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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의협 단체행동 지침 등 확보…'전공의 수사'도 본격화 전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찰이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당한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들에 대해 강제 수사에 착수한 1일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수사관들이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당한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들에 대해 강제 수사에 착수한 1일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수사관들이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고발한 대한의사협회(의협) 전·현직 관계자들과 관련해 경찰이 압수수색에 나섰다. 정부가 제시했던 전공의 복귀 시한이 지나자 곧바로 강제 수사에 돌입한 것이다. 3·1절 연휴 기간 안에 전공의들에게 복귀하라고 압박하는 동시에 오는 4일부터 사법 절차에 들어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 관련 첫 강제수사

1일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등을 압수수색했다. 연합뉴스

1일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등을 압수수색했다. 연합뉴스

1일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영등포구 서울시의사회, 강원 춘천 강원도의사회 등을 압수수색했다. 지난달 27일 보건복지부가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강원도의사회장),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전 의협회장), 박명하 비대위 조직강화위원장(서울시의사회장),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노환규 전 의협 회장 등을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경찰은 일부 피고발인의 자택과 차량도 함께 압수수색했다.

이날 오전 9시 30분 시작된 압수수색은 오후 4~5시쯤 마무리됐다. 경찰은 피고발인의 휴대전화를 비롯해 각 사무실의 컴퓨터와 각종 서류 등을 확보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작성된 의협 회의록과 투쟁 로드맵, 단체행동 관련 지침 등의 자료가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 전날인 지난달 5일 개최된 ‘긴급 상임이사회’ 회의록과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열린 의사궐기대회의 집회·시위 계획서 및 참석자 명단 등이다.

경찰은 이들에게 의료법 위반 교사·방조 혐의와 형법상 업무방해 등의 혐의가 있다고 봤다. 전공의들의 사직을 지지해 집단행동에 나서게 하고, 수련병원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들에게 오는 6~7일 출석하라는 요구서도 전달했다.

배당 이틀 만에 압수수색…전공의 수사 본격화 전망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이 압수수색 중인 자신의 차량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이 압수수색 중인 자신의 차량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압수수색은 사건이 서울청 공공범죄수사대에 배당된 지 이틀 만에 이뤄졌다. 특히 3·1절 같은 공휴일에 압수수색에 나서는 건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이때문에 아직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들에게 연휴가 끝나기 전 돌아오라는 압박을 담은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9일을 복귀 시한으로 제시하고, 3월부터 면허정지 처분과 사법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날 보건복지부는 홈페이지 등을 통해 12개 수련병원 전공의 13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공고했다. 명령서가 전달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공고를 통한 송달 효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경찰도 전공의들이 휴대전화를 끄거나 주소 등을 바꾸더라도 명령 송달을 받았다고 판단할 법리 검토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전공의가 복귀 의사를 밝혔지만, 여전히 8945명(지난 달 29일 오전 11시)은 근무지 이탈 상태다. 정부가 미복귀 전공의에 대해 고발에 나설 경우 관련 수사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 집행부와 각 수련병원의 전공의 대표들이 먼저 고발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하면 최소 3개월에서 1년 이하의 면허 정지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재판에 넘겨져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경우 면허가 취소될 수도 있다.

의협 “분노 금할 길 없다…국민에 불편 끼칠 수도”

압수수색 관련 입장 밝히는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 연합뉴스

압수수색 관련 입장 밝히는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 연합뉴스

의협 비대위는 이날 오후 3시 의협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윤석열) 대통령은 3·1운동의 정신인 자유의 가치를 지키겠다고 강조했지만, 대한민국 의사들은 자유가 대한민국 모든 국민에게 적용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는 입장을 냈다.

주 위원장은 “전공의들의 자발적인 의사로 이루어진 사직서 제출을 의협 비대위가 교사했다는 누명을 씌우고, 의협 회원이기도 한 전공의들의 어려움을 돕고자 한 행동을 집단행동 교사 및 방조로 몰아가는 정부의 황당한 행태에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며 “의사들도 자유 시민으로서 인정받기 위한 과정에서 국민 여러분께 불편을 끼쳐드릴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현 정부가 엠지(MZ)세대를 너무 모르는데, 누가 시킨다고 하는 세대가 아니다”라며 “(집단 행동) 교사 혐의에 대해 떳떳하기 때문에 핸드폰도 제출하고 암호까지 알려줬다”고 말했다.

의협은 오는 3일 오후 2시 여의도공원 앞에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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