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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싸움’ 보도 치우쳐, 선거구 등 직무유기 더 다뤘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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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독자위원회 | 중앙일보를 말하다

제47회 중앙일보 독자위원회(위원장 오세정 전 서울대 총장)가 지난달 27일 본사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독자위원들은 2월 한 달 동안 중앙일보 지면과 디지털에서 실린 주요 기사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지철호

지철호

▶지철호 법무법인 원 고문(전 공정위 부위원장)=16일자 경제 2면 ‘식탁 차지하는 해외 식료품’, 19일자 경제 2면 ‘냉동 과일 수입 6% 증가’ 기사가 좋았다. 기존의 고물가 보도가 사례 나열식이었던 것과 달리, 대체 소비 정보를 제공했다. 반면 노후도시 특별법(1일자), 용산 개발 재시도(6일자), 자영업 감세(9일자), 그린벨트 해제(19일자) 보도는 아쉬웠다. 누가 봐도 ‘총선용  공약’인데 너무 크게 다룬 건 아닌가 싶다. 전체적으로 비판적으로 보도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에 비해 7일자 14면 ‘가습기 살균제 국가배상 첫 인정’ 기사는 너무 작아 아쉬웠다. 좀 더 자세한 경위와 의미를 다뤄줬더라면 좋았겠다.

심재웅

심재웅

▶심재웅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13일자 경제섹션 개편 후, 경제 1면이 좀 더 체계적으로 바뀌고 분석도 깊어진 느낌이다. 새로 시작한 ‘에디터스 노트’가 전체적인 윤곽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고등법원 판사들의 로펌행을 다룬 20일자 분석 기사는 임팩트가 있었다. 이렇게 데이터를 통해 ‘빙산의 윗부분’을 드러내는 시도가 계속 이어지면 좋겠다. 민생 토론회 보도는 대통령이 내놓는 정책들이 과연 그 자리에서 언급할 만한 성격인지, 또 얼마나 실현 가능한지, 좀 더 따져 물을 필요가 있다.

의사 증원 문제는 정부·의사·국민 얘기를 각각 싣다 보니, 세 부분이 접목될 수 있는 파트가 빠져 있는 것 같다. 외국 사례 등을 통해 해법을 제시하려는 노력은 긍정적이지만, 각국의 의료 제도나 처해 있는 상황 등이 차이가 크게 날 텐데 ‘이런 것이 같이 논의돼야 한다’는 식으로 보도하면 좀 더 의미가 있을 것 같다.

홍지혜

홍지혜

▶홍지혜 오픈갤러리 디렉터=1일자 1·4면에 실린 ‘돈 있어야 결혼하는 시대’ ‘신혼 첫 집 아파트가 65%’ 기사를 재밌게 읽었다. 그동안 저출산의 원인을 여성 혹은 신혼부부에게 많이 돌렸는데, 혼인 감소 자체가 근본 원인이고 그 이유가 돈에  있다는 시각이 신선했다. 반면 같은 날 4면 ‘여성 고용 50%가 된 해에 출산율이 꺾였다’는 기사는 동의하기 어려웠다. 8일자 12면 ‘마약 사범 탄원서 챗GPT가 쓴 가짜였다’, 23일 6면 대통령 딥 페이크 관련 기사도 아쉬웠다. 본질은 AI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을 악용하는 사람들인데, 기술에만 포커싱이 된 것 같다.

정진욱

정진욱

▶정진욱 시어스랩 대표=6일자 ‘아이 낳으면 한 명당 1억 부영 파격 출산 지원책 내놨다’ 기사가 흥미로웠다. 출산율이 20년째 하락하고 있는데, (부영처럼) 민간이 도울 수 있으면 희망이 보일 것 같다. 세금 관련해서는 1억원을 받는 사람 문제를 많이 다뤘는데, (지원금을 주는) 기업 문제도 다뤄주면 좋겠다. 저희 회사도 규모는 크지 않지만, 세금 혜택이 있다면 출산 지원금 지급에 동참할 생각이 있다. 삼성 이재용 회장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 뒤 ‘이제 일하자’는 취지의 기사를 많이 냈는데, 지적한 내용 일부는 이미 삼성도 알고 전문가들도 인지하고 있는 내용이었다. 삼성에 있는 지인들에게 들어 보니 이미 차분하게 잘 준비하고 있는 것 같더라. 현장 얘기가 좀 더 전달됐으면 좋겠다.

김주형

김주형

▶김주형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중앙일보만의 문제라고는 생각하지는 않지만, 총선 보도가 ‘싸움 구경’ 같은 느낌을 많이 받는다. 전체적으로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많고, 규칙이나 절차, 틀에 대한 논의는 잘 보이지 않는다. 가령 선거구 문제는 국회 스스로 법을 어겨가면서 직무유기를 하는 거다. 이런 것들이 어느 지역구에서 누가 공천을 받았는데, 어떤 뒷얘기가 있다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좀 더 적극적으로 의제화하고 다뤄줬으면 좋겠다.

