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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 데이비드 3국 회담 6개월 뒤 흘러나오는 ‘한국 소외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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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김형구 기자 중앙일보 기자
김형구 워싱턴 총국장

김형구 워싱턴 총국장

지난해 8월 18일 미국 대통령 휴양지 캠프 데이비드에 모인 한·미·일 3국 정상의 ‘케미’는 더없이 좋아 보였다. 노타이 차림의 세 정상이 나란히 오솔길을 걸으며 환하게 웃는 장면은 3국 동맹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는 듯했다.

그로부터 6개월 뒤. 미묘한 이상 징후가 감지된다. 시작은 지난 14일 일본 한 매체에서 보도된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3월 방한설이었다. 용산 대통령실은 곧바로 “추진한 바 없다”고 했다. 수위가 조절된 외교적 논평 대신 부인부터 한 것은 좀 이상하다는 느낌을 줬다. 살짝 불쾌감이 묻어난 듯도 했다.

지난해 8월 18일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왼쪽부터). [연합뉴스]

지난해 8월 18일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왼쪽부터). [연합뉴스]

통상적이지 않은 일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이날 밤 10시 넘어 한국과 쿠바의 수교 소식이 전격적으로 공개됐다. 그야말로 깜짝 발표였다. 우리 정부의 오랜 숙원이었고 물밑에서 들여온 각고의 노력이 맺은 결실임을 감안하면 예고도 없이 늦은 밤 갑자기 공개한 것은 뜻밖이었다. 정부는 미국에도 12시간 전에야 이를 알렸다고 한다.

다음날인 15일 한국·쿠바 수교와 관련해 미 국무부가 내놓은 논평도 상례와는 거리가 멀었다. “대한민국의 주권적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다. ‘지지’나 ‘축하’는 없었다. 외교 용어에서 ‘주권적 결정을 존중한다’는 수사는 ①특별히 반대하지 않는다 ②환영하지 않는다 ③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셋 중 하나일 때가 많다.

미국이 쿠바와의 관계가 안 좋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있다. 그렇더라도 미국이 일본의 대북 접촉 시도에는 힘을 확 실어주는 것과 비교하면 확연한 온도 차가 느껴진다. 기시다 총리 방북 추진설과 관련해 정 박 미 국무부 대북고위관리는 16일 “일본의 대화 노력을 강력하게 지지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대북 관계 개선 노력도, 그런 일본에 대한 미국의 지지도 이해는 간다. 지지율이 바닥인 기시다 총리는 정국 반전의 돌파구가 필요할 수 있고, 조 바이든 정부는 4월 방미를 앞둔 기시다 총리에게 줄 선물을 생각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최근 ‘이례적’ ‘전격적’ ‘예상 밖’ 등의 표현이 아니면 설명하기 어려운 일련의 상황이 이어지는 것은 석연치 않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이러다 한국만 소외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미 대선 등을 계기로 북한이 미국·일본과 직거래를 해 한·미·일 공조에 균열을 내겠다는 계산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정부가 주변국 움직임을 면밀히 살필 때다. 외교·정보 채널을 총동원해 한·미·일 소통과 협력을 더욱 다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