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누명 쓰고 숨진 교사… 尹, 7년 만에 한 풀어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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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31일 전북교육청 앞에서 전국학부모교육시민단체연합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송경진 교사 사망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7년 8월 31일 전북교육청 앞에서 전국학부모교육시민단체연합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송경진 교사 사망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 송경진 교사 근정포장 추서 

"드디어 선생님 명예가 회복됐습니다. 더는 이런 비극적이고 참담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서거석 전북교육감)
"이제는 부산 교육 수장으로서 선생님 그리고 교직원들이 이러한 어려움을 혼자 겪지 않도록 함께하며 지켜드리겠습니다."(하윤수 부산교육감)

서거석 전북교육감과 하윤수 부산교육감이 7년 전 제자 성추행 의혹으로 전북교육청 조사를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송경진(사망 당시 54세) 교사의 대통령 근정포장 수여 소식을 전하며 SNS(소셜미디어)에 남긴 말이다. 4일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 명의로 고인에게 근정포장을 추서했다. 전북교육청은 지난 1월 송 교사 유족 뜻에 따라 정부 포상과 순직 특별승진을 신청했다.

정부가 고 송경진 교사에게 수여한 대통령 근정포장. 사진 고 송경진 교사 유족

정부가 고 송경진 교사에게 수여한 대통령 근정포장. 사진 고 송경진 교사 유족

하 교육감, 한국교총 회장 때 유족 지원   

하 교육감은 지난 3일 페이스북에 "7년 전 제가 한국교총 회장 재직 당시 (전북교육청) 학생인권옹호관 횡포를 견디다 못해 세상을 등진 송경진 선생님 한을 이제야 풀게 돼 정말 기쁘다"고 했다. 하 교육감은 2016년 6월부터 2019년 6월까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을 지냈다.

앞서 서 교육감도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에 "송경진 선생님의 안타까운 소식은 지난 7년 동안 전북 교육계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며 "교육감 취임 직후부터 이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잘못된 일이 있었다면 바로잡는 게 당연하다"고 적었다.

하윤수 부산교육감이 한국교총 회장일 때 전북교육청을 향해 송경진 교사 죽음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은 하윤수 부산교육감 페이스북 캡처.

하윤수 부산교육감이 한국교총 회장일 때 전북교육청을 향해 송경진 교사 죽음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은 하윤수 부산교육감 페이스북 캡처.

경찰 '무혐의 처분'…교육청, 징계 강행

전북 부안의 한 중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던 송 교사는 2017년 8월 5일 김제시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제자들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에 대해 경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렸는데도 전북교육청이 징계 절차를 밟자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 사건은 2017년 4월 19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학부모 한두 명이 '송 교사가 여학생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다'고 문제를 제기한 게 발단이 됐다. 학교 측은 여학생 7명과 면담한 결과를 바탕으로 같은 날 부안교육지원청과 부안경찰서에 신고했다. 당시 이 학교 전교생 19명 중 여학생은 8명이었다. 신고 이튿날부터 출근 정지를 당한 송 교사는 그해 4월 24일부터 7월 24일까지 석 달간 직위해제 상태로 지냈다.

전북경찰청은 그해 4월 24일 '혐의없음'으로 내사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같은 시기 성추행 신고를 접수한 전라북도 학생인권교육센터는 직권으로 조사를 강행했다. 송 교사는 조사 내내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인권센터는 "송 교사가 성희롱했다"고 판단했다. 전북교육청은 그해 8월 3일 송 교사에게 감사 일정을 통보했다.

학생이 쓴 탄원서 사본. 사진 고 송경진 교사 유족

학생이 쓴 탄원서 사본. 사진 고 송경진 교사 유족

법원, 공무상 사망 인정 

아내 강모씨는 "교육청과 인권센터가 무리한 조사로 남편에게 누명을 씌우고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며 인사혁신처에 순직유족급여 지급을 청구했으나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다. 법원은 송 교사 죽음을 '공무상 사망(순직)'으로 인정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는 2020년 6월 19일 강씨가 인사혁신처장을 상대로 낸 순직유족급여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망인은 업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학생들과 신체 접촉에 관해 조사를 받으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불안과 우울 증상이 유발됐다"며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고 송경진 교사 빈소 모습. 사진 고 송경진 교사 유족

고 송경진 교사 빈소 모습. 사진 고 송경진 교사 유족

김승환 전 교육감 사과 거부 

재판부는 "학생인권교육센터 조사 결과 수업 지도를 위해 한 행동이 망인의 목적이나 의도와 무관하게 성희롱 등 인권 침해 행위로 평가됨에 따라 30년간 쌓아온 교육자가 지녀야 할 자긍심이 부정되고, 소명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상실감과 좌절감으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순직 판결 후 유족과 한국교총 등은 당시 김승환 전북교육감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김 교육감은 같은 해 7월 2일 기자회견에서 "인사혁신처가 항소하면 전북교육청도 보조로 참가하겠다"고 맞섰다. 그러나 인사혁신처는 항소를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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