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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뿔테 안경 그리울거예요"…80세 넘어 패션 아이콘 된 아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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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뿔테 안경과 알록달록하고 과감한 의상으로 유명했던 '패션 아이콘' 아이리스 아펠이 1일(현지시간) 별세했다. 102세. 우아한 백발과 강렬한 붉은 립스틱이 트레이드 마크였던 그는 화려한 색감의 옷과 특대형 액세서리도 소화해내는 패셔니스타였다.

뿔테 안경을 쓰고 알록달록한 색의 옷을 자신있게 착용했던 '패션 아이콘' 아이리스 아펠이 1일(현지시간) 별세했다. 102세. 인스타그램

뿔테 안경을 쓰고 알록달록한 색의 옷을 자신있게 착용했던 '패션 아이콘' 아이리스 아펠이 1일(현지시간) 별세했다. 102세. 인스타그램

1일 뉴욕타임스(NYT) 등은 미국의 유명 디자이너 겸 사교계 명사인 아펠이 플로리다 팜비치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보도했다. 아펠하면 연상되는 건 부엉이 눈을 연상시키는 안경, 빨강·노랑·초록 등 원색 의상, 목과 팔에 주렁주렁 걸친 액세서리 등이었다. "많을수록 좋고 적은 것은 지루하다"는 좌우명 그대로였다.

현역의 아이콘…"은퇴는 죽음보다 나쁜 운명" 

그는 ‘그래니 시크’(Granny Chic·할머니의 옷차림을 세련되게 연출한 것)의 대표주자였다. 101세였던 지난해엔 화장품 브랜드 시아테런던의 광고 모델로 뽑혀 사망 전까지 활약했다.

80세 넘어 패션계 유명 인사가 된 그는 광고·패션잡지 모델로 왕성하게 활동했다. 말년에 화장품 회사 맥(MAC), 패션브랜드 케이트 스페이드, 의류업체 H&M 등과 협업했다. 97세였던 2019년에는 세계 최대 모델 에이전시 IMG와 계약을 맺었다.

102세 6개월을 맞았다며 축하하는 아펠. 인스타그램

102세 6개월을 맞았다며 축하하는 아펠. 인스타그램

경쟁이 치열한 패션업계에서 평생 현역으로 살았다. 그는 약 300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인스타그램 계정에 자신을 '세계에서 가장 나이 많은 10대'라고 소개했다. 종종 자신을 '나이 많은 샛별'이라 부르곤 했다. 과거 인터뷰에서 그는 "어떤 나이에서나 은퇴하는 건 죽음보다 더 나쁜 운명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일을 그만둬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H&M과 협업한 아펠. 인스타그램

H&M과 협업한 아펠. 인스타그램

미국의 디자이너 타미 힐피거는 별세 소식에 "역사에 남을 패션 스타일 분야의 혁신가이자 리더였다"며 애도를 표했다. 아펠의 대리인이었던 로리 세일은 BBC에 "아펠과 함께 일한 건 일생의 영광"이라며 "그는 일에 대한 열망이 있었고 모든 의미에서 선구자였다"고 평했다. 이어 "아펠의 예술가적인 안목은 평범함을 비범함으로 변화시켰다"면서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과 우아함을 조화시키는 그의 능력은 마법 같았다"고 덧붙였다.

자녀 없어…美대통령 9명 백악관 인테리어도

1921년 뉴욕에서 태어난 아펠은 뉴욕대학교에서 미술사를 전공했다. 결혼 후 남편과 함께 17∼19세기 직물 복제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를 운영하면서 영화배우 그레타 가르보, 화장품 업계 거물 에스티 로더를 고객으로 두며 회사를 키웠다. 아펠은 존 F. 케네디, 리처드 닉슨, 로널드 레이건 등 역대 미국 대통령 9명의 백악관 인테리어 공사를 맡기도 했다.

부부가 창업한 회사를 1992년에 매각한 뒤에는 컨설턴트로 활동하며 패션계에 영향력을 미쳤다.

아펠은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이 2005년 자신이 소장한 의상 82점과 액세서리 300점을 선보이는 전시회를 연 것을 계기로 패션계 명사로 우뚝 섰다. 당시 미술관 측은 아펠이 엄청난 패션 수집가라는 소문을 듣고 전시회를 제안했는데, 이 전시회는 당대 최고 디자이너였던 조르지오 아르마니와 카를 라거펠트가 참석해 화제가 됐다.

2017년 미국의 바비인형 제조사인 마텔이 아펠의 모습을 본뜬 바비인형을 만들기도 했다. 인스타그램

2017년 미국의 바비인형 제조사인 마텔이 아펠의 모습을 본뜬 바비인형을 만들기도 했다. 인스타그램

그의 패션에 한계란 없었다. 2015년 BBC 인터뷰에서 그는 연령에 맞는 옷차림에 관해 묻는 질문에 그는 "잘 소화할 수 있다면 어떤 옷이든 적절하다"고 답했다. 또 "다른 사람처럼 옷을 입지 않으면 다른 사람처럼 생각할 필요도 없다"면서 개성을 강조했다.

남편 칼 아펠은 2015년 100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67년간 부부로 살았지만, 자녀는 없었다. 아펠은 과거 인터뷰에서 "업무 때문에 워낙 출장을 많이 다녀 자녀를 낳기 어려웠다"면서 "자녀를 유모의 손에 키우는 걸 원치 않아서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평생 현역으로 살았던 아이리스 아펠. 인스타그램

평생 현역으로 살았던 아이리스 아펠.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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