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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소유' 혜민 스님 "기대 부응 못한 점 참회…본분 힘쓰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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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으로 모습 드러낸 혜민 스님. 사진 BTN 영상 캡처

방송으로 모습 드러낸 혜민 스님. 사진 BTN 영상 캡처

이른바 ‘풀(full) 소유’ 논란으로 공개 활동을 자제하다 3년여 만에 방송에 복귀한 혜민 스님은 “승려로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을 참회한다”고 밝혔다. 논란이 불거져 대외적인 활동을 중단한 지 약 3년4개월 만이다.

7일 불교계에 따르면 혜민 스님은 불교계 방송사인 BTN이 4일 방영한 새 프로그램 ‘마음이 쉬어가는 카페 혜민입니다’에 출연해 “여러분의 조언을 가르침으로 삼아 승려의 본분인 포교와 전법, 보시와 봉사에 더 힘을 쓰겠다. 부족하지만 지켜봐 달라”며 이같이 말했다.

혜민 스님은 프로그램 첫머리에서 삼배를 올리고서 “많은 분들이 주신 말씀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함께 공부하며 수행하면서 고민을 같이 들어보는 좋은 프로그램을 앞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향후 계획을 설명했다.

바쁜 일상을 벗어나 삶의 의미와 진정한 행복을 되새기자는 취지로 기획된 이 프로그램에서 혜민 스님은 “인생을 살다 보면 좋은 일만 있지 않다”며 ‘새옹지마’(塞翁之馬)를 거론하고서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너무 좋아할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너무 낙심할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혜민 스님은 암에 걸린 불자의 사연을 소개하며 “오히려 제2의 인생, 좋은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지인은 혜민 스님에게 “암에 걸리기 전엔 앞만 보고 살았는데, 아파보니 다른 사람의 아픔도 느낄 수 있었고 당연시했던 평범한 일상들이 너무 소중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고 한다.

혜민 스님은 한 불자가 아들이 대기업에 취업한 뒤 6개월 만에 회사를 그만뒀다며 “주변에 이야기를 못 한다더라”고 전했다. 그는 “정말로 원했던 것이 이뤄져서 행복할 것 같은 목표가 달성됐지만, 막상 허탈감이 들고 내 예상과는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깨달음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혜민 스님은 2020년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남산타워 뷰’의 서울 도심 자택을 공개해 불교가 추구하는 가치와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을 일으켰다.

또 승려가 된 후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 아파트를 구매·보유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돼 ‘풀 소유’ 승려라는 지적을 받았다. 비판이 이어지자 자신의 SNS에 사과문을 올리고 “모든 활동을 내려놓고 대중선원으로 돌아가 부처님 말씀을 다시 공부하고 수행 기도에 정진하겠다”며 2020년 말부터는 공개 활동을 자제했다.

혜민 스님은 청소년기를 국내에서 보낸 뒤 미국 하버드대에서 비교종교학 석사, 프린스턴대에서 종교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미국 햄프셔대에서 종교학 교수를 지냈다. 2000년 해인사에서 사미계를 받아 예비 승려가 됐고, 2008년 직지사에서 비구계를 수지해 조계종 정식 승려가 됐다.

2012년 출간한 명상 에세이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로 주목받았다. 이 책의 누적 판매량은 300만부를 넘었고 세계 26개국에 판권이 수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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