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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호 지검장 리더십 위기설까지…檢 특수수사들 일시정지 왜

중앙일보

입력

4·10 총선을 한달여 앞두고 정치권이 연루된 사건의 검찰 수사가 일시 소강 국면에 진입했다. 통상 선거를 앞두고 ‘정치 개입’ 논란으로 번질 수 있는 수사는 자제하는 관행이 있지만, 재작년부터 서울중앙지검을 진두지휘해온 송경호 중앙지검장의 리더십 위기설 등 악재가 겹치며 검찰 내부는 착잡한 분위기다.

“매우 신중”으로 기조바뀐 尹 명예훼손 수사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는 대선개입 여론조작 의혹사건(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 사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등을 수사중이다. 사진은 지난 2022년 4월21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뉴스1.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는 대선개입 여론조작 의혹사건(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 사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등을 수사중이다. 사진은 지난 2022년 4월21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뉴스1.

 검찰이 안고 있는 대표적인 반부패수사는 대장동 사건 핵심 피의자인 김만배씨와 민주당 관계자 등이 연루됐다는 대선개입 여론조작 의혹 사건이다. 지난해 9월 ‘대선개입 여론조작 특별수사팀’을 꾸릴 당시 검찰은 “(20대) 대선을 목전에 두고 유력 후보에 대한 허위 사실을 공표하고, 유사한 내용의 허위 보도와 관련 고발 등이 이어져 민의를 왜곡하는 시도가 있었다”며 신속·엄정 수사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6개월여가 다된 2월 말엔 “언론의 기능·역할 고려해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 물적 증거 수집하고 관련자 조사 등을 매우 신중하게 진행하고 있다”며 수사의 톤을 낮췄다.

 “정치권 수사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총선을 앞두고 속도 조절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검찰은 지난달 16일 민주당 의원의 보좌관인 최모씨를, 21일엔 TF 소속이었던 송평수 전 이재명 후보 선거대책위 대변인을 소환 조사하면서도 핵심 관계자로 지목된 민주당 의원에 대한 소환조사에 나설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김건희 여사 수사 견해차에 공판 지연까지 

지난해 10월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중앙지검 등 11개 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이 국감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송 지검장은 최근 김건희 여사 소환조사와 관련해 대통령실과 견해차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중앙지검 등 11개 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이 국감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송 지검장은 최근 김건희 여사 소환조사와 관련해 대통령실과 견해차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에 배당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의 경우 복잡한 역학관계가 작동하고 있다. 김건희 여사 소환여부 등을 두고 송경호 지검장과 수사팀이 원칙론을 강조하면서 정권 핵심부와 견해차를 보였다는 말이 검찰 내에 파다하다. 검찰 사정에 대해 잘 아는 한 법조계 관계자는 “송 지검장을 고검장으로 승진시켜 수사일선에서 손을 떼게 하는 형식의 교체를 정치권에서 검토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도이치모터스 사건의 2심 재판부인 서울고법이 총선 이후인 4월25일로 공판을 미룬 것도 이유로 꼽힌다. 도이치모터스 권모 전 회장 측이 법관 정기 인사 이후 새로운 재판부에 사건 쟁점을 설명할 시간적 여유를 달라는 요청에 따라 공판 기일이 변경됐다. 검찰 관계자는 최근 “관련자들을 어디까지 형사처벌 가능할지 (재판을 통해) 살펴볼 필요가 있기 때문에 재판도 면밀히 살펴보며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다수의 민주당 의원들이 거론된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 사건 역시 수사 1년여를 향해 가고 있다. 검찰은 이 사건 돈 봉투 수수자 지위에 있는 피의자 3명(이성만·임종성·허종식 의원)을 지난달 29일 기소하고 나머지 5100만 원어치 수수자에 대한 수사는 남겨놓고 있다.

“정치 상황 의식하는 게 정치적” 지적도

지난달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수수 의혹으로 기소된 허종식 민주당 의원(가운데)은 검찰의 총선 직전 기소와 관련해 선거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27일 오전 인천 남동구 인천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철도 지하화 특별법 추진현황 및 향후과제'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허 의원. 뉴시스.

지난달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수수 의혹으로 기소된 허종식 민주당 의원(가운데)은 검찰의 총선 직전 기소와 관련해 선거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27일 오전 인천 남동구 인천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철도 지하화 특별법 추진현황 및 향후과제'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허 의원. 뉴시스.

 정치인 수사 때마다 ‘검찰 독재’, ‘정치검찰’ 프레임을 주장하며 검찰을 맹공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한 만큼 “선거 직전 민감한 수사는 잘 안 하게 되는 분위기”(검찰 관계자)라고 한다. 실제로 허종식 민주당 의원은 검찰 기소 후 “출마 선언 이틀 만에 경선을 앞둔 시점에 검찰이 언론에 불구속 기소 사실을 알렸다”며 “누군가를 도와주기 위한 기소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명백한 선거개입”이라고 비판했다. 인천 동구·미추홀구갑에 출마한 허 의원의 상대가 검찰 출신인 심재돈 국민의힘 예비후보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셈이다.

 그러나 한 검찰 관계자는 “정치 상황을 의식하면서 속도 조절을 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인 움직임으로 보일 수 있다”며 “주변부 움직임과 상관없이 사건 진행 속도에 따라 수사하고 결론 내면 검찰로서의 소임은 다 한 것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원 경력이 있는 전직 검찰 관계자는 “과거엔 큰 선거 전 검찰이 수사를 잠시 홀드 했다가 선거 이후 수사 방향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었다”며 “선거 이후 속도나 움직임을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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