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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인생 조준한 진종오 “도쿄올림픽 이후 은퇴 결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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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사격 황제’ 진종오가 4일 열린 은퇴식에서 눈시울을 붉혔다. 올림픽에서 4개의 금메달을 따낸 그는 한국 사격의 전설이다. [뉴스1]

‘사격 황제’ 진종오가 4일 열린 은퇴식에서 눈시울을 붉혔다. 올림픽에서 4개의 금메달을 따낸 그는 한국 사격의 전설이다. [뉴스1]

올림픽 금메달 4개를 목에 건 명사수 진종오(44)가 총을 내려놓는다. 이제는 표적지 대신 제2의 인생을 정조준한다.

진종오는 4일 서울 성동구 브리온컴퍼니 본사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열고 “도쿄올림픽 이후 은퇴를 결심했다. 당시엔 파리올림픽까지 도전하겠다고 말했지만, 이제 (권총을) 내려놓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진종오는 도쿄올림픽 이후엔 KT를 떠나 서울시청 소속으로 대회에 나섰다. 그러나 지난해 9월 경찰청장기 전국사격대회를 끝으로 총을 내려놓았고,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 은퇴 의사를 밝혔다.

진종오는 2004 아테네올림픽 권총 50m에서 은메달을 따냈고, 2008 베이징올림픽에선 금메달을 차지했다. 2012 런던올림픽에선 권총 50m 2연패에 성공했고, 공기 권총 10m에서도 금을 따 2관왕에 올랐다. 2016년 리우올림픽에선 권총 50m 3연패에 성공했다.

올림픽 메달 6개(금 4, 은 2개)를 따낸 진종오는 ‘신궁’ 김수녕(양궁·금 4·은 1·동 1개)과 함께 역대 한국 선수 가운데 올림픽 개인 최다 금메달(4개) 기록을 세웠다. 총 메달 수에서도 6개로 공동 1위다. 올림픽 사격 역사상 단일 종목에서 3회 연속 금메달을 따낸 건 진종오가 최초다.

그러나 2021년 열린 2020 도쿄올림픽에선 진종오의 주 종목인 권총 50m가 없어졌다. 자기 뜻과는 상관없이 5개 대회 연속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진종오는 “사격 선수에게 치명적인 노안이나 수전증은 없었지만, 이제 물러나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진종오는 이날 의미있는 물품을 공개했다. 처음 선수로 활동한 1995년부터 쓴 ‘사격 일기’가 대표적이었다. 진종오는 “마지막 경기를 치르고, 은퇴 일기를 썼다. 이제 더는 선수로 못 뛸 거라는 생각에 슬픈 일기를 썼다”며 “경쟁자들에겐 보여주지 못했지만, 이제는 후배들과 공유하고 싶다”고 했다. 아내가 선물한 공로패를 내보이며 쑥스럽게 웃기도 했다.

진종오는 리우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뒤 제2의 인생을 준비했다. 체육학 석사 및 박사 과정을 밟았고, 대한체육회와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로 일했다. 올해 1월 열린 2024 강원 겨울청소년올림픽 공동 조직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행정가로서 미래를 준비 중인 진종오는 “우리 아이들의 체력이 약해졌다. 아이들이 많이 뛰어놀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다. 그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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