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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애들 언제 사줄까? 의사 답은 "같은 반 10명 중에서…" [슬기로운 신학기 생활]

중앙일보

입력

입학은 새로운 시작이자 큰 전환점이다. 아이도 부모도 긴장과 설렘, 기대가 교차한다. 워킹맘이 퇴사나 이직을 고민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김효원 교수는 “잘 들여다보면 아이가 걱정되는 행동을 많이 한다기보다, 부모가 가진 불안과 걱정이 아이에게 투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아이 입학을 앞두고 부모가 먼저 본인의 불안과 걱정을 다스리고 아이와 관계를 튼튼히 다져두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효원 교수 도움말로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부모가 가장 궁금해하는 질의를 Q&A로 정리했다.

4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개학을 맞이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뉴스1

4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개학을 맞이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뉴스1

①아이가 ‘집에 왔을 때 엄마가 있었으면 좋겠다’ ‘데리러 오면 좋겠다’고 합니다. 거절하면 좌절합니다. 맞벌이 부모, 아이에게 결핍이 될까 두려워요=김효원 교수는 “엄마가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를 키워야만 아이가 잘 크는 건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하교할 때 부모가 데리러 오길 원하는 것은 실제로 부모가 현장에 가는 게 애착 관계의 핵심이 아니다”라면서다.

김효원 교수는 이어 “엄마와 아이 사이의 기본적인 애착, 신뢰 관계가 얼마나 단단한지가 핵심”이라며 “애착 관계가 좋은 아이들은 엄마가 꼭 데리러 오지 않아도 마음에 상처가 된다거나 오래 남는 일 없이 잘 견딜 수 있다”고 했다.

또 “전적으로 아이를 돌본다 해도 살면서 아이가 결핍이라는 감정을 반드시 느낄 수밖에 없다”라며 “아이의 요구를 거절할 때 부모가 지나친 죄책감을 느끼거나 좌절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부모가 데리러 오길 바라는 아이에게는 “엄마 회사가 늦게 끝나니까 매일 데리러 갈 수는 없을 거야”라고 편하게 얘기해주라는 게 김 교수 얘기다. “엄마랑 같이 집에 오고 싶었는데 같이 못 와서 속상했구나” 식으로 속상한 마음을 읽어주면 된다고 했다.

다만 김효원 교수는 저학년 때까지는 가급적 참관수업에 참석할 것을 권했다. 김 교수는 “자주 있는 행사가 아니니 일이 있더라도 연차를 내서 가는 걸 추천한다”라고 했다. “저학년 때엔 내 부모만 오지 않으면 서운해하고, 초등학교 고학년만 돼도 아이들이 오지 말라고 먼저 얘기한다”라면서다.

김효원 교수가 신입 학부모에게 추천하는 책

추천 책 이미지. 사진 서울아산병원

추천 책 이미지. 사진 서울아산병원

▶감정에 휘둘리는 아이, 감정을 잘 다루는 아이(손승현, 빅피시)
=이 책은 내 감정조차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르는 부모를 위해 아이들이 매일 경험하는 긍정, 부정의 감정들을 세세하게 펼쳐 보여준다. 아이들이 튼튼한 마음으로 험난한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도록 돕는 감정 코칭법을 소개한다.

▶부모 역할 훈련(토마스 고든, 양철북)
=토마스 고든은 자녀들의 정신적, 정서적 문제는 부모-자식 간의 관계에서 비롯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하고, 부모-자녀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부모들에게 교육해야 한다고 여겼다. 그래서 부모역할훈련을 개발하고 가정에서 일어나는 많은 상황과 대화를 훈련에 포함해 의사소통 및 문제 해결 기술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으로 만들었다.

▶공부하는 뇌, 성장하는 마음 (대한청소년의학회 기획, 글항아리)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알려주는 학습방법과 공부준비를 위한 마음관리법. 저자들은 다양한 상황에 부닥친 아이들 각자에게 이 책에서 최선의 답을 주려 한다.

