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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달러대 등락” vs “100달러 간다”…유가 전망 뭐가 맞을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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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물가 쥐락펴락하는 유가

국내 정유업계가 올해 원유 가격이 배럴당 80달러대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해외 업계에서는 100달러까지 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국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압력으로 작용한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5일 에너지 정책당국에 따르면 국내 정유업계는 올해 원유(브렌트유 기준) 가격이 배럴당 80달러와 90달러 사이에서 오르내릴 것으로 보고 경영전략을 짜고 있다. 감산 연장 등 공급 감소의 영향으로 가격 상승 압박을 받겠지만, 글로벌 수요 둔화 등으로 심리적 저항선인 배럴당 90달러를 넘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책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도 올해 평균 원유 가격 전망치로 배럴당 약 83달러를 제시했다. 브렌트유 가격은 지난해 12월 12일 배럴당 73.24달러로 저점을 찍은 뒤 이달 4일 82.80달러까지 상승했다.

반면 해외에선 추가 상승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올여름 브렌트유 전망 최고치로 배럴당 87달러를 제시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2분기 95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고 봤다. 씨티그룹은 올해 배럴당 100달러까지 찍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최근 원유 가격 전망치를 높이는 주요 원인은 공급 감소세에 있다(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장)는 진단이 나온다. OPEC(석유수출국기구)과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당초 올해 1분기까지 예정했던 하루 220만 배럴 규모의 자발적 원유 감산을 2분기까지 연장하기로 지난 3일 발표했다. 최대 원유 소비국 중 하나인 중국의 경기침체로 수요가 줄어드는 데다, OPEC+와 경쟁 관계인 미국의 산유량이 증가하는 것에 대응하는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OPEC+를 주도하는 사우디아라비아는 대규모 건설사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유가를 끌어올려야 하는 처지다. 다른 주축국인 러시아는 유가를 띄워 전쟁 자금을 마련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과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봉쇄 등 지정학적 위험 등도 원유 가격의 상승 요인이다. 석유 중개업체 PVM의 타마스 바르가 애널리스트는 “(감산) 연장은 예상된 것이지만, 2분기까지 연장된 건 예상 밖”이라며 “원유 시장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만 OPEC+ 내 앙골라가 올해 1월 1일 탈퇴하는 등 분열 양상이 나타나고, 중국 등 주요국의 경제 성장세가 둔화하는 것은 원유 가격 상승을 완화하는 요소다.

원유 가격이 크게 오르면 국내 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KDI(한국개발연구원)는 “원유 가격이 상승하면 국내 가계 구매력 감소와 기업의 생산비용 증가를 유발한다”고 밝혔다.

고물가 현상이 이어지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여지가 다시 좁아진다. 그럴 경우 건설·부동산 분야의 회복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2일 ‘2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로 기존과 같은 2.1%를 제시하면서도 “올해 평균 원유 가격이 배럴당 90달러를 상회하면 성장률은 2.0%로 0.1%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불안정한 원유 가격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말 종료 예정이던 유류세 인하 조치를 2개월 더 연장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정유업계에서 기름을 주유소에 공급하는 단계에 대해 가격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항시 점검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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