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성득 "文·尹 틀어진 결정적 계기는 울산시장 선거개입 수사"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문재인 전 대통령과 틀어지게 된 결정적 계기가 2018년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수사'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에 반발한 윤 대통령이 조 전 장관의 배우자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를 기소하겠다고 문 전 대통령과 독대 중 발언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함성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이 4일 발간한 저서 '위기의 대통령'

함성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은 4일 발간한 저서 『위기의 대통령』에서 "당시 청와대 고위층 인사는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을 울산에서 서울로 이첩하면 '문 대통령에게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뜻을 검찰 수뇌부에 전달했다"며 "하지만 윤석열 총장은 이러한 위협에 전혀 개의치 않고 원칙대로 사건을 울산에서 서울로 옮겨오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친문 실세들, 청와대 참모, 그리고 여권 지도부 등은 윤석열 총장을 '제거해야 하는 적'으로 간주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청와대가 문 전 대통령의 측근인 송철호 전 울산시장 당선을 위해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 등에 대한 수사를 지시해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다.

저서는 당시 조국 법무부 장관의 인사청문회였던 지난 2019년 9월 6일 오후 검찰총장이던 윤 대통령이 문 전 대통령을 직접 만나 장관 임명을 만류했다는 구체적인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저서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당시 자리에서 "그럼 조국 수석이 위선자인가"라고 물었고, 윤 대통령은 "내 상식으로는 조국이 잘 이해가 안 된다"고 대답했다.

또 윤 대통령이 "조국의 부인 정경심을 기소하겠다"고 보고하자 문 전 대통령은 "꼭 그렇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고, 윤 대통령은 "법리상 그렇게 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정 교수는 당일 오후 10시50분 기소됐다.

함 원장은 저서에서 "둘의 단독 만찬은 친문 핵심 실세들과 청와대 참모들이 반대했으나 문 대통령의 결단을 통해 이뤄졌다"며 "문 대통령이 '정경심 기소'를 사실상 승인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함 원장은 정보 출처에 대해 "당시 집권 세력 관계자들과 검찰총장직을 사퇴한 윤석열 전 총장에게 궁금한 사항들을 직접 질문했다"고 지난달 29일 한국일보에 말했다. 그는 "노영민 비서실장, 윤건영·양정철을 비롯한 친문 핵심 실세들, 이해찬 당대표, 조국 등은 (단독 회동을) 알고 있었다"며 "그간의 사정을 파악했고 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냈다"고 주장했다. 다만 노영민 전 실장은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부인했고, 문 전 대통령 측 관계자도 "자신이 알 위치에 있지 않다"고 했다.

대통령학의 대가로 꼽히는 함 원장은 윤 대통령이 한남동 관저로 이사하기 전까지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교류가 활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