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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1.5조 투자에, 토요타 “묻고 더블로”…남미 車허브 뜬 이곳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이 브라질 브라질리아 대통령 집무실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가운데), 제랄도 알크민 브라질 부통령과 'N비전74'(고성능 수소 하이브리드 롤링랩) 모형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브라질정부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이 브라질 브라질리아 대통령 집무실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가운데), 제랄도 알크민 브라질 부통령과 'N비전74'(고성능 수소 하이브리드 롤링랩) 모형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브라질정부

브라질에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투자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만나 1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한 지 일주일여 만에, 글로벌 완성차 1위 일본 토요타는 그 2배 규모의 투자 계획을 내놨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제랄도 알키민 브라질 부통령 겸 산업부 장관을 인용해 “토요타가 향후 수년간 브라질에 110억 헤알(22억 달러·약 3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오는 5일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현지 언론은 토요타가 상파울루주 소로카바 공장에서 하이브리드·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 신모델을 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토요타 60년 전 첫 해외 진출기지 

브라질은 토요타가 1962년 첫 해외 진출지로 택한 곳이다. 토요타는 60년 넘게 가동하던 상베르나르도 공장을 지난해 11월 폐쇄하고, 대신 이번 투자로 다른 생산기지의 인프라를 첨단화할 예정이다. 이미 상파울루주 소로카바·인다이아투바 등에서 연 24만대 규모의 완성차 생산공장을 운영 중이기도 하다. 알키민 부통령은 “토요타의 투자로 2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새 모델을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일본 토요타 공장에서 작업자들이 차량 조립을 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토요타 공장에서 작업자들이 차량 조립을 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토요타에 앞서 한국 현대차와 독일 폭스바겐,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중국 비야디(BYD) 등도 최근 브라질에 투자 계획을 내놨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달 22일 브라질을 찾아 투자를 약속하며 “수소 및 친환경 모빌리티 분야에서 현대차그룹이 기여할 부분이 있으면 적극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정의선 첫 해외 프로젝트도 브라질

정 회장은 2009년 부회장에 오른 이후 첫 해외 사업으로 브라질 진출을 맡으며 인연을 맺었다. 현대차는 2012년부터 피라시카바시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데, 성공적이라고 하기엔 애매하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현대차의 전세계 공장 중 가동률 100% 미만인 곳은 브라질(94.6%)과 베트남(56.7%)·인도네시아(66.1%) 등 세 곳 뿐이다. 현대차는 이번 투자를 통해 현지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해 힘을 싣겠다는 방침이다.

GM도 브라질에 2028년까지 70억 헤알(약 14억2000만 달러)을 투자하겠다고 지난 1월 발표했다. “남미 최대 경제 지역의 차량 포트폴리오를 완전히 바꾸겠다”는 포부다. 폭스바겐 역시 당초보다 규모를 배로 늘린 160억 헤알(약 32억3000만 달러)을 2028년까지 투자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하이브리드·전기차 생산 기반을 확충할 계획이다. 지난해 중국 비야디(BYD)는 미국 포드가 2021년 철수한 공장시설 인수했다. BYD는 이르면 올해 말부터 이곳에서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2012년 현대차 브라질 공장 준공식 당시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왼쪽 둘째)이 생산된 HB20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그룹

2012년 현대차 브라질 공장 준공식 당시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왼쪽 둘째)이 생산된 HB20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그룹

현대차 브라질 공장 직원들이 남미 시장용 전략‘HB20’을 조립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

현대차 브라질 공장 직원들이 남미 시장용 전략‘HB20’을 조립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

車구매력 있고, 원자재도 풍부  

완성차업계가 브라질로 앞다퉈 달려가는 데는 이유가 있다. 브라질은 세계 7위의 인구 대국(2억1700만명)으로 국내총생산(GDP) 1조8747억 달러(2022년 기준 세계 9위)인 중남미 최대 경제대국이다. 내수 시장이 큰 데다, 브라질에 생산기지를 두면 자동차 수요가 점차 커지고 있는 인접 중남미 국가로의 수출도 노릴 수 있다. 여기에 브라질은 차량 제조에 필요한 철강·알루미늄 등 원자재가 풍부하고, 매장 자원도 많아 전기차용 배터리 제조를 위한 밸류체인을 갖추기도 용이하다.

최근 룰라 정부가 친환경·저탄소를 위한 신산업화 정책을 추진하는 것도 산업계에겐 ‘당근책’으로 작용한다. 브라질 정부는 올해 초 이른바 ‘브라질판 인플레이션금지법(IRA)’으로 불리는 ‘무버’(MOVER·그린모빌리티 혁신) 프로그램을 시작하며, 차량 제조업체에 약 190억 헤알(40억 달러·약 5조3000억원)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멕시코와 브라질을 중심으로 아메리카 대륙의 차량 산업이 지속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멕시코 생산기지는 북미 시장을 타깃으로 한 고급 차종이, 브라질은 중남미 시장을 위한 보급형 차종이 위주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중국 비야디(BYD)는 미국 포드가 2021년 철수한 공장시설 인수했다. BYD는 이르면 올해 말부터 이곳에서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중국 비야디(BYD)는 미국 포드가 2021년 철수한 공장시설 인수했다. BYD는 이르면 올해 말부터 이곳에서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친환경車 잠재력 크지만, 생산 인프라 취약

다만 전문가들은 투자확대가 차량 산업에 국한됐을 뿐, 브라질 산업 전반의 성장을 이끌기엔 부족하다고 평가한다. 박미숙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박사는 “브라질은 과거부터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진출이 많았다. 중남미에서 가장 큰 시장이기도 하지만, 수출로 진입하기엔 관세가 높기에 현지 제조기지를 만드는 것”이라며 “현재 브라질에선 바이오 오일 기반 하이브리드차가 대세인데, 친환경 차량의 잠재성 때문에 시장 선점을 위해 최근 투자가 늘어나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브라질 정부가 산업기반 확대를 위해 인센티브 정책 등을 지속해서 내놓고 있지만, 인프라가 취약해 다른 국가보다 제조 기지로의 경쟁력은 크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라며 “최근엔 정부 주도의 투자촉진책에 대한 회의론도 커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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