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중에도 물밑 대화…정부, 의협부터 먼저 만나라" [VIEW]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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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이 집단 이탈로 혼란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3일 오후 대전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와 보호자가 복도를 이동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이 집단 이탈로 혼란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3일 오후 대전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와 보호자가 복도를 이동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의대 증원을 둘러싼 대치가 가팔라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회원들(주최 측 추산 4만 명, 경찰 추산 1만2000명)이 3일 서울 여의도에서 의대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 궐기대회를 열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불법적으로 의료 현장을 계속 비우면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정부의 의무를 망설임 없이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공의 복귀시한(2월 29일)이 지났지만 대부분 응하지 않아 4일 면허정지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사전통지-진술' 절차를 거쳐 실제 면허정지로 이어지면 전임의(세부전공 전문의)·교수 이탈로 치달을 수 있다.

지금은 '2000 대 0'이다. 정부의 2000명 증원 방침은 확고하다. 의료계는 백지화로 맞선다. 정부는 여론의 지지와 엄정대응 원칙을, 의료계는 진료 독점권을 최대한 활용하는 모양새다. 이 틈바구니에서 수술이 연기된 암·심장병 등의 중증환자의 가슴은 타들어간다. 양측 간극을 좁히려면 마주앉는 게 중요하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의료계에 "대표단을 구성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일주일 지났지만 한발도 못 나갔다. 의료계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의사협회는 개원의사 중심 조직이다. 전공의는 모래알 같다. 2020년 파업 때와 달리 대표 조직이 사실상 없다. 정부의 집단행동 교사(남을 꾀거나 부추겨 나쁜 짓을 하게 함) 처벌 경고가 강력하다. 의료계는 대표단을 꾸릴 여력이 없다. 정부도 도우려 나서지 않는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지난달 29일 전공의와 대화에 나섰지만 어설프게 끝났다.

문영수 적십자의료원장은 "의사협회가 개원의 중심 단체이긴 하지만 그래도 정부가 대표성을 인정하고 대화를 시작하는 게 맞다"며 "그 다음에 전공의-대학교수 순으로 대화 채널에 포함시키면 된다"고 말한다. 의료법 28조는 "의사는 의사회(중앙회)를 설립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 중앙회가 대한의사협회이다. 미우나 고우나 법이 정한 대표단체가 의협이다. 대통령실은 "의협이 대표성을 갖기 어렵다"고 말한다. 의협마저 부정하면 지금의 대치 국면이 이어져 서로 갈길만 가게 된다.

모래알 의료계를 한 군데로 모으는 것도 정부의 몫이다. 모 의대 학장은 "전쟁 중에도 물밑대화를 하는 법"이라며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의협도 장외집회에 매달리면 국민의 괴리감만 키우게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어쩔 수 없지요. 의사가 돌아오길 기다리는 수밖에." 폐암 수술이 무기 연기된 환자의 하소연이다. 이 넋두리가 언제 분노로 바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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