▶아이들이 사회를 만날 때(이현정 외 7명, 글항아리)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8명의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발행한 책. 아이들이 자라면서 사회성이라는 것이 어떻게 형성되고 자라나는지, 발달단계별로 아이들의 사회성 발달을 도와주기 위해 부모는 무엇을 하면 좋을지 자세하게 알려준다.

②이사를 와 동네 친구가 없습니다. 적극적으로 친구를 만들어줘야 하나요?=친구와 잘 어울리지 못하고 자신감이 부족해 혼자 노는 경향의 아이라면 같은 반 친구 중 성향이 비슷한 친구를 찾아 1대1 놀이 시간을 정기적으로 가지면 도움이 된다. 반 친구들이 참여하는 방과 후 활동에 아이가 함께하는 것도 좋다. 김 교수는 “부모의 기질이 내향적이고 새로운 관계를 어려워한다면 선뜻 나서기 힘들 수도 있다”라면서도 “초등학교 1학년 시기에는 부모의 노력이 아이의 학교생활을 자신감 있게 시작할 수 있는 바탕이 될 수 있으니 어렵더라도 한 학기 정도만 노력해보자”고 했다.

③휴대전화는 언제 사주는 게 좋을까요?=김 교수는 “욕구와 행동의 조절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다 자라지 않은 아이들의 경우 스마트폰 사용을 조절하는 것이 어른보다 더욱 어렵다”며 “아이들의 뇌가 조금 더 발달하고 조절 능력을 획득할 때까지 기다린 후 사주는 게 좋다”고 했다. 다만 “동네, 학교 분위기도 고려해야 한다”라면서 순서가 ‘10명 중 6, 7번째 일 때’를 강조했다. 반 아이 중 가장 먼저 스마트폰을 갖게 되는 ‘얼리어답터’가 될 필요는 없지만, 너무 뒤떨어지게 된다면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꼼꼼하게 규칙을 정하라고 조언했다. 하루에 영상은 몇 분이나 볼지, 게임은 얼마나 할지, 모르는 사람에게서 온 메시지에는 답을 하지 않기로 한다든지, 숙제할 때엔 스마트폰을 만지지 않기로 한다거나 비밀번호는 부모에게 공유해줄 것 등을 세세하게 정해두는 게 좋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스마트폰에 사용 시간을 설정하는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거나 사용 규칙을 안 지켰을 때 일정 시간 스마트폰을 못 쓰게 하는 규칙을 미리 정해야 한다”라며“규칙을 잘 지키면 예상치 못한 보너스 시간을 주는 것도 좋다”고 했다. 아이가 규칙을 잘 지키는지 관찰하고 계속 피드백을 주는 게 좋다고도 강조했다.

2021년 부산 동래구 내성초등학교에서 입학생이 학부모의 손을 잡고 입학식 포토존 앞으로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2021년 부산 동래구 내성초등학교에서 입학생이 학부모의 손을 잡고 입학식 포토존 앞으로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④학원 다니며 레벨테스트나 정기고사에서 등수를 매깁니다. 서열에 집착하는 게 걱정돼요= 아이가 벌써 성적과 등수에 집착하고 있다면 혹 부모의 대화 중 성적이나 등수에 대한 이야기가 은연중 흘러나오진 않았나 생각해보자.

좋은 점수에 대한 칭찬, 친구들과의 점수 비교 등이 아이에게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김 교수는 “아이가 좋은 성적을 받아와도 칭찬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라며 “점수에 대한 칭찬보다 꾸준히 노력한 점, 어려운 문제도 포기하지 않았던 점, 모르는 문제를 잘 질문했던 점, 실수했던 부분을 다시 실수하지 않은 점 등 결과보다 과정에 초점을 맞춰 칭찬하라”고 했다.

김 교수는 또 “아이들이 모두 다른 면을 가지고 있다는 걸 얘기해주면 좋다”라며 “누구는 운동을 잘하고, 누구는 그림을 잘 그리고, 누구는 역사를 많이 알고 누구는 책을 많이 읽고 누구는 수학을 잘하니 학원 성적만이 전부는 아니고 모두 다른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알려주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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