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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 격전지를 가다] “쎈 사람들 대결…양쪽 다 지역에 좋은 걸 해주려할 텐데, 기분 좋은 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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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0호 09면

[SPECIAL REPORT] 4·10 총선 격전지를 가다 ② 낙동강 벨트

김태호(左), 김두관(右)

김태호(左), 김두관(右)

지난 5일 오후 4시 양산 남부시장이 한 차례 들썩였다. 온통 빨간색인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은 30m 밖에서도 알아볼 만큼 컸다(186㎝). “잘 부탁합니다”를 외치며 연신 고개를 숙이는 그의 옆에 안철수 의원이 있었다. 안 의원은 자신을 “김태호 친구”라고 소개했다.

둘의 등장에 상인들은 물론 장 보러 온 사람들도 발길을 멈췄다. 일부는 이들을 따라다니며 이름을 연호했다. 두 의원은 호떡을 함께 먹기도 했다. 가게 주인인 70대 부부에게 직후 찾아갔더니 이렇게 말했다.

“아이고, 쎈 사람 둘이 붙었다 아입니까. 후보들이 시장에 어에든지(어떻게 해서든지) 나와주면 고맙제.”

‘쎈 사람 둘’은 양산을에서 맞붙은 김태호 의원과 김두관 민주당 의원을 가리킨다. 둘 다 경남도지사 출신의 거물 정치인이다. 김두관 의원이 지키는 이곳에 김태호 의원이 지난달 18일 전략 배치됐다. 18년 만의 리턴매치로 2006년 경남도지사 선거 때엔 김태호 의원이 압승했다(37.7% 포인트 차).

45분 간 시장 곳곳을 누빈 김태호 의원은 “이재명 단 한 사람을 지키기 위한 방탄 국회로 전락이 돼 있는 행태를 더는 볼 수 없어 절박함에 최전선 양산에 나오게 됐다”고 했다. 이어 “김두관 의원이 나름 애를 쓰시는 것 같은데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국회·집권여당·시장이라는 삼박자가 맞았을 때 천성산 터널 등 지역 현안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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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뒤인 7일 김두관 의원도 남부시장을 찾았다. 일부 상인은 “우리(민주당이) 이길 수 있게 힘 좀 써달라”고 하소연했다. 김두관 의원은 “4년간 다양한 현안들을 파악하고 챙겨왔다”며 “김태호 의원은 갑자기 와서 이 지역에 대해 아는 게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공천 갈등을 두곤 “국민의힘은 김건희 특검 때문인지 무난하게 하더니 최근 본격적인 현역 컷오프가 시작돼 반발이 있는 것으로 안다. (민주당이) 매를 먼저 맞았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전날인 6일엔 경남 지역 민주당 후보들과 함께 문재인 전 대통령을 찾아갔다. 그는 “(문 전 대통령이) 공천 파동으로 지지율이 좀 떨어진 부분에 대해 염려가 많았고 이제는 공천이 가닥이 잡힌 만큼 크게 단결해서 이번 총선에서 꼭 승리했으면 좋겠다는 요지의 말씀을 했다”고 전했다.

김태호 의원이 투입된 지 20일이 안 됐지만 김두관 의원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었다. “김두관 의원이 광역철도도 깔고 특성화고교도 유치하고 욕본 거 알 사람은 다 안다”(60대 김모씨)는 이도 있지만, “지난 4년간 뭐 했나. 김태호 의원이 당선돼 양산이 힘 좀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50대 김모씨)는 목소리도 나왔다.

양산을이 접전지로 부각되는 걸 반기는 유권자도 있었다. 택시기사 유종훈(62)씨의 말이다. “접전이 펼쳐지는 건 기분 좋은 일 아이겠나, 양쪽 다 우리 지역에 좋은 걸 해주려 할 텐데. ‘여는 무조건 보수고, 저는 무조건 진보가 되뿐다’라는 지역이 아니라서 다행인 일인교.”

경남신문이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3~25일 경남 양산을 지역구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에선 김태호 의원이 46.5%, 김두관 의원이 35.2%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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