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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북 비핵화 노력과정 여러 대화 모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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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함대지 순항미사일 토마호크를 탑재한 미 해군의 알레이버크급 이지스구축함인 히긴스함(DDG-76)이 5일 오전 제주해군기지에 입항해 있다. [뉴시스]

함대지 순항미사일 토마호크를 탑재한 미 해군의 알레이버크급 이지스구축함인 히긴스함(DDG-76)이 5일 오전 제주해군기지에 입항해 있다. [뉴시스]

미국 백악관이 4일(현지시간) “역내 및 전 세계를 더 안전하게 만들 수 있다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로 가는 과정에서 중간 단계의 조치(interim steps)도 고려할 용의가 있다”(4일 중앙일보-CSIS포럼)는 미라 랩-후퍼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오세아니아 담당 선임보좌관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국 NSC 대변인은 이날 중앙일보의 질의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동안 북한과 가치 있는 여러 대화를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여러 대화에는 한반도에서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의 위험을 줄이는 것을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도 5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 정권의 핵 프로그램 완전 폐기 의지가 확인된다면 이를 이행하는 조치들이 단계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임 대변인은 이어 “정부의 ‘담대한 구상’과 미국 측 관계자의 언급은 동일한 취지”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8월 광복절 경축사에서 처음 공개한 ‘담대한 구상’은 북한이 진정성을 갖고 비핵화 조치에 나설 경우 비핵화 협상과 동시에 한반도 자원-식량 교환 프로그램과 북한 민생 개선 시범사업을 가동하는 등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는 게 골자다.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첫해부터 북한에 ‘전제 조건 없는 대화’를 제의했지만 이후 이렇다 할 대북 제안을 한 적이 없다. 미국의 대외 정책에서 후순위로 밀려 있던 북한 문제에 대해 백악관이 구체적인 제안을 하자 관심은 북한의 반응에 모아지고 있다.

2020년 1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국경을 폐쇄한 북한은 최근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 유럽 국가들과 소통을 재개했다. 또 유엔이 북한과 관련된 국제기구의 업무를 조정하는 상주조정관에 조 콜럼바노 전 유엔 중국 상주조정관실 수석을 임명하자 이를 승인했다.

다만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백악관의 제안이 북한의 진정성 있는 비핵화 의지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2019년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이후 앞으론 비핵화 협상이 아닌 핵군축 협상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표명한 바 있다.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국이 4년째 아무런 대화 없이 얼어있는 북·미 관계에 균열을 만들 용의가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미 대선 전까지 의미 있는 대화가 오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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