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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애플에 유럽·美·日 등 집중포화…DMA 오늘부터 시행

중앙일보

입력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이 7일부터 시행된다. DMA는 구글‧애플 등 초대형 IT기업을 사전에 지정하고, 이들에게 갑질 금지 등 각종 의무를 부과하는 법안이다. 유럽을 시작으로 미국‧일본의 ‘빅테크’ 기업 압박도 수위를 높이는 등 전 세계가 구글과 애플을 겨냥한 규제 대열에 올라탔다.

세계 매출 10% 과징금, ‘초강력 규제’ 시행

EU 집행위원회는 DMA 시행 첫날부터 규제 대상 기업 6곳으로부터 법 준수를 위해 어떤 조처를 했는지 보고받을 예정이다. 구글‧애플‧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메타‧틱톡 등이 규제 대상 기업으로 지정된 상황이다. 이들이 자사 서비스를 우대하거나 타사 서비스와 연동되지 않도록 하면 전 세계 매출액의 10%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EU집행위는 지난 4일엔 애플에 18억 유로(약 2조6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애플이 아이폰‧아이패드 등을 통해 모든 앱을 구매하도록 강제하면서 애플뮤직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었다는 이유다. 업계에선 DMA 시행을 앞두고 빅테크에 대한 선전포고 성격이 크다고 보고 있다.

미국·일본·호주도 규제 대열

미국‧일본 등도 이 같은 움직임에 호응하는 분위기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해 구글의 광고사업부 일부를 분리 매각을 청구했다. 연방법원에서 이를 다투기로 했는데 9월 재판이 시작한다. 구글이 온라인 광고 관련 구매‧중개‧판매시장 모두를 독점하면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이 중 일부를 매각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미 경쟁당국은 아마존이 자사 상품을 검색 결과 상단에 노출했다는 이유 등으로 일부 사업을 매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일본도 올해 상반기 중 대형 플랫폼을 사전 지정해 규제하는 입법에 나선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모바일 시장에서 경쟁이 불충분하다”며 “모바일 OS‧앱스토어‧검색엔진 분야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규제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구글과 애플을 겨냥했다는 풀이가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일본은 이르면 다음 달 법안을 발의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호주도 구글·애플 등의 급속한 확장을 막기 위해 새로운 법안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고, 싱가포르 등에서도 입법 움직임이 감지된다.

한국은 플랫폼법 사실상 좌초

DMA 시행 등으로 빅테크의 움직임이 크게 바뀔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 애플은 앱스토어의 인앱결제수수료를 30%에서 17%로 인하했고, 앱스토어 외 앱마켓에서 앱 다운로드와 구매를 허용키로 했다. 구글도 검색 결과에서 자체 서비스 노출을 축소했다. 예컨대 항공편을 검색하면 이전엔 자체 서비스인 ‘구글 플라이트’가 나오던 것이 사라졌다. 다만 이 같은 조치는 유럽에서만 적용된다. DMA가 유럽권역에서의 서비스에 대해서만 규제하는 만큼 한국은 별개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2024 공정거래 정책 방향을 주제로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오찬 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2024 공정거래 정책 방향을 주제로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오찬 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공정위가 추진하던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 입법은 사실상 무기한 연기됐다. 구글·애플, 네이버·카카오 등 4개 초대형 플랫폼을 사전에 지정하고 자사우대·끼워팔기 등을 금지하는 내용이 업계 반발에 부딪히면서다. 이 때문에 구글·애플 등 검색엔진과 앱 마켓을 독점한 해외 플랫폼의 국내 시장 잠식을 견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유튜브 프리미엄과 결합해 판매된 유튜브 뮤직은 지난해 12월 멜론을 제치고 국내 음원 앱 사용자 수 1위로 올라섰다.

“외국과 다르다” 주장도

다만 국내 플랫폼 시장을 고려할 때 유럽·일본과 상황이 다르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유럽의 경우 검색은 구글, 쇼핑은 아마존 등 미국 기업이 압도적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한국은 네이버·카카오·구글 등 국내 플랫폼 이용자가 많다. 이 같은 상황에서 매출액·시장점유율 등을 근거로 사전 지정을 할 경우 토종 플랫폼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다.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플랫폼법이라는 별도의 입법이 꼭 필요한 것인지 의문”이라며 “한국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규제 방식보다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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