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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안정적 원전 생태계 조성을 위한 필요조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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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

“원전기업과 근로자, 원전 전공 학생들이 기업활동과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원전산업 지원 특별법」을 제정하는 한편, 「2050 원전 로드맵」을 수립해 안정적 원전 생태계를 조성할 것” 지난달 22일 14차 ‘민생토론회’에서 대통령이 한 말이다.

그럼 특별법과 로드맵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 기후위기 극복과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한 원자력 이용의 중장기 목표와 목표 달성에 필요한 대책 및 이행방안이 담길 것이다. 거기에 최소한 다음 4가지가 담겨야 한다.

핵연료 제작, 원전 설계부터 해체, 사용후핵연료와 방사성폐기물 관리까지 이어지는 원전 운영 전 과정이 유기적으로 고루 발전해야 함에도 한국은 해체, 사용후핵연료 및 방사성폐기물 관리 분야에 관심과 지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이 점을 고려한 원전산업 전 분야의 육성책이 마련돼야 한다.

또, 원전을 수출하면 100여년간 원전 도입국과 인연을 맺는 만큼 원전 수출은 후세대에 비즈니스 기회를 물려주는 지적 유산과도 같다. 그런데 우리는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이 지역을 구분해 원전 수출 주관기관을 달리하고, 원전 설계, 운영, 유지·보수 등의 기능이 각기 다른 회사에 분산되어 수출경쟁력 향상에 걸림돌이다. 따라서 원전 수출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산업구조 개선이 필요하다.

원자력 거버넌스 개선도 필요하다.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연구개발 단계 등에 따라 원자력 진흥 업무를 구분해 관할하고 있는데, 두 부처는 다른 분야 업무도 같이 하다 보니, 원자력이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들 부처의 산하기관도 각 부처 입김에서 벗어나긴 힘들다 보니 기관 간 이해 충돌이 잦다. 따라서 신속한 의사결정, 꾸준한 지원, 역량 결집을 위한 원자력 거버넌스 개선이 필수다.

끝으로, 원자력 안전규제체계 개선책이 필요하다. 전력 생산용 대형 원전 위주의 현재 원자력안전법 아래에서는 소형모듈원자로 등 혁신적 원자력 시스템이 세상에 나오기 힘들다. 또, 전력 생산 이외 다른 용도로 원자력을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시스템이 개발 중으로,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안전기준 마련이 시급하다. 그런데 이 안전기준이 생각만으로 뚝딱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시간과 돈, 전문가를 투입해 수많은 분석과 평가, 확인을 할 수 있는 안전기준 개발 전문기관 신설 등 획기적 대책이 필요하다.

에너지 빈국인 우리나라가 원자력의 지속 이용 기반으로서 원전 생태계를 굳건히 하는 것은 시대적 소명이다. 이제 모든 틀은 갖춰졌으니 내용을 알차게 담아 글로벌 원전 강국으로 도약해야 한다.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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