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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캐머라 "北 위협은 진화중, 어떤 위협에도 대비" [한미연합사령관 단독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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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위협은 계속 진화하지만, 어떤 위협에도 대비하겠다.” 폴 러캐머라 한ㆍ미 연합군사령부(연합사) 사령관이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단호한 어조로 이렇게 강조했다. 러캐머라 사령관은 지난 4일 시작해 14일까지 열리는 한ㆍ미 연합 군사훈련 ‘자유의 방패(Freedom Shield)’를 지휘하던 중인 지난 9일 CP 탱고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했다. 2021년 7월 취임한 그의 국내 언론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합사가 유사시 옮겨가는 지하 지휘소 CP 탱고가 이곳이 한국 미디어의 취재에 문을 연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폴 러캐머라 한ㆍ미연합군사령관이 지난 9일 CP 탱고에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답변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폴 러캐머라 한ㆍ미연합군사령관이 지난 9일 CP 탱고에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답변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북한의 도발 위협 순위를 높이고 있다. 이번 연합훈련에서 무엇을 강조하고 있는가.
시나리오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루지 않겠다. 다만 나는 전 세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주의 깊게 보고 있다. 전쟁은 여러 나라로 구성된 연합군, 육ㆍ해ㆍ공ㆍ해병대를 포함한 합동군, 정부·유관기관과 함께 수행하게 될 것이며 땅·바다·하늘·우주·사이버 등 다영역에서 싸우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모든 위협을 살펴본다.
지난해 말부터 한반도에서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이 상황을 어떻게 관리하려고 하나.
모든 군대는 훈련을 한다. 지휘관으로서 범할 수 있는 가장 큰 죄는 훈련되지 않은 장병들을 사지로 몰아넣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신원식 국방부 장관의 ‘선조치 후보고’ 지침은 명확하다. 지휘관으로서 우리가 할 일은, 훈련을 통해 장병이 임무를 수행하도록 준비시키는 것이다. 우리는 도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준비태세를 갖추려고 매일 모든 영역에서 훈련한다. 준비태세는 시간이 지나면 약해진다. 그래서 우리는 훈련해야 하고, 진화할 수 있는 어떤 위협에도 대비해야 한다. 우리는 전 세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지켜보며 한반도에 적용할 수 있는 교훈을 도출한다
폴 러캐머라 한ㆍ미연합군사령관이 지난 9일 CP 탱고에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답변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폴 러캐머라 한ㆍ미연합군사령관이 지난 9일 CP 탱고에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답변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이번 연합훈련에서 야외 실기동훈련(FTX)이 지난해보다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번 연합훈련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기반으로 하며, 야외 실기동훈련을 가미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은 전장의 모든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 A지점에서 B지점까지 이동하는 데 X시간이 걸리는데, 시뮬레이션 상으로는 빠른 이동이 가능하다. 하지만 장병들은 실제로 이동 과정에서 요구되는 과학이 무엇인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한국 내부에 자체 핵무장론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당신은 지난해 5월 “서울을 로스앤젤레스나 워싱턴 DC와 맞바꿀 수 있다는 얘기,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강조했다.
같은 답변을 해달라는 것인가. 미국의 공약은 철통 같다. 이는 워싱턴 선언에서도 언급됐고, 미국의 대통령, 국방장관, 합동참모의장을 포함해 나 역시 말했다. 대한민국은 미국의 재래식 전력과 핵전력을 포함한 핵우산의 보호 아래에 있다. 그리고 한ㆍ미는 상호방위조약을 맺었다. 이 점을 많은 사람이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폴 러캐머라 한ㆍ미연합군사령관이 지난 9일 CP 탱고에서 자신의 지위를 상징하는 깃발 앞에서 서 있다. 왼쪽부터 성조기, 태극기, 유엔군사령부기, 한ㆍ미연합사령부기, 주한미군사령부기. 그는 연합사령관 겸 유엔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이다. 전민규 기자

