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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병력 절벽' 해군의 해법…병사 없는 '간부함' 띄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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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해군이 수상함 6척을 투입해 병사(수병) 없이 간부로만 함정 운영이 가능한지 시범 운항에 나섰다. 수병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에 곧 다가올 ‘인구절벽’의 미래까지 대비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일종의 새로운 실험으로 이어진 것이다.

인천급 호위함(FFG·2500t급). 해군

인천급 호위함(FFG·2500t급). 해군

7일 군 당국에 따르면 해군은 지난해 3월 인천급 호위함(FFG·2500t급) 등 3척으로 ‘함정 간부화 시범함’ 운영을 시작했고, 지난 2월부터는 유도탄고속함(PKG·450t급) 등 3척을 시범함에 추가했다. 중형함에서 소형함에 이르기까지 대상을 다양화해 전원 간부로 구성된 함정에서 원활한 작전이 이뤄질 수 있는지 시험해보는 것이다.

잠수함이 아닌 수상함 승조원을 전원 간부로 운영하는 건 전례 없는 일이다. 해군은 올해 중으로 시범 운항의 성과를 평가한 뒤 시범함 추가 및 기간 연장 여부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간부함’ 구상은 해군이 직면한 수병 부족 현상과 맞닿아 있다. 실제 계획 대비 입영 인원수를 나타내는 입영률 통계를 보면 이 같은 경향은 유독 해군에서 두드러진다.

해군의 입영률은 2020년 100.5%을 기록했지만, 2021년 94.3%, 2022년 70.1%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육군이 96.1%에서 84.0%, 공군이 99.4%에서 98.2%, 해병대가 96.5%에서 80.8%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아직 공식 발표되지 않은 지난해 입영률 통계도 비슷한 추세를 나타낸다고 한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해군에 대한 인기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는 고립된 상태서 이뤄지는 함정 근무의 특수성, 상대적으로 긴 복무 기간 등이 꼽힌다.

지난해 해군이 한국국방연구원(KIDA)에 의뢰해 육군·공군 등 타군 입영 장병에게 해군 지원을 고려하지 않은 이유를 물었더니 ‘20개월의 복무기간’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22.3%로 가장 높았다. 이어 ‘해군을 접할 기회 자체가 없었음’(13.9%), ‘함정에서의 근무’(11.8%), ‘함정근무 시 휴대폰 사용여건이 제한됨’(9.3.%) 순이었다.

수병에게 복수응답을 전제로 함정 근무 기피 원인을 물은 결과 ‘항해 중 휴대폰 통신 제한’(77%), ‘항해 중 휴가와 외출의 제한’(73%)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유도탄고속함(PKG·450t급). 해군

유도탄고속함(PKG·450t급). 해군

군 관계자는 “모든 함정을 간부함으로 운영하는 건 물론 불가능하다”며 “간부함은 수병 부족 현상이 야기할 함정 운영의 빈틈을 최소화하자는 취지에서 나온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공교롭게도 간부함 구상은 2021년 7월 청해부대 문무대왕함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건이 착안점이 됐다. 당시 감염된 승조원들은 하늘길로 귀국했고, 간부들로만 구성된 부대가 파견돼 문무대왕함의 성공적인 복귀를 이끌었다.

해군 관계자는 “단순 운항이긴 했지만 간부로만 구성된 승조원들이 두 달 가까운 기간에 걸쳐 무리 없이 복귀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 붙었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결과적으로 성공했고, 이때 경험이 간부함을 운영하자는 구상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간부함 실험의 관건은 병사 대신 편성된 부사관이 기존보다 적은 인원으로 같은 업무를 얼마나 차질 없이 수행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조리부사관과 조리병이 함께 준비하던 식사는 조리부사관이 대체하고, 식기세척 및 뒷정리는 전 간부가 분담하는 식이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간부함에서 병사 편성을 대체하는 부사관 인원은 2.5 대 1 수준이다. 부사관 1명이 병사 2~3명을 대신하는 셈이다.

통상 호위함급 함정에서 병사 25명이 수행하던 일을 10명의 부사관이 대체한다면 함 승조원을 15명 줄일 수 있다. 김인호 해군 인사참모부장은 “간부함 역시 전투형 강군을 궁극적인 방향성으로 삼고 모든 노력을 결집하려는 시도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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