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수능의 ‘심화수학’ 배제, 부정적이기만 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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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강윤구 이투스에듀 수학 강사

강윤구 이투스에듀 수학 강사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수학 영역에서 ‘심화수학(미적분Ⅱ+기하)’이 제외된 여진이 여전하다. 수학 관련 학회와 고교·대학에서 수험생의 수학 역량이 예전보다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들린다. 필자는 직업이 사교육 강사이지만, 심화수학을 수능에 포함하는 것만이 학생들의 수학 역량 향상을 위한 정답인지 근본적인 의문을 갖고 있다.

고교 교육 과정에서 수학 과목의 교육 목표는 미적분Ⅱ와 기하를 잘하는 수학적 인재를 양성하는 것만이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고, 논리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태도를 만드는 것 또한 교육 과정의 중요한 목표다.

수능 포함이 곧 역량 향상은 아냐
논리적 사고력 키우는 것이 핵심
천천히 제대로 공부하게 해줘야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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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아무리 수능이라고 해도 단순히 대학에서 학업적 성취만을 생각해서 과목을 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의 다양한 방면으로 진출할 학생들에게 논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더 큰 목표이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교육 과정과 수능 과목을 결정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지금 수학 교육의 상황은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수업 시수는 정해져 있지만 학습해야 하는 수학 지식이 많다 보니 속도가 느린 학생들은 철저하게 배제된 채로 수학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수학 교과목의 특성상 한번 낙오한 학생은 사교육을 받지 않는 이상 계속 앞으로만 나아가는 진도를 따라잡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교육과정의 속도를 따라올 수 있는 소수의 학생만을 챙기는 교육보다는 학습이 느린 학생에게도 생각할 시간을 주고 원리를 이해할 기회를 주는 것이 올바른 교육이지 않을까.

교육 과정은 상위권 학생들의 더 나은 성취에 집중하는 것만이 아니다. ‘수포자’로 불리는 중하위권 학생들을 위한 학습 기회를 마련해야 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전체적인 학습량을 줄이고 학업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즉, 심화수학을 수능에서 배제하는 것은 공부하지 말라는 취지가 아니다. 수능이라는 시험에서 벗어나 여유 있게, 수학적 본질에 가깝게, 천천히 제대로 수학을 공부하라는 의도라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더 많은 학생이 수학에 대해 관심을 갖고 사고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생각하는 방법을 학습한다면, 미적분Ⅱ와 기하라는 수학 지식을 습득하는 것보다 훨씬 더 교육 효과가 클 것이다.

심화수학의 선택 과목 배제는 단순히 수포자만 배려하자는 것이 아니다. 이는 상위권 학생에게도 긍정적 효과를 줄 수 있다. 사실 상위권 학생들의 수학 실력은 어떤가. 답은 낼 수 있어도, 이유를 서술하라고 하면 제대로 못 낸다. 반복된 문제 풀이로 문제 유형별로 줄줄 암기해 ‘이렇게 풀면 될 것 같다’고 예측할 뿐 진정한 수학적 성취를 이룬 것은 아니다.

상위권 학생들도 지식학습의 부담감을 줄이는 대신 더 많이 생각하게 하고, 더 자세하게 학습하도록 유도하자. 이렇게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키운 이후 대학에서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일 수 있다.

단순히 수능 과목으로 지정해야만 학생들이 심화수학을 공부할 것이라는 생각은 너무 일차원적인 사고다. 앞으로 도입될 고교학점제와 연계해 생각해보면 수능에서 심화수학을 배제하는 것이 오히려 미적분Ⅱ와 기하의 이수 기회를 제공하고 학습을 독려하는 측면도 기대할 수 있다.

수능에서 심화수학을 선택 과목으로 도입한다면, 학생들은 수능 준비 부담감이 매우 클 것이다. 이와 달리 수능 부담감을 덜어낸다면, 자신이 원하는 진로에 맞는 수학 공부를 더 성실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과 진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없애고 대학에서 자기 전공을 학습할 기초 능력을 키우는 발판을 마련해 줄 것이다.

미적분Ⅱ와 기하 관련 지식은 수학의 본질적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 학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필요하다면  대학에서 입학 전 교육 또는 기초 수학 등의 과목으로 충분히 가르칠 수 있다. 대학의 편의만을 위해 교육 과정과 수능 과목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 본질에 집중해 학생의 능력 향상을 위해 교육 과정을 결정하는 것이 옳다. 필자는 수학 전공자로서 심화수학 배제의 긍정적 효과를 기대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강윤구 이투스에듀 수학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