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우러스로 크림대교 공격" 獨 공군회의, 러 유출경위 전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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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수 기자

독일의 장거리 미사일 '타우러스'로 크림대교를 공격하는 구체적 방안을 논의하는 독일 공군의 내부 회의 내용이 외부로 유출된 경위가 독일 정부의 조사 결과 밝혀졌다.

독일의 타우러스 미사일. AP=연합뉴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공군 회의에 참석한 관계자 중 한명이 암호화되지 않은 개방형 채널을 통해 접속하면서 회의 내용이 유출됐다고 전했다.

해당 참석자는 작전·훈련 참모인 프랑크 그래페 준장으로, 당시 에어쇼 참가를 위해 싱가포르의 한 숙소에 머물다 내부 회의에 접속했다. 회의에는 잉고 게르하르츠 참모총장도 접속한 상태였다.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당시 화상회의는 해외 서버를 거치지 않았고, 그레페 준장이 휴대전화 등으로 접속을 시도했다고 전했다.

해당 회의는 사설업체 플랫폼인 웹엑스를 통해 진행됐다. 독일 국방부 조사 결과, 웹엑스의 화상회의에 전화로 참여할 경우 발신자와 수신자 사이 데이터 유출을 막는 종단간 암호화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이번 사건의 원인은 '개인적 사용 실수'이며 징계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예비조사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독일 정부는) 공무용으로 인증된 버전의 웹엑스를 사용한다"면서 "동신 시스템은 손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부 장관. AP=연합뉴스

아울러 도청 주체로는 러시아 정보 기관을 사실상 지목했다.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싱가포르 에어쇼에는 유럽 각국 군 관계자들이 참석했고, 러시아 정보 기관에게 이런 환경은 좋은 먹잇감이 됐다"면서 러시아 측이 광범위한 정보 활동을 벌이는 과정에서 독일 공군의 회의를 포착한 것으로 추측했다.

한편 유출된 회의 내용의 녹취본은 지난 1일 러시아 국영방송사 RT에서 공개됐다. 이후 러시아는 독일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 개입한다는 증거라며 독일에 연일 공세를 퍼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