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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와 갔다 추락사…스타필드 번지점프, 안전검사 대상 아니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기 안성시 공도읍 스타필드 안성 3층 ‘스몹’(스포츠 몬스터)에서 번지점프 기구(프리폴)를 이용 중이던 69세 여성이 8m 아래 콘크리트 바닥으로 떨어졌다. 사진은 스몹 내 프리폴 모습. 손성배 기자

경기 안성시 공도읍 스타필드 안성 3층 ‘스몹’(스포츠 몬스터)에서 번지점프 기구(프리폴)를 이용 중이던 69세 여성이 8m 아래 콘크리트 바닥으로 떨어졌다. 사진은 스몹 내 프리폴 모습. 손성배 기자

지난 26일 추락 사망 사고가 일어났던 스타필드 안성 내 실내 번지점프 기구가 유원시설업상 유기기구(놀이기구)로 신고되지 않아 안전 검사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기구가 있는 스포츠체험 시설도 체육시설업으로 등록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경찰과 경기 안성시 등에 따르면 스타필드 안성에 입점해있는 ‘스포츠 몬스터(스몹)’는 유원시설업으로 등록돼있다. 유원시설의 경우 관광진흥법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의 관리를 받는다. 하지만 스몹 내 기구 23개 중 트램펄린 ‘붕붕뜀틀’만 유기기구로 신고돼있다. 유기기구는 2년에 한 번 확인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번지점프 기구 ‘프리폴’을 비롯해 파이프 등을 잡고 오르는 ‘클라이밍’, 양팔로 