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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윤불패 vs 친명불패…양당 비호감에도, 제3 존재감은 미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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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왼쪽부터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전민규 기자

왼쪽부터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전민규 기자

11일로 4·10총선이 30일 앞으로 다가왔다. 현재까지 254개 선거구 중 국민의힘은 230개, 민주당은 213개의 후보를 확정했다. 양당의 대진표가 확정된 선거구도 194개(76.4%)에 이른다. 사실상 공천의 9부 능선을 넘은 셈이다. 양당 공히 ‘시스템 공천’을 내세웠지만, 현재까지 나온 공천 결과는 ‘친윤 불패’(국민의힘), ‘친명 불패’(민주당)라는 평가다.

국민의힘의 지역구 현역의원 91명 중 불출마나 컷오프, 혹은 경선패배 등으로 교체된 이는 19명이다. 물갈이 비율은 20.8%다. 하지만 정작 본선에 오르지 못한 인사 상당수는 계파색이 옅다는 평가였다. 특히 3년전 윤석열 대선후보 경선캠프 출신이거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이른바 '친윤' 현역은 장제원 의원(불출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생환했다.

대선 경선 캠프 종합지원본부장을 맡았던 권성동 의원, 총괄부실장 윤한홍 의원이 단수공천을 받았다. 캠프 상임선대위원장이던 주호영 의원, 조직본부장 박성민 의원도 경선을 거쳐 본선에 진출했다. 통일부 장관 출신 권영세 의원, 대통령직 인수위 대변인 출신 배현진 의원은 단수공천을, 인수위 특별보좌역 출신 김정재 의원은 경선을 통해 공천을 받았다. 결국 윤석열 캠프에 참여했거나 지지 선언을 한 현역 45명 중 38명(84.4%)이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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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윤 성향 전·현직 지도부도 마찬가지다. 윤재옥 원내대표, 이양수 원내수석, 박대출 전 정책위의장과 이철규 전 사무총장은 단수공천을 받았고, 김기현 전 대표는 경선을 거쳐 본선에 진출했다. 지난해 1월 나경원 전 의원의 3·8전당대회 출마를 반대하는 연판장에 서명한 강민국·박수영·유상범·정희용 의원 등 친윤 초선도 단수공천을 받았다.

반면에 민주당에서는 ‘친명 불패’가 대세였다. “경선 지역 현역 교체율은 역대 최고인 45%”(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라고 자평했지만 공천 칼바람은 맞은 건 대부분 비명계 의원이었다. 대신 이 대표 측근은 자리를 지켰다. 이재명 대선 경선캠프 총괄선대본부장을 지낸 조정식 의원, 상황실장 출신 김영진 의원 등은 단수공천을 받았다. 전략본부장 출신 민형배 의원은 ‘현역 패배’가 쏟아진 광주에서 현재까지 유일하게 본선 티켓을 거머쥔 현역 의원이다. 비명계 고민정 최고위원을 제외한 현직 지도부·주요 당직자 22명 가운데 경선 중인 박성준 대변인을 제외한 21명(95.5%)이 사실상 공천을 받았다.

양뿐만 아니라 질을 언급하는 이도 있다. 친명색이 더 강화됐다는 뜻이다. 평소 범(汎)친명계라던 현역 중 상당수가 원외 ‘찐명(진짜 친명)에게 일격을 당해서다. 10일 발표된 인천 부평을 경선에서도 ‘친명’ 이동주 의원(비례)은 이 대표가 영입한 ‘4호 인재’ 박선원 전 국가정보원 제1차장에게 패했다. 광주에선 이용빈(광산갑) 의원이 이 대표의 법률특보인 박균택 변호사에게, 윤영덕(동남갑) 의원이 이 대표의 대선 때 대변인을 지낸 정진욱 당 대표 정무특보에게 패했다. 이형석(북을)ㆍ조오섭(북갑) 의원도 각각 이재명 캠프 출신 전진숙ㆍ정준호 후보에게 밀려 고배를 마셨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이같은 공천을 두고 “여야 모두 계파 지키기에 골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친윤 현역을 대거 살리면서 정권 방어 전선을 굳건히 했고, 민주당은 원내외 친명계를 중용하고 친문·86 운동권·동교동계를 쳐내면서 전면적인 주류 교체에 나섰다는 것이다. 조진만(정치외교학과) 덕성여대 교수는 “양당이 국민 눈높이와는 다소 괴리감이 큰 공천을 하면서 대선부터 이어진 양당 비호감도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거대 양당에 실망한 표심을 흡수해야 할 제3지대의 존재감이 아직 미미하다는 점이다. 이준석의 개혁신당은 '낙준연대'에 실패하는 등 국민의힘 이탈층을 흡수하지 못하고 있고, 이낙연의 새로운미래 역시 호남에서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비례정당을 표방하고 뒤늦게 선거에 뛰어든 조국혁신당이 비례정당 관련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0%를 웃돌고 있다. 민주당 '비명횡사' 공천에 일부 돌아선 민주당 지지층이 새로운미래보다 선명성이 강한 조국혁신당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다만 공천 과정의 잡음으로 현재는 야권에서 '반명 정서'가 부각된 측면이 있지만, 선거전이 본격화되고 정권심판론이 커지면 친윤 대부분이 생환한 국민의힘 공천 결과가 여권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한울 한국사람연구원장은 “총선 레이스가 진행될수록 현재 20%대의 무당층과 중도층의 표심이 최종 승부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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