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연습경기 맞아? 한·일 야구 보러 2.7만명 모였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7면

3일 후쿠오카에서 열린 두산과 소프트뱅크와의 스페셜 매치에서 기념 촬영을 하는 이승엽 감독(왼쪽)과 고쿠보 감독. [사진 두산 베어스]

3일 후쿠오카에서 열린 두산과 소프트뱅크와의 스페셜 매치에서 기념 촬영을 하는 이승엽 감독(왼쪽)과 고쿠보 감독. [사진 두산 베어스]

“와, 야구장이 정말 크네요.”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3일, 일본 후쿠오카 페이페이돔으로 들어선 두산 베어스 선수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두산은 이날 일본 프로야구 명문 구단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스프링캠프 스페셜 매치를 벌였다. 일반적인 연습 경기는 각 팀이 훈련지로 쓰는 간이 구장에서 치르지만, 이 경기만큼은 달랐다. 소프트뱅크가 정규시즌 홈으로 쓰는 메인 구장에서 2만7227명의 유료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열렸다.

이 경기는 소프트뱅크의 제안으로 성사됐다. 김태룡 두산 단장은 야구계에 잘 알려진 ‘일본통’이다. 김 단장은 “30년 전부터 친분을 쌓아온 관계자가 소프트뱅크에서 선수단 일정을 책임지는 자리로 승진했다”며 “그분으로부터 두 팀이 한 번 제대로 붙어 보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았고, 우리도 흔쾌히 응했다”고 귀띔했다.

소프트뱅크는 2차 캠프지 미야자키에서 후쿠오카로 이동한 두산을 위해 항공권과 숙박비는 물론 선수단 이동에 필요한 버스 등을 모두 지원했다. 두산 관계자는 “우리 돈을 지출한 건 선수단 식사비 정도”라고 했다.

김택연

김택연

이승엽 두산 감독과 고쿠보 히로키 소프트뱅크 감독 사이의 인연도 남다르다. 이 감독이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막 입단했던 2006년, 고쿠보 감독은 요미우리에서 타 구단 출신 최초로 주장을 맡아 한솥밥을 먹었다. 이 감독과 고쿠보 감독은 이날 경기 전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포옹했다.

두산은 이날 에이스 곽빈을 선발 투수로 내세우고, 양의지·양석환·정수빈·헨리 라모스 등이 총출동하는 베스트 라인업을 꾸렸다. 이승엽 감독은 “처음엔 젊은 선수 위주로 내보내 경험을 쌓게 할 생각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 경기에 유료 관중이 들어오고, 소프트뱅크도 1군 베스트 멤버를 내세운다는 소식에 마음을 바꿨다.

두산은 또 소프트뱅크와의 대결이 선수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거라고 봤다. 이 감독은 “일본 야구는 우리가 세밀한 부분에서 배워야 할 점이 많다”며 “소프트뱅크는 지금 일본 프로야구에서 타격이 가장 좋은 팀이다. 누구와 대결하든, 투수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로 두산은 이 경기에서 ‘수퍼 루키’ 김택연(18)의 잠재력을 확인했다. 김택연은 두산이 올해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전체 2순위로 뽑은 특급 유망주다. 1순위 지명을 받은 황준서(한화 이글스)와 함께 벌써 올해 신인왕을 다툴 후보로 꼽힌다. 강력한 직구가 주 무기인 김택연은 이날 최고 시속 152㎞의 직구를 앞세워 1과 3분의 1이닝을 피안타와 볼넷 없이 무실점으로 막았다. 특히 1-3으로 뒤진 4회 말 2사 1·2루에 구원 등판해 2022년 홈런왕 출신인 4번 타자 야마카와 호타카를 포수 파울플라이로 잡아내는 배짱을 자랑했다.

두산 포수 양의지는 “김택연은 갓 고교를 졸업한 선수 같지 않다. 자기 공을 오승환(삼성 라이온즈) 형처럼 자신 있게 꽂아넣는 게 보인다”며 “최근 본 신인 중 최고 투수가 아닌가 싶다. 앞으로 기회가 되면, 더 큰 무대(메이저리그)까지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극찬했다.

양의지도 이날 스프링캠프 첫 실전 테스트에 나서 자신의 진가를 보여줬다. 0-2로 끌려가던 4회 초 1사 후 상대 두 번째 투수 스기야마 가즈키의 시속 150㎞의 몸쪽 직구를 받아쳐 왼쪽 담장을 넘겼다. 두산은 이날 2-5로 졌지만, 양의지의 건재를 확인해 의미가 컸다. 양의지는 “팬들이 많이 오셔서 더 경기에 집중했다”며 “첫 경기라 타격보다 수비의 움직임에 더 신경을 썼다. 개막 일정에 맞춰 차근차근 몸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