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황선홍, 이강인 발탁 명분은 '결자해지'…"태국전으로 하나 되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황새’ 황선홍(56) 축구대표팀 임시 사령탑의 선택은 정공법이었다. 대표팀 동료들과 반목하며 물의를 빚은 미드필더 이강인(23·파리생제르맹)을 3월 A매치에도 변함없이 대표팀에 불러들였다.

황 감독은 11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달 열리는 태국과의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2연전(21·26일)에 나설 23명의 축구대표팀 엔트리를 공개했다.

논란의 이강인이 3월 A대표팀에 변함 없이 발탁됐다. 연합뉴스

논란의 이강인이 3월 A대표팀에 변함 없이 발탁됐다. 연합뉴스

명단에서 가장 주목 받은 이름은 역시나 이강인이다. 그는 지난달 요르단과의 아시안컵 4강전을 앞두고 돌출 행동으로 주장 손흥민(토트넘)을 비롯한 여러 동료들과 갈등을 빚었다. 당시 선수들 간에 몸싸움이 벌어진 사실이 국내·외 언론에 보도돼 한국 축구가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했다. 이후 이강인이 직접 영국 런던으로 손흥민을 찾아가 사과하는 등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성의를 보였지만, 여론은 여전히 ‘징계’와 ‘격려’로 나뉘어 팽팽히 맞서 있다.

‘선수단 내 갈등의 핵심 인물’이라는 축구계 안팎의 눈총에도 불구하고 황 감독이 이강인을 대표팀에 발탁한 명분은 ‘결자해지’다. 직접 동료들과 팬들 앞에서 정식으로 머리 숙여 사죄할 기회를 주고, 이를 통해 대표팀 내부 분열 상황을 일단락 짓는다는 의도다. 이른바 정공법을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황선홍 감독은 명단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이강인과 직접 소통하며 ‘대표팀 구성원들에게 직접 사과하길 원한다’는 의사를 확인했다”면서 “대표팀 내 갈등이 두 선수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표팀 모든 선수와 코칭스태프, 지원스태프 등 구성원 모두가 책임감을 느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두가 책임감을 가져야 할 시점이다. 태국과의 2연전을 통해 다시 하나 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황선홍 축구대표팀 감독. 연합뉴스

황선홍 축구대표팀 감독. 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축구계 관계자는 “황선홍 감독을 비롯한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여러 차례 모여 이강인 발탁을 포함해 대표팀 명단 구성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를 했다”면서 “(이강인 발탁은)축구대표팀이 9월부터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시작하기 때문에 3월을 건너뛰면 대표팀 내분을 수습할 시간적 여유와 기회가 부족하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본업이 올림픽축구대표팀 사령탑인 황 감독이 파리올림픽 본선에 이강인 차출을 원한다는 점도 고려대상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강인 발탁에 반대하는 여론을 무마하는 게 황 감독과 축구대표팀, 대한축구협회의 남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축구대표팀 내부 갈등 사실이 보도된 이후 “이강인 발탁을 강행할 경우 A매치 응원 및 관람을 보이콧하겠다”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팬들이 적지 않다. 한편으로는 대표팀 기강을 무너뜨리고 경기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선수를 징계 없이 용서하는 게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앞선 발언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16일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경질 관련 기자회견 당시 정 회장은 아시안컵 당시 상황에 대한 엄정한 조사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이강인에 대해서는) 소집을 안 하는 징계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한 달 만에 황 감독이 이강인 소집을 결정하면서 축구협회장이 언급한 ‘엄정한 조사’와 ‘징계’가 이뤄지지 않았다.

아시안컵 기간 중 갈등을 빚은 주장 손흥민(왼쪽)과 이강인은 3월 A매치에서 변함 없이 발을 맞추게 됐다. 사진 손흥민 SNS 캡처

아시안컵 기간 중 갈등을 빚은 주장 손흥민(왼쪽)과 이강인은 3월 A매치에서 변함 없이 발을 맞추게 됐다. 사진 손흥민 SNS 캡처

황 감독은 이강인을 선택하는 대신 일부 멤버를 교체해 대표팀 분위기를 바꿨다. 주민규(울산HD)를 비롯해 전 사령탑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과 클린스만 감독 체제에서 좀처럼 부름을 받지 못하던 선수들을 대거 발탁했다. 미드필더 백승호(버밍엄시티), 측면수비수 김문환(알두하일), 중앙수비수 권경원(수원FC)과 조유민(샤르자) 등이 오랜만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올림픽팀 멤버인 미드필더 정호연(광주FC)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축구대표팀은 오는 18일 소집해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태국과의 홈 경기에 대비한다. 경기를 마친 뒤엔 태국 방콕으로 건너가 26일 원정경기를 치른다.

◇3월 축구대표팀 명단(23명)
▲GK(3명) - 조현우(울산HD), 송범근(쇼난 벨마레), 이창근(대전하나시티즌)
▲DF(8명) -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김영권, 설영우, 이명재(이상 울산HD), 권경원(수원FC), 조유민(알샤르자), 김진수(전북현대), 김문환(알두하일)
▲MF(10명) - 백승호(버밍엄시티), 박진섭(전북현대), 황인범(츠르베나 즈베즈다), 홍현석(헨트), 이재성(마인츠), 이강인(파리생제르맹), 정우영(슈투트가르트),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정호연(광주FC), 엄원상(울산HD)
▲FW(2명) - 주민규(울산HD), 조규성(미트윌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