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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엔 "0점" 친명엔 "동지"…이재명 공천 논란 '마이웨이' 전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당내 공천 논란을 적극적으로 반박하며 정면 대응에 나서고 있다.

3·1절을 맞아 1일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을 찾은 이 대표는 당 공천 논란에 대해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시스템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후보를 가려내고 있다”며 “공관위가 잘 해왔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절인 1일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임정 요인 묘역 참배를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절인 1일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임정 요인 묘역 참배를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이 대표는 올 초만 해도 공천과 관련해 예민한 언급을 삼갔다. 하지만 최근에는 비이재명계나 공천에 불만을 표하는 후보들을 겨냥해 날 선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다. 친문 핵심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서울 중-성동갑 공천 배제(컷오프)에 반발해 기자회견을 한 지난달 28일, 이 대표는 취재진 앞에서 17분 넘게 열변을 토했다. 이 대표는 “최근 탈당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입당도 탈당도 자유”라며 “경기하다가 질 것 같으니까 경기 안 하겠다는 것은 국민이 보기에 아름답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같은 날 저녁 임 전 실장이 왕십리역 인근에서 유세한 직후에는 의미심장한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험지에 출마한 당 후보들에 대한 후원을 당부하며 “이분들이 진짜 민주당의 뿌리”라고 적었다. 이를 두고 당에서는 “민주당의 ‘정통 뿌리’를 운운하던 친문계에 대한 반박 아니겠나”(친명계 의원)는 해석이 나왔다.

당 선출직 공직자 평가 하위 20%에 비명계 의원들이 대거 포함돼 논란이 일었던 지난달 22일에도 13분간 브리핑을 자청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동료 의원 평가, 그거 거의 0점 맞은 분도 있다고 한다”며 “여러분이 아마 짐작할 수 있는 분”이라고 말한 뒤 순간적으로 웃음을 참지 못했다. 비명계에선 반발이 쏟아져 나왔다.

반면 친명계에는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 대표는 1일 새벽 성남 분당갑에서 컷오프된 ‘찐명’(진짜 친명) 김지호 당대표 정무조정부실장을 페이스북에서 직접 언급해 이목을 끌었다. ‘공천 승복’이라는 피켓을 든 김 부실장의 게시물을 올린 이 대표는 “오랜 나의 동지, 미안하오, 고맙소”라며 “동지의 희생과 헌신을 기억할 거요”라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일 새벽 성남 분당갑에서 컷오프된 김지호 당대표 정무조정부실장에 대해 ″나의 오랜 동지″라며 ″헌신과 희생을 기억하겠다″고 적었다. 이재명 대표 페이스북 캡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일 새벽 성남 분당갑에서 컷오프된 김지호 당대표 정무조정부실장에 대해 ″나의 오랜 동지″라며 ″헌신과 희생을 기억하겠다″고 적었다. 이재명 대표 페이스북 캡쳐

피아를 뚜렷하게 구분하는 이 대표의 최근 발언을 두고, 공천 논란을 강공으로 돌파하는 ‘마이웨이’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내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당장 비명계에서는 “사당화”라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 한 비명계 의원은 “당 대표가 이렇게 노골적으로 다른 계파를 조롱하고, 자신의 계파를 편드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패배감을 넘어 굴욕감을 느낀다는 후보가 많다”고 전했다.

대선 당시 ‘이재명은 합니다’를 슬로건으로 실용성을 부각했던 이 대표가, 공천 국면에서는 ‘친명 횡재, 비명 횡사’ 논란 속에 유연함을 보이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야권 관계자는 “이 대표가 공천을 감정적으로 몰고 간다는 이미지가 부각돼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3년 10월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정청래 최고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3년 10월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정청래 최고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반면 친명계는 이 대표가 선봉을 자처해 공천 논란을 정면 돌파하면, 네거티브 이슈가 조기 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최근 최고위에서 이 대표를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인 손흥민에 비유하며 “지금은 이재명을 위해 깃발을 치켜들어야 할 때”라고 결집을 강조했다.

당 일각에서는 친명계가 과거 주류였던 친문계보다 상대 계파에 덜 적대적이라고 주장한다. 한 친명계 인사는 “이 대표가 비주류일 때는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친문 진영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다”며 “최근 친문계의 반발을 이해할 수 없다는 당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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