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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김혜경 배우자실 부실장’ 호남 낙하산 공천한 민주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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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씨가 지난달 26일 오후 경기 수원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첫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씨가 지난달 26일 오후 경기 수원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첫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씨의 일정·수행 담당 ‘여성전략특구’ 공천

이재명 팬카페도 “문제”, 아내 방탄 논란까지

더불어민주당의 4·10 총선 사천(私薦) 논란에 기름을 붓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재명 대표 부인 김혜경씨 비서의 낙하산 공천 논란이 터져나오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1일 심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 지역구를 ‘여성전략특구’로 지정했다. 그러곤 바로 예비후보인 권향엽 민주당 여성리더십센터 소장을 단수 공천하기로 의결했다. 권 후보는 지난 대통령선거 당시 이재명 후보의 배우자실 부실장으로 김씨의 일정과 수행을 담당했다.

여성전략특구 지정은 이번 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전례 없던 일이다. 당일 회의에선 “권 후보의 경쟁력이 약해 경선에 붙여보는 게 맞지 않냐”는 의견도 나왔지만, 지도부가 밀어붙였다고 한다. 컷오프된 서동용 의원은 KBS광주-한국갤럽 신년 여론조사(2023년 12월 29∼30일)에서 28%의 지지율로 7%의 권 후보에게 우세를 보였다. 한 달쯤 뒤 여수·목포MBC-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 조사(1월 28∼29일)에선 지지율 26%로 역시 12%의 권 후보를 앞질렀다. 이 같은 지속적인 지지율 격차에다 서 의원이 의원평가 ‘하위 20%’에도 들지 않은 점 등을 보면 누구라도 고개가 갸웃하지 않을 수 없다.

서 의원은 “단 한 차례도 언급되지 않았던 ‘여성전략특구’라는 것을 들고나와 일방적으로 단수 후보를 추천하는 것이 시스템 공천인가”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당내에선 “안 그래도 사천 논란으로 시끄러운데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심지어 이 대표 팬카페에서도 “오해받을 소지가 크다”는 비판 글이 올라오면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김혜경씨는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지난달 26일부터 재판을 받고 있다. 또 이 대표 사법 리스크를 관리해 온 박균택 전 광주 고검장과 양부남 전 부산고검장은 경쟁 후보들의 반발에도 신인 가점 10%에 추가 가점 10%를 등에 업고 경선 레이스에 들어간 상태다. 여당에선 “이 대표 사법 리스크 방탄도 모자라 이제는 당 대표 부인 사법 리스크까지 대비하는 것이냐”며 공세를 편다. 게다가 불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4선 중진 우상호 의원은 어제 “공천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일부 훼손되었다는 지적이 타당하다”면서 “비례대표 공천마저 밀실의 소수가 결정하는 과거 방식으로 하려 한다”며 지도부의 설명을 요구했다.

지금까지 민주당 지도부 주요 인사 23명 중 21명이 경선 없이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친명계 핵심 당직자 그룹에선 경선을 치를 박성준 대변인을 제외한 전원이 공천권을 거머쥐면서 ‘친명횡재, 비명횡사’ 반발은 더욱 커져 간다. 이런 장면들이 과연 이 대표가 그동안 자화자찬해 온 시스템 공천의 결과인지 민심은 냉철히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