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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속한 12년 세월…최하위로 끝난 앤서니 김의 필드 복귀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LIV 골프 제다 대회를 통해 12년 만의 필드 복귀전을 치른 앤서니 김. 사진 LIV 골프

LIV 골프 제다 대회를 통해 12년 만의 필드 복귀전을 치른 앤서니 김. 사진 LIV 골프

‘돌아온 탕아’ 앤서니 김(39·미국)이 필드 복귀전에서 실망을 남겼다. 막대한 계약금을 받고 출전한 LIV 골프 데뷔전에서 최하위 불명예를 썼다.

앤서니 김은 지난 3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로열 그린 골프장에서 끝난 LIV 골프 제다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2개와 보기 6개로 4타를 잃어 16오버파 53위를 기록했다. 앞서 1라운드와 2라운드에서 내리 6타씩을 잃은 뒤 마지막 날에도 타수를 줄이지 못하면서 사흘 내내 최하위로 처졌다. LIV 골프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달리 54홀만 치른다.

이번 대회 우승은 17언더파를 친 칠레의 호아킨 니만이 차지했다. 2라운드에서 버디만 6개를 잡아 13언더파 단독선두로 점프한 뒤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1개로 4타를 더 줄여 정상을 밟았다. 우승 상금은 400만달러(약 53억원)다.

지난 12년간 잠적하다시피 은둔의 세월을 보낸 앤서니 김은 한때 PGA 투어에서 촉망받는 천재로 불렸다. 2006년 프로 전향 후 처음 출전한 발레로 텍사스 오픈에서 준우승했고, 23살이던 2008년에는 와코비아 챔피언십과 AT&T 챔피언십을 연거푸 제패해 떠오르는 샛별이 됐다.

앤서니 김은 특히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와의 라이벌 구도로 주목받았다. 2007년 한 인터뷰에서 자신을 “호랑이를 잡으러 온 사자”라고 소개해 대립각을 세웠다. 이후 우즈와는 전혀 다른 돌출 행동과 언변, 플레이 스타일 등으로 골프팬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안겼다.

그러나 앤서니 김은 2012년 5월 웰스파고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기권을 선언한 뒤 필드로 돌아오지 않았다. 사실상의 은퇴를 놓고 골프계에선 설왕설래가 계속됐다. 이유는 몇 년 뒤에야 밝혀졌다. 아킬레스건 수술 등으로 부상 보험금 1000만달러를 수령했는데 만약 선수로 복귀하면 이를 반납해야 한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LIV 골프 제다 대회를 통해 12년 만의 필드 복귀전을 치른 앤서니 김(오른쪽). 사진 LIV 골프

LIV 골프 제다 대회를 통해 12년 만의 필드 복귀전을 치른 앤서니 김(오른쪽). 사진 LIV 골프

이후 10년 넘게 두문불출한 앤서니 김을 필드로 돌아오게 한 이는 LIV 골프의 수장 그렉 노먼이었다. 최근 앤서니 김과 직접 만나 현역 컴백을 설득했고 끝내 마음을 돌렸다. 전격 복귀 뒷면에는 LIV 골프가 보험 위약금 1000만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계약금을 지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고 전해진다. PGA 투어의 대항마로 탄생한 LIV 골프는 필 미켈슨과 브룩스 켑카, 더스틴 존슨 그리고 최근 영입한 존 람까지 뛰어난 스타들이 많지만, 여전히 흥행 측면에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설 속의 인물처럼 굳어진 앤서니 김을 극진히 대우한 이유다. 이번 대회 개막을 앞두고 이안 폴터는 앤서니 김을 ‘네스호 괴물’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사막의 필드에서 장발의 헤어스타일로 등장한 앤서니 김은 그러나 시간적 공백을 메우지는 못했다. 1라운드에서 버디 1개와 보기 7개로 6오버파를 기록한 뒤 2라운드에서도 버디 1개와 더블보기 2개, 보기 3개로 6타를 잃었다. 마지막 날에는 그나마 버디 2개를 잡았지만, 보기가 6개 나와 반전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클럽을 짧게 잡는 특유의 스윙은 그대로였지만, 정확도는 떨어져 보였다. 1라운드 5번 홀(파4)에선 섕크가 나오기도 했다. 컷 탈락이 있는 대회라면 진작 집으로 돌아갔을 성적이지만, LIV 골프에는 컷 탈락이 없다.

앞서 앤서니 김은 1라운드를 마친 뒤 “내가 어떤 기대도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너무 많은 실수를 해 실망스럽다. 특히 내 장점은 아이언샷인데 이를 전혀 살리지 못했다”고 했다.

최종라운드가 끝난 뒤 AP통신은 “LIV 골프와 계약하기 전까지 12년간 실전을 소화하지 않았던 앤서니 김은 선두 니만과 무려 33타 차이가 났다. 사흘간 잡은 버디는 단 4개였다”고 비꼬았다. LIV 골프는 “12년 만의 복귀전에서 6오버파를 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앤서니 김은 전설적인 재능을 다시 보여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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