독자위원회

독자위원회

축구 국가대표팀의 불화 혹은 내분 보도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아쉬웠다. ‘이강인 선수가 손흥민 선수를 찾아가 사과하고 훈훈하게 끝났다’ 이렇게 지나갈 문제인가 싶다. 우리가 공인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에 대해 대중의 ‘뒤틀린 정의감’이 있고 언론 보도를 통해 증폭되는 면이 있다. 이런 문제를 공론화하기 좋은 기회였는데, 아쉽게 놓친 것 같다.

이영주

이영주

▶이영주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이사장(전 검사장)=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두 대법관의 이른바 사법 농단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나왔다. 중앙일보에서도 여러 번 언급했지만 이 사건은 다분히 정치적인 목적을 위한 무리한 수사였다. 한정된 검찰 역량이 과도하게 동원됐고, 이 재판을 하느라 일반 사건 재판이 지연되는 등 부작용이 컸다. 보도에서 그 부분도 같이 언급됐으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이재용 회장 판결도 있었다. 이 사건도 전부 무죄가 선고돼, 6일 자세한 보도가 있었고 다음 날 검찰의 과도한 수사와 무리한 기소를 비판하는 사설도 실렸다. 앞서 말했듯 검찰 특수수사는 반성할 점이 많지만, 삼성그룹 불법 승계 의혹에 대한 판결은 사회적 기대에 못 미치는 점이 분명히 존재하는데, 이런 보도는 곤란하지 않나 생각했다.

오세정

오세정

▶오세정 전 서울대 총장=1월 25일자 1면 톱으로 나온 ‘93년생과 64년생의 인생 시간표’라는 기사가 굉장히 좋았다. 부모 세대가 사회에 나갔을 때와 맞닥뜨린 것과 지금 세대가 사회에 나가서 맞닥뜨리는 것이 굉장히 다르다. ‘팽창 사회’와 ‘수축 사회’의 차이인데, 인생 시간표로 그걸 눈에 확 띄게 한 좋은 기사였다.

13일자에 ‘경로우대 폐지 공약, 통계 왜곡 아닌가’라는 시론이 있었다. 이준석 대표가 노인들 지하철 무임승차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 경마장역이라고 한 것과 관련해, 노인들이 제일 많이 이용하는 건 종로3가역이지만 그곳은 직장인들도 많이 다니기 때문에, 비율로 따지면 직장인이 없는 경마장역이 가장 높다는 거다. 정치가의 말을 ‘이게 정말 맞는 얘기인가’ ‘왜곡된 건 아닌가’ 분석 위주로 기사화해줬으면 좋겠다.

김용하

김용하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1일자 “신혼 42%가 연봉 7000만원, 결국 돈 있어야 결혼하는 시대” 기사는 저출산의 원인을 혼인 감소로 잡았다. 돈이 없어서 결혼을 못 한다는 것이 주요 논지였다. 저출산 및 혼인율이 낮은 이유를 찾으려는 취지는 이해되지만, 소득이 낮더라도 결혼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부담을 주지 않을까 우려된다. 의사 정원 보도 과정에서 의사들의 목소리가 집단이기주의로 내몰리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신성식 전문기자의 ‘의료대란 이유 있었네…전공의, 도쿄대는 10% 서울대는 46%’ 기사가 돋보였다. 우리나라의 의료 현실과 전공의 반발 이유를 알려주는 심층보도였다.

유재연

유재연

▶유재연 옐로우독 파트너=13일자부터 이어진 ‘코리아 디스카운트 끝내자’ 기획은 어젠다 선점이 돋보였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기업 가치가 여전히 낮은 평가를 받는 것과 관련해, 거버넌스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이런 가운데 13일 개편한 중앙경제는 전체적으로 그래픽이 많아지고 ‘에디터스 노트’ 같이 구어체로 풀어내는 기사가 추가돼, 요즘의 정보 습득 방법에 퍽 가까워진 느낌이다. 돈 버는 내용을 중심으로 풀어내는 기사들도 좋았다. QR코드도 많이 늘어났는데 다만 단지 ‘디지털 기사를 볼 수 있다’ 정도로 QR코드 메시지를 담는 것이 아니라, ‘더 자세한 내용은 이곳에서 볼 수 있다’ 같은 말이 붙어주면 좋겠다

박인휘

박인휘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24일 ‘日에 손짓한 北 보란 듯, 한미일 외교장관 북 도발 공동대응’이란 기사가 나갔다. 일본과 북한 사이에 있을 수 있는 대화 혹은 접촉 가능성을 북한의 ‘틈새 노리기’로 규정하며, 이런 가능성을 차단했다는 차원에서 3국 외교장관 회동이 성공적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단 북한이 안고 있는 문제가 국제사회와의 고립과 단절에서 비롯된다고 할 때, 일본 접촉 가능성을 부정적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24일 ‘ROTC 지원율 바닥 보인다’ 기사는 좀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접근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ROTC 지원자 부족은 인구 절벽 문제, 특정 학과 쏠림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결과다. 차제에 사안을 확장해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을 다각적으로 검토하는 후속 보도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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