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 “음악 하나로 승부” 뮤지컬 배우 첫 월드투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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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뮤지컬 배우 카이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뮤지컬 배우 카이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데뷔 16년 차 뮤지컬 스타 배우 카이(43)가 월드투어 콘서트 ‘카이 인투 더 월드’를 시작한다. 4월 28일 일본 도쿄를 시작으로 중국·미국·유럽에서 뮤지컬 팬들을 만난다. 한국 뮤지컬 배우가 단독으로 월드 투어를 나서는 것은 처음이다. 서울대 성악과 출신인 카이는 2008년 팝페라 가수로 데뷔해 뮤지컬 ‘드라큘라’, ‘마리앙투아네트’, ‘레베카’, ‘벤허’ 등 굵직한 작품에서 커리어를 쌓았다. 그는 뮤지컬계의 가장 핫한 배우 중 한 명이다. 2015년 ‘팬텀’의 팬텀 역으로 시작해 대극장 뮤지컬의 주역을 줄줄이 꿰차며 ‘믿고 보는 배우’의 입지를 굳혔다.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구 EMK뮤지컬컴퍼니 사옥에서 월드투어를 준비 중인 카이를 만났다.

월드투어를 기획한 계기는.
“지난해 5월 일본에서 올린 첫 단독 콘서트가 시작이었다. 그때 일본 제작사에 월드투어를 제안했더니 좋은 반응을 보였고, 중국에서도 긍정적인 답변이 왔다. 미국 공연은 뉴욕 카네기홀에서 하고 싶어 직접 대관을 알아보기도 했는데, 기획사와 미주 중앙일보의 도움으로 계약이 성사됐다.”
피아니스트와 함께하는 독창회 형식의 공연이다.
“화려한 무대 의상과 세트가 없어도 음악만으로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뮤지컬도 결국 음악극이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에서 장발장과 대립하는 경찰 자베르를 연기 중인 카이. [사진 (주)레미제라블코리아]

뮤지컬 ‘레미제라블’에서 장발장과 대립하는 경찰 자베르를 연기 중인 카이. [사진 (주)레미제라블코리아]

클래식 전공자인 점이 영향을 줬나.
“그런 면이 있다. 피아노 한 대만 두고 마이크 없이 노래하는 것에 익숙하다. 반대로 뮤지컬 배우는 마이크를 차고 무대를 누비며 노래하는 것이 기본이다. 5월에 공연하는 카네기홀 웨일 리사이틀 홀은 주로 독창회나 실내악 공연이 이뤄지는 곳이다. 클래식을 배우지 않았다면 이런 공연 기획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미 서부에서는 산타모니카의 더 브로드 스테이지에서 공연을 올린다.”
월드투어에선 어떤 넘버를 선보이나.
“어느 나라를 가든 한국 창작 뮤지컬 넘버를 최소 한 곡 이상 부를 예정이다. 안중근 의사의 일대기를 다룬 뮤지컬 ‘영웅’부터 ‘프랑켄슈타인’, ‘벤허’ 같은 작품들이다. 일본에서는 한일 양국에서 공연했던 뮤지컬 넘버를 일본어로 부른다. 중국은 아직 뮤지컬이 대중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오페라의 유령’ 같은 유명 작품 위주로 간다.”
미국 투어는 어떻게 꾸렸나.
“미국 뮤지컬이 성장하기 시작했던 게 1930년대다. 음악극의 흐름이 오페라에서 뮤지컬로 넘어가는 시기였는데 이때 ‘포기와 베스’ 같은 작품이 탄생했다. 오페라와 뮤지컬의 특징이 모두 담긴, 미국처럼 복합적인 작품이다. 나라의 특성에 맞춰 넘버를 골랐다.”
오페라 아리아도 부르나.
“국내 콘서트에서는 성악곡과 가요, 민요를 가리지 않고 불렀지만 이번 공연은 ‘뮤지컬 리사이틀’로 기획했다. 뮤지컬 넘버만 부른다.”
뮤지컬 ‘베토벤’에서 베토벤을 연기 중인 카이. [뉴스1]

뮤지컬 ‘베토벤’에서 베토벤을 연기 중인 카이. [뉴스1]

포장지는 클래식인데 알맹이는 뮤지컬이다.
“내가 추구하는 것이 뮤지컬의 클래식화다. 뮤지컬 음악을 순수하게 정제해 팬들께 보여드리고 싶다. 상업적이고 화려한 뮤지컬도 좋지만 덜어낸 뮤지컬, 어쿠스틱한 뮤지컬도 매력이 있다.”
보컬만으로도 자신이 있다는 의미인가.
“뮤지컬 무대에서는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소품과 의상, 조명, 무대 장치, 앙상블 배우들의 코러스가 중요한 요소다. 음향 효과도 풍부하게 쓸 수 있다. 독창회는 노래와 연기, 피아노 반주뿐이다. 그래서 관객이 음악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
클래식과 뮤지컬이라는 이중 정체성 때문에 어려움도 겪었을 것 같다.
“16년 전엔 그랬다. 그때만 해도 ‘크로스오버’나 ‘팝페라’ 같은 단어가 생소했다. “명문대 나와서 딴따라 됐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았다. 지금은 내가 좋아하는 예술을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하자는 주의다. 하나의 장르로 그 범위를 좁히고 싶지는 않다.”
‘레미제라블’ 공연도 하고 있는데 투어 준비가 벅차지 않나.
“‘레미제라블’ 공연이 끝나면 바로 가사 노트를 펼치고 익힌다. 그러면서 어떤 감정을 어떻게 전달하고 연기는 어떻게 할지 고민한다. 그 과정이 즐겁다.”
콘서트를 기다리는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내가 맛있게 먹은 음식을 팬들도 맛있게 먹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상을 차렸다. 맛있는 식사를 즐기는 마음으로 공연장에 와 주길 바란다.”
앞으로의 꿈은.
“뮤지컬을 더 많은 사람에게 소개하고 싶다. 공원에서 올리는 무료 공연도 재밌을 것 같다. 뮤지컬이 어느 순간부터 상업적인 성공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반대로 가는 경험도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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