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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식기 절단에 집단 강간까지"…유엔 밝힌 하마스 기습 당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본토를 기습했던 지난해 10월 7일 당시, 이스라엘 인질과 주민을 집단 강간하고 생식기를 훼손하는 등 무도한 성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확인됐다고 유엔이 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스라엘 남부 노바 음악 축제에서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피해자들이 살해된 현장. AP=연합뉴스

이스라엘 남부 노바 음악 축제에서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피해자들이 살해된 현장. AP=연합뉴스

이날 프라밀라 패튼 유엔 성폭력 특사는 유엔 홈페이지에 24쪽 분량의 보고서를 올리고 "기습 당일, 이스라엘 지역 최소 3곳에서 하마스가 인질들에게 '강간과 성적 고문'을 자행했다는 믿을만한 근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간 하마스는 자신들이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비판을 부인해왔다.

해당 보고서는 9명으로 구성된 유엔 성폭력 조사팀이 지난 1월 29일부터 지난달 14일까지 17일간 이스라엘과 요르단강 서안 지구를 방문 조사한 결과물이다. 조사팀은 이스라엘 기관과 33차례 회의를 하고 하마스의 기습을 겪은 생존자와 목격자, 석방된 인질, 이들을 치료한 의료진 등 34명을 인터뷰했다. 또 당시 공격과 관련된 사진 5000장과 50시간 분량의 영상을 검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피해 지역 곳곳에선 허리 아래가 완전히 나체이거나 부분적으로 나체인 여러 시신이 발견됐고 이들 중 대다수가 여성이었다. 시신들은 손이 묶이고 온몸에 여러 발의 총을 맞은 흔적이 있었으며 머리에 총상을 입은 경우도 있었다.

특히 하마스 습격 장소 중 하나인 네게브 사막의 노바 뮤직 페스티벌 현장과 그 주변엔 여러 건의 성폭력 사건과 집단 강간에 대한 믿을만한 근거가 있다고 전했다. 여러 명의 목격자 증언에 따르면, 여성들의 시체는 대부분 완전히 발가벗겨졌고 허리 아래가 완전히 드러난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 공격 당시 하마스에 의해 파괴된 차량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 공격 당시 하마스에 의해 파괴된 차량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페스티벌 현장에서 벗어나는 길인 232번 도로 주변엔 생식기를 훼손당한 시신들이 발견된 것으로 조사됐다. 패튼 특사는 "아직까진 식별 가능한 흔적은 확인할 수 없지만 이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마스의 또다른 습격 현장인 키부츠림에서도 성폭력과 집단 강간 흔적을 확인했다. 다만 현지 매체 등에서 보도된 일부 피해 사실에 대한 근거는 확보하지 못했다. 일례로, 하마스의 공격에 임신한 여성의 자궁이 찢어진채 열렸고 태아가 뱃속에서 찔려 사망했다는 주장 등은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패튼 특사는 "발가벗겨지고 손이 묶인 채 총에 맞은 여성 피해자가 반복적으로 발견되고 있어, 이는 성고문 또는 비인도적이고 굴욕적인 성폭력이 발생했다는 정황 증거"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시의 실제 상황이 모두 드러나려면 몇 달 혹은 몇년이 걸릴 수 있다"고도 말했다.

아울러 패튼 특사는 이스라엘 서안지구에서는 이스라엘 보안군과 정착민들이 팔레스타인인들을 상대로 성폭력 행위를 저질렀다는 증언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 외무부 대변인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AP통신은 해당 보고서가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의 기습이 발생한 뒤 거의 5개월만에 나왔다고 전했다. 당시 이스라엘인 1200여명이 사망하고 250여명이 인질로 끌려갔다. 이후 이스라엘군과 하마스간 전쟁으로 가자지구에서 현재까지 3만여 명이 사망했고, 가자 전체 인구 230만 명 중 4분의 1 이상이 기아에 직면했다.

한편 이스라엘군은 이날 서안지구의 라말라를 한밤중에 급습해 팔레스타인 주민을 유혈 진압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라말라 인근 아미라 난민촌에서 16살 소년이 숨지고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난민촌에서 6시간 동안 대테러 작전을 벌인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이스라엘의 공격은 이슬람 금식성월 라마단을 앞두고 하마스와 진행 중인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미국과 이집트, 카타르 등은 라마단이 시작되는 이달 10일 이전 휴전을 타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4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서 군사 작전 중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EPA=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서 군사 작전 중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EPA=연합뉴스

하지만 이스라엘 측은 하마스에 석방 대상 인질 명단 공개를 요구하고, 하마스 측은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완전 철수를 주장하는 등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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