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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커버그 “TSMC만 의존 위험, 삼성 파트너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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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에서 방한 중인 마크 저커버그 메타(페이스북의 모회사) 최고경영자 와 환담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에서 방한 중인 마크 저커버그 메타(페이스북의 모회사) 최고경영자 와 환담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가짜 윤석열 영상’에 대한 경험담을 밝혔다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저커버그를 접견해 “며칠 전 저에 대한 허위 영상이 퍼지는 걸 직접 겪어봤고, 아직도 SNS에 남아 있다”며 “가짜 뉴스와 허위 선동 조작은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라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저커버그에게 “메타와 같은 빅테크 플랫폼 기업이 가짜뉴스 대응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고, 저커버그는 “선거에 대한 부정행위를 막으려 적극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최근 페이스북과 유튜브에는 ‘가상으로 꾸며본 윤 대통령 양심고백 연설’ 이라는 제목의 짜깁기 영상이 확산됐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영상을 삭제하고 차단하고 있지만, 페이스북 등 SNS에선 여전히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저커버그에게 한국 기업과의 협력을 요청하는 세일즈 외교도 펼쳤다. 윤 대통령은 저커버그에게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AI(인공지능) 경쟁이 본격화하고 빅테크 중심으로 AI 반도체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AI 시스템에 필수적인 메모리에서 세계 1, 2위를 차지하는 한국 기업과 긴밀히 협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 소비자로부터 높은 기술력과 품질을 인정받는 스마트 가전과 스마트카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대한민국이야말로 메타의 AI가 적용될 훌륭한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메타가 주력하는 메타버스 사업에 대해서도 “한국도 시공간 제약을 넘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미래 먹거리인 메타버스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며 “메타버스 생태계 조성을 위해 R&D(연구개발), 인재 양성 등 메타와 협력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저커버그는 “삼성이 파운드리 거대 기업으로 글로벌 경제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러한 부분이 삼성과의 협력에 있어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화답했다. 그는 대만 회사인 TSMC가 메타의 반도체를 제조하는 점을 언급하며 “TSMC에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그렇다면 다음 협력 파트너는 삼성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저커버그는 이 과정에서 현재 양안 관계 등 국제정세에 대해 ‘불안한’ ‘불안정한’을 뜻하는 단어 ‘volatile’을 사용하기도 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메타는 지난해 5월 AI 서비스용 칩을 자체 셀계해 제조를 TSMC에 맡겼고, 지난달에는 차세대 AI칩을 연내 자사 데이터센터에 탑재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370억 달러(약 49조원) 설비투자(CAPEX)도 예고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첨단 AI 반도체 생산은 TSMC의 생산·패키징 능력 한계라는 병목현상에 부닥쳐 있다. 전 세계 AI 반도체 시장의 95%를 장악한 엔비디아도 첨단 칩 제조를 TSMC에 맡기고 있는데, AI 스타트업은 물론 마이크로소프트(MS)·구글 등의 고객도 원하는 만큼 AI 반도체를 확보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MS나 메타 같은 빅테크가 자체 AI칩 설계로 엔비디아 의존도를 탈피하더라도, 반도체 생산에서 다시 TSMC 의존의 벽에 부닥치게 되는 셈이다.

TSMC에 이어 전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2위인 삼성전자는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된다. 샘 올트먼, 저커버그같이 AI 경쟁 최전선에 있는 테크 거물들이 최근 잇따라 한국을 찾아 삼성전자와 접촉하는 배경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삼성의 위치가 메타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다”며 “메타 입장에서도 TSMC에 의존하는 부분을 안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7일 방한한 저커버그는 사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이날 인도로 출국했다. 2014년 이후 약 10년 만에 한국을 찾은 저커버그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조주완 LG전자 CEO 등과 잇따라 회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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