에는 계란에서 코디세핀이 검출되지 않았지만 점차 동충하초 분말 비중을 늘리자 코디세핀이 검출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검출된 함유량도 지난해 10월 6.96㎎, 11월 9.14㎎ 등으로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곳은 유통업계다. 이 대표는 “서울의 한 유명 백화점 측에서 관심을 보였다. 관련 조사팀이 양계장을 직접 찾아와 실사하더니 납품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건강에 관심이 많은 이들 사이에서 일명 ‘항암계란’으로 불리며 입소문을 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가 그렇게 비싸다는 동충하초를 닭에게 먹일 생각을 한 것은 자신이 아파본 경험이 있어서였다.

그는 “2017년 양계장을 지어 전문인에게 경영을 위임했다가 이듬해 수십억 부채만 떠안은 채 돌려받게 됐다”며 “어떻게든 양계장을 살려보겠다는 마음에 관련 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직접 경영을 시작했다”고 했다.

이 대표는 “나도 간 염증 수치가 일반인의 6배 넘게 치솟을 정도로 몸이 아팠던 경험이 있었다. 의사가 코디세핀이라는 물질을 알려줬고 당시 국내에선 코디세핀이 들어 있는 약품을 구하기 어려워 미국에서 비싼 값을 치르고 샀다”고 말했다.

이어 “닭에게 동충하초 생균제 분말이 섞인 사료를 먹이면 좋은 계란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무작정 시작한 일인데 포기를 할까 고민하던 시점 코디세핀이 검출돼 다행”이라며 “오로지 품질 좋고 건강한 계란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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