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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단장 끝내는 SK하이닉스 아메리카, 美시장 공략 속도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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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지난달 방문한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의 SK하이닉스 아메리카. 건물 공사가 한창이었다. 새너제이=박해리 기자

지난달 방문한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의 SK하이닉스 아메리카. 건물 공사가 한창이었다. 새너제이=박해리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 중심지 새너제이에 있는 SK하이닉스 아메리카(SKHYA, 미주법인)가 내달 리노베이션 공사를 완료하고 30년 만의 새 단장을 마친다.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와 가까운 미주법인을 교두보로 삼아 글로벌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지난달 23일 찾은 SK하이닉스 아메리카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건물 전체에 철근과 그물망이 뒤덮여 있고, 건물 주차장에는 공사 자재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두 개 동 중 한 동은 안전바로 둘러싸여 직원들조차 접근할 수 없었다. 지난해 9월 리노베이션을 시작해 약 8개월간 공사를 마친 뒤 내달 말 새롭게 오픈할 예정이다.

현대전자 시절부터…30년 만에 새 단장

지난달 방문한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 있는 SK하이닉스 아메리카. 안전을 이유로 건물 출입을 금지하고 있었다. 새너제이=박해리 기자

지난달 방문한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 있는 SK하이닉스 아메리카. 안전을 이유로 건물 출입을 금지하고 있었다. 새너제이=박해리 기자

이 건물은 현대전자 시절인 1995년 완공됐다. 현대전자는 미국 영업을 위해 1983년 현지 법인을 설립했으며, 임대사무실 등을 쓰다 실리콘밸리 지역이 중요해지자 사옥을 신축했다. 1999년 ‘반도체 빅딜’로 현대전자와 LG반도체가 통합되면서 한 블록 떨어진 거리에 있던 LG반도체 연구시설도 이곳으로 흡수됐다. 이후 하이닉스 시절을 거쳐 2012년 SK그룹에 인수되기까지 간판만 3번 바꿔 달았다.

거의 30년간 실리콘밸리 한자리를 꿋꿋하게 지켜온 이 건물이 새 단장을 통해 다음 시대를 맞이할 채비에 나선 것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워낙 오래된 건물로 노후화돼 건물 전체적으로 대대적 재정비를 하는 것이다. 증축을 하지는 않고 건물 내부 시설을 개선하는 것으로 지난해 전사적으로 공지했다”라며 “공사는 내달 중순 완료되며 2주간의 시 허가를 거친 후 내달 말 공식 오픈한다”라고 설명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 있는 SK하이닉스 아메리카 건물은 1995년 현대전자 시절 완공됐다. 2007년 SK에 인수되기 전에는 '하이닉스'라는 간판이 붙어 있었다. 사진=구글 로드맵 캡처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 있는 SK하이닉스 아메리카 건물은 1995년 현대전자 시절 완공됐다. 2007년 SK에 인수되기 전에는 '하이닉스'라는 간판이 붙어 있었다. 사진=구글 로드맵 캡처

엔비디아 5분 거리, 중요성 커지는 美법인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SKHYA는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주요 고객인 엔비디아와 차로 5분 거리에 있다. 애플·인텔·AMD·TSMC 등 주요 고객사나 경쟁사가 지근거리에 포진해 있으며 두 블록 떨어진 곳에는 삼성전자 DS부문(반도체) 미주법인이 있다. 대형 고객을 유치하고 경쟁하는 ‘글로벌 최전선’에 위치한 셈이다. 그동안에는 영업·판매 중심으로 운영했지만 지난해 12월 SK하이닉스 낸드 개발 아메리카가 출범하며 연구 기능까지 더했다. 인텔 등 경쟁사에서 인재도 꾸준히 영입하고 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최근 SK하이닉스가 메모리가 중심이 된다는 ‘메모리 센트릭 인공지능(AI) 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미주법인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 1월 기자간담회에서 “생성AI가 보편화하면 메모리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각 고객에 특화한 맞춤형 메모리 플랫폼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너도나도 생성AI를 개발·사용하는데, 여기에 필요한 메모리 반도체 공급은 한정적이다. HBM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는 SK하이닉스가 고객사들과 접점을 늘리며 공격적으로 영업과 연구개발을 해야 하는 만큼 미국 현지의 역할은 중요하다.

올해 인사에서도 미주법인의 위상이 읽힌다. 2021년부터 미주법인을 이끌던 김주선 법인장은 AI 인프라 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HBM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해 AI메모리 시장에서 입지를 확고하게 다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사장은 미주법인장, 솔리다임 총괄을 포함한 글로벌 영업&마케팅 담당을 계속 맡으면서 올해 새로 생긴 AI인프라 조직의 총괄까지 겸하게 됐다. AI인프라 조직에는 글로벌 영업 외에도 HBM 비즈니스, 차세대 HBM 제품 탐색 부서 등이 포함된다. 김 사장은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AI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2021년부터 미주법인을 총괄하다 올해 사장으로 승진하며 AI 인프라 조직 수장까지 겸하게 된 김주선 SK하이닉스 사장. 미주법인을 계속 이끌면서 GSM(Global Sales & Marketing) 담당을 겸한다. 글로벌 AI 시장을 진두지휘하는 총책임자이기도 하다. 사진은 2021년 김 사장이 SK하이닉스 미주법인에서 포즈를 취한 모습. 사진 SK하이닉스

2021년부터 미주법인을 총괄하다 올해 사장으로 승진하며 AI 인프라 조직 수장까지 겸하게 된 김주선 SK하이닉스 사장. 미주법인을 계속 이끌면서 GSM(Global Sales & Marketing) 담당을 겸한다. 글로벌 AI 시장을 진두지휘하는 총책임자이기도 하다. 사진은 2021년 김 사장이 SK하이닉스 미주법인에서 포즈를 취한 모습. 사진 SK하이닉스

미국 적극 공략하는 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과거부터 ‘인사이드 아메리카’ 전략을 펼치며 미국 시장 강화에 힘써왔다.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와 솔리다임 신설 등이 이런 전략의 일환이다. 대규모 적자가 쌓이며 빛을 보지는 못했지만 지난해 HBM 시장을 선도하며 엔비디아를 고객사로 잡아 반도체 불황을 극복하는 데 기여했다. SK하이닉스는 미국에 첨단 패키징 공장도 설립할 예정이다.

SK는 그룹 차원에서도 북미 공략에 나섰다. 각 계열사가 담당하던 대외협력 조직을 SK아메리카스로 통합했다.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주), SK E&S가 출자해 지분을 보유한 형태이며 유정준 미주 대외협력 총괄 부회장이 조직을 이끈다. 반도체·배터리·수소 등 신사업과 관련해 미국 정부를 상대로 한 대관 기능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지난달 방문한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의 SK하이닉스 아메리카. 공사가 한창이었다. 새너제이=박해리 기자

지난달 방문한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의 SK하이닉스 아메리카. 공사가 한창이었다. 새너제이=박해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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