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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군 수뇌 대화 “타우러스로 크림대교 공격 가능”…러, 도청한 녹취록 공개 파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우크라이나가 독일에 지원을 요청해온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타우러스(최대 사거리 500㎞)를 둘러싼 녹취 파동이 커지고 있다. 러시아군이 도청한 것으로 추정되는 독일군 고위 간부들의 대화에서 “타우러스로 (러시아의) 크림대교를 공격할 수 있다”는 내용이 나왔기 때문이다.

러시아 국영방송 RT는 독일 공군의 잉고 게르하르츠 참모총장과 작전·훈련참모인 프랑크 그래페 준장, 또 다른 장교 2명이 지난달 19일 암호화되지 않은 화상회의 플랫폼 웨벡스에서 나눈 대화 녹취 38분 분량을 지난 1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이들은 “크림대교는 매우 좁은 목표물이어서 타격하기 어렵지만, 타우러스를 이용하면 가능하다”면서 “미사일이 어린이집에 떨어져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크림대교는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와 동쪽 러시아 본토를 잇는 다리다.

러시아 당국은 RT의 녹취록 공개 이후 독일에 공세를 펴고 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텔레그램을 통해 “우리의 오랜 라이벌인 독일이 다시 원수로 변했다”고 비난했다.

독일 국방부는 독일 공영방송 ARD에 “공군 관계자들의 내부 대화가 도청당했다”고 시인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2일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며 “고강도로 신속하게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러시아 측이 독일 등 유럽을 상대로 도청이 가능하다는 정보력을 과시한 사태로 풀이했다. 타우러스가 전황을 바꿀 수 있는 무기인 만큼 서방 내에서 분열을 유도해 타우러스 지원을 막겠다는 포석이 깔렸다는 분석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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