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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S 투자 20회 넘으면 배상금 깎여…65세 이상엔 가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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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금융감독원은 11일 발표한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분쟁조정기준안에서 판매사뿐 아니라 투자자 특성을 세부적으로 나눴다. 과거 ELS 투자 경험, ELS 누적 수익, 고령자 등에 따라 배상 비율은 0~100%까지 다양하다. 특히 은행의 책임이 있더라도 투자 경험이 많고, 그동안 ELS의 누적 수익이 손실을 초과할 경우엔 배상받지 못할 수 있다. 분쟁조정은 4월부터 시작돼 2~3개월 소요될 예정이다. 80대 A씨와 50대 B씨의 사례를 통해 배상 비율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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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2021년 1월 80대 A씨는 예금 통장을 만들기 위해 은행을 찾았다. 그는 그날 창구 직원으로부터 ELS 상품을 권유받아 2500만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지난 1월 손실만 손에 쥐었다. 은행은 투자 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고, 무리하게 상품 가입을 권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A씨가 80대임에도 불구하고 고령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투자숙려제도를 이행하지 않았다. A씨의 배상 비율은 어떻게 될까.
“금감원 조정기준안에 따르면 75%가 예상된다. A씨가 우선 확인해야 할 건 ‘기본 배상 비율’이다. 불완전판매 여부에 따라 기본 배상 비율이 20~40%까지 정해진다. 불완전판매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세 가지다. ①적합성 원칙(투자자 특성에 적합한 상품을 권할 의무)을 지켰는지(위반 시 20%) ②설명의무를 다했는지(20%) ③부당권유가 있었는지(25%)다. 모두 자본시장법이 금지하는 행위다. 이 중 2~3가지 기준을 동시에 어길 경우 배상 비율은 30~40%로 높아진다. A씨에게 상품을 판매한 은행은 세 가지 모두 위반해 40%의 기본 배상 비율이 정해졌다. 은행이 판매 목표를 과도하게 설정하는 등 내부 통제가 잘 이뤄지지 않은 점도 배상 비율을 10%포인트 끌어올렸다. 여기에 가입 당시 80대인 점(+10%포인트), 고령자 보호 기준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점(+5%포인트)이 고려됐다. A씨가 예·적금 등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 가입을 위해 은행에 방문했다는 점(+10%포인트)까지 더하면 배상 비율은 75%다. 만일 A씨가 과거 ELS 가입 경험이 없거나, 은퇴자 등 금융취약계층이라면 5%포인트씩 더 받을 수 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50대 중반 투자자 B씨는 2021년 1월 은행에서 ELS 상품에 1억원을 가입했다가 손실을 봤다. 창구 직원은 투자 위험 일부를 누락하는 등 설명의무를 위반한 데다 투자 권유 서류도 보관하지 않았다. 다만 B씨는 과거 ELS 상품을 62차례 가입해 대부분 수익을 거뒀다. 손실 경험은 한 번뿐이다. B씨도 배상받을 수 있을까.
“B씨의 배상 비율은 0%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은행의 설명의무 위반과 내부 통제 부실, 투자 권유 자료 분실은 35%의 배상 비율을 인정받을 수 있다. 문제는 B씨의 투자 경험을 비추어봤을 때 그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금감원 조정기준안에 따르면 20회 ELS에 가입한 투자자부터 배상 비율이 차감된다. 수차례 투자를 하다 보면 ELS의 손실 가능성을 인지할 수 있어서다. 구체적인 기준을 살펴보면 21~30회(-2%포인트), 31~40회(-5%포인트), 41~50회(-7%포인트), 51회 이상(-10%포인트) 등 ELS 상품 가입 횟수가 많을수록 차감되는 비율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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