폴 러캐머라 한ㆍ미연합군사령관이 지난 9일 CP 탱고에서 자신의 지위를 상징하는 깃발 앞에서 서 있다. 왼쪽부터 성조기, 태극기, 유엔군사령부기, 한ㆍ미연합사령부기, 주한미군사령부기. 그는 연합사령관 겸 유엔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이다. 전민규 기자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이스라엘도 신경을 쓰면서, 대만도 관리하고 있다. 주한미군이 오로지 한반도 문제만 집중할 수 있나.
나는 결코 주의를 다른 곳으로 쏟지 않는다. 주한미군의 임무는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한ㆍ미 동맹을 지원하는 것이다. 주한미군은 대한민국에 초점을 둔다. 그리고 미국은 한 가지 이상을 할 수 있다. 우리의 전투 전력은 한국에 있고, 대한민국 국방에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
폴 러캐머라 연합사령관이 9일 CP 탱고에서 전구작전본부로 이동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폴 러캐머라 연합사령관이 9일 CP 탱고에서 전구작전본부로 이동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가자나 우크라이나의 무력분쟁을 어떻게 평가하나.
한반도에서의 위협은 실존하고, 그 위협은 계속 변하고 있다. 이에 우리는 능력을 갖추면서 징후ㆍ경보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북한의 김정은이 직접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나는 의도가 아닌 능력에 집중한다. 내가 마음을 읽을 수 있다면, 다른 일을 했을 것이다(웃음). 김정은의 마음을 읽을 수 없기 때문에, 북한이 보유한 능력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다. 북한이 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전투 준비태세를 갖춰 그 위협을 상쇄해야만 한다. 전투 준비태세란 장병들이 상황에 적절히 반응할 훈련이 돼 있고 현장에서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아무리 높은 수준의 훈련을 실시해도 절대 만족할 수 없다. 아무리 멋진 작전계획을 작성해도 장병들이 싸울 수 있어야 한다.
주한미군은 훈련 공간 문제를 겪고 있다.
훈련장 문제는 미국에도 있다. 나는 미국에서도 지휘관을 하면서 지역 주민들과 협의해봤다. (훈련장 소음을) 매번 자유의 소리(자유를 지키는 소리)라고만 할 수 없다. 대한민국 국민과 지역주민을 존중하면서 상호합의에 도달해야 한다.
폴 러캐머라 연합사령관이 9일 CP 탱고 전구작전본부에서 연합훈련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한국 언론 최초로 공개한 CP 탱고 전구작전본부에선 한반도와 한반도 주변의 수중부터 우주까지 모든 상황을 지켜볼 수 있다. 보안규정에 따라 취재 중엔 컴퓨터 화면을 연합훈련 로고와 한국 지도로 바꿨다. 전민규 기자

폴 러캐머라 연합사령관이 9일 CP 탱고 전구작전본부에서 연합훈련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한국 언론 최초로 공개한 CP 탱고 전구작전본부에선 한반도와 한반도 주변의 수중부터 우주까지 모든 상황을 지켜볼 수 있다. 보안규정에 따라 취재 중엔 컴퓨터 화면을 연합훈련 로고와 한국 지도로 바꿨다. 전민규 기자

다부진 체격의 러캐머라 사령관은 모든 질문에 묵직한 목소리로 답했다. 주한미군 관계자들은 그를 ‘진정한 전사’라고 표현한다. 경력이 이를 증명한다. 그는 교전 지역이나 분쟁 지역에 6개월 근무하면 받는 해외복무 소매장(Overseas Service Bar)이 무려 18개다. 파나마 침공ㆍ아프가니스탄 전쟁ㆍ이라크 전쟁 등 9년간 전 세계 전쟁터를 누볐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러캐머라 사령관은 미군 현역으론 가장 많은 해외복무 소매장을 지녔다.

폴 러캐머라 연합사령관이 9일 CP 탱고 전구작전본부에서 연합훈련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한국 언론 최초로 공개한 CP 탱고 전구작전본부에선 한반도와 한반도 주변의 수중부터 우주까지 모든 상황을 지켜볼 수 있다. 보안규정에 따라 취재 중엔 컴퓨터 화면을 연합훈련 로고와 한국 지도로 바꿨다. 전민규 기자

폴 러캐머라 연합사령관이 9일 CP 탱고 전구작전본부에서 연합훈련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한국 언론 최초로 공개한 CP 탱고 전구작전본부에선 한반도와 한반도 주변의 수중부터 우주까지 모든 상황을 지켜볼 수 있다. 보안규정에 따라 취재 중엔 컴퓨터 화면을 연합훈련 로고와 한국 지도로 바꿨다. 전민규 기자

러캐머라 사령관은 주로 미 육군 특수부대에서 잔뼈가 굵어졌다. 전투복 웃옷 오른쪽 팔뚝엔 제75 레인저 연대 패치를 달았다. 그가 대령 때 지휘했던 부대인데, ‘레인저가 앞장선다(Rangers Lead the Way)’라는 구호로 유명한 특수부대다.

러캐머라 사령관은 “헬기를 타고 다니면서 한국의 발전상을 내려다볼 기회가 있는데, 매우 인상적”이라며 “이는 한국이 성장하고 한ㆍ미 동맹이 발전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1992년 대위 때 처음 왔다”며 “한국 음식을 사랑한다. 특히 오이지(pickles)를 제일 좋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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