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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멱살 잡고 싶네"…민원 시달리다 신상 털린 공무원 숨진 채 발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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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포트홀(도로 파임) 보수 공사와 관련해 항의성 민원에 시달리다 온라인에 신상정보가 공개된 30대 공무원이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6일 인천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 40분쯤 인천시 서구 도로에 주차된 차량에서 경기 김포시 9급 공무원인 30대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발견 당시 호흡과 맥박이 없는 상태였으며 차 안에서는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정황이 발견됐다.

A씨는 지난달 29일 경기 김포시 한 도로에서 진행된 포트홀 보수 공사와 관련해 차량 정체가 빚어진 것에 대해 최근까지 항의성 민원에 시달렸다.

당시 편도 3차로 중 2개 차로를 통제한 공사로 차량 정체가 빚어지자 당일 오후 9시 40분쯤 온라인 카페에 김포한강로가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는 글이 게시됐다.

초반에는 A씨를 비난하는 글이 없었으나 한 네티즌이 공사를 승인한 주무관이 A씨라며 그의 실명과 소속 부서, 직통 전화번호를 공개하자 A씨를 저격하는 글이 빗발쳤다. 온라인 카페에는 '집에서 쉬고 있을 이 사람 멱살 잡고 싶네요', '정신 나갔네요. 2차로를 막다니', '참 정신 나간 공무원이네' 등 글이 잇따랐다.

김포시 관계자는 "A씨는 최근 보수공사와 관련해 항의성 민원이 들어오고 온라인 카페에서 본인을 향한 직접적인 비난이 이어지자 힘들어했다"며 "시 차원에서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포시는 A씨가 최근 업무에 따른 악성 민원 등으로 심적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고 진상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다만 경찰은 유족 조사 과정에서 민원인들의 항의와 A씨 사망 간 인과관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A씨의 유서는 따로 발견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일단 범죄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A씨의 사망 소식에 해당 온라인 카페 운영진은 "주무관님의 안타까운 소식에 카페가 관련돼 있다는 것에 말할 수 없는 죄책감과 슬픔이 밀려온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게시했다.

운영진은 "단순한 민원성 게시물로 판단해 (당시) 신상털이와 마녀사냥식 댓글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앞으로 이러한 게시물이나 댓글에 관해 잘 살펴보겠다"고 했다. A씨 신상이 공개된 게시물들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앱,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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