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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조가 있는 아침

(217) 매화 한 가지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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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

매화 한 가지에
유심영 (생몰연대 미상)

매화 한 가지에 새 달이 돋아오니
달에게 물은 말이 매화 흥미 네 아느냐
차라리 내 네 몸 되면 가지가지 돋으리
-동유록(東遊錄)

봄의 전령 매화

긴 겨울을 견뎌 넘긴 사람들에게 봄이 주는 기쁨 가운데 하나가 매화를 만나는 것이다. 그 기다림이 얼마나 간절했으면 차라리 내가 네 몸이 되겠다고 했을까? 매화나무 가지에 달이 걸리자 마치 한 송이 매화가 핀 듯하다. 달에게 물어본다. ‘매화의 흥을 네 아느냐?’

남녘에서부터 매화가 만개하기 시작해 봄이 왔음을 온 세상에 알리고 있다. 대한불교 조계종 종정이신 중봉 성파 대종사의 동안거 해제 법어에도 매화가 등장한다. 즉 “자장매 더욱 붉고 찬 소나무 푸르네!”

자장매는 종정께서 계신 양산 통도사에 있는 매화나무다. 신라 시대 통도사를 창건한 자장율사의 이름을 따온 것이다. 사찰 매화로는 선암사 선암매, 백양사 고불매, 화엄사 홍매화와 더불어 4대 천왕이라 일컫는데, 그 가운데서도 통도사 자장매를 으뜸으로 친다.

우리는 이 매화를 만난다는 기다림으로 혹독한 겨울을 견뎌 넘겼다. 올해도 어김없이 싸늘한 바람 속에 황홀한 자태를 드러낸 매화나무들. 자연의 약속은 한 치의 어김이 없다. 그 지킴의 아름다움이여!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