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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훈풍'에 5개월 연속 수출 플러스…對中 무역수지도 흑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뉴스1

지난 2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뉴스1

반도체 훈풍에 한국 수출이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수출액은 524억1000만 달러(약 70조원)로 1년 전보다 4.8% 증가했다. 월간 기준 5개월 연속 오름세다. 특히 대중(對中) 수출이 적자 터널을 벗어나 17개월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수출이 탄력을 받으면서 국내 경기 회복에 대한 불씨가 지펴지고 있다. 다만 내수에선 민간 소비 위축과 건설 경기 부진으로 아직 '희망 회로'를 돌리기엔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1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같은 내용의 2월 수출입 동향을 발표했다.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무역수지는 지난달 기준 42억9000만 달러(약 5조7357억원)로 나타났다. 지난해 6월부터 9개월째 ‘흑자행진’이다.

수출은 늘고, 수입이 줄면서다. 지난달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한 524억1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월간 수출액은 지난해 10월 플러스로 돌아선 뒤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같은 기간 수입액은 13.1% 감소한 481억1000만 달러(약 64조원)를 기록했다.

수출 호(好)실적을 견인한 건 단연 반도체였다. 2월 반도체 수출액은 99억5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66.7% 뛰었다. 월간 상승률로 따지면 2017년 10월(69.6%) 이후 76개월 만에 가장 높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서버 투자가 확대돼 모바일 메모리 탑재량이 증가하고 있고 AI PC 신규 출시 등의 영향으로 수출 물량이 증가한 영향이 크다. 지난달 메모리 반도체 수출액은 60억1000만 달러로 전체 반도체 수출액의 60%를 차지했다.

반도체 가격도 증가세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메모리반도체 중 D램 가격은 2021년 7월(7.89% 상승) 이후 내내 하락하다가 주요 공급업체의 감산 효과로 재고가 소진되면서 작년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4개월 연속 올랐다.

반면 지난해 반도체를 대신해 한국 수출의 버팀목이었던 자동차 수출액은 51억57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7.8% 감소했다. 산업부는 설 연휴 휴무와 일부 업체의 생산라인 정비 등으로 인한 일시적 감소라고 설명했다. 무선통신기기의 경우 스마트폰 수출은 57.5% 증가했지만, 부품 수출이 31.9% 감소하면서 전체적으로는 16.5% 줄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지역별로는 주요 9대 수출시장 중 5개 시장에서 수출이 증가했다. 특히 대중 무역수지는 2억4000만 달러로 2022년 9월 이후 17개월 만에 흑자로 전환됐다. 대중 반도체 수출이 지난 1월 44% 증가한 데 이어 지난달 1~25일에도 26.7% 증가하며 회복세를 보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산업부 관계자는 “중국이 춘절 연휴로 수출과 수입 모두가 줄어든 것이 흑자 전환에 영향을 미쳤다”며 “개선 흐름이 장기적으로 이어질지는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2월 대미 수출은 9% 증가한 98억 달러로, 1월에 이어 2월에도 월 기준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에 이어 2월에도 대중 수출액을 추월했다.

무역수지가 흑자인데는 2월 수입액이 1년 전보다 13.1% 줄어든 영향도 크다. 에너지 수입에선 원유 수입액이 0.9% 소폭 증가했지만, 가스(-48.6%)와 석탄(-17.3%) 수입액이 눈에 띄게 줄면서 전체 에너지 수입액이 21.2% 감소했다. 또 비(非)에너지 상품 수입은 지난해보다 10% 줄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미국 수출 2월 기준 역대 1위, 대중국 무역수지 17개월 만에 흑자전환 등은 한국 수출이 보여준 성과”라며 “올해 역대 최대 수준인 7000억 달러라는 도전적 수출 목표 달성에 대한 청신호”라고 말했다.

새해 들어 수출에서 뚜렷한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지속될 지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 수출의 양대 축인 반도체와 대중 수출 성과가 지속될 지가 변수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고부가 메모리 반도체를 제외하면 PCㆍ스마트폰 등 다른 전자제품의 수출 증가세는 미미하다”며 “반도체는 결국 다른 부문의 수요가 늘어야 함께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하반기로 이어지는 시점에는 다른 제품의 수요 증가가 뒷받침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수출 중심으로 경기가 회복하고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경제 부문별 회복 속도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면 경제 성장률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곧바로 내수 활성화로 이어지진 않는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내수는 결국 소비가 살아나야 하는데 물가 영향으로 소비가 부진하다”며 “대다수 소비자가 경기 회복을 체감할 수 있으려면 결국 물가가 안정되고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져 소득이 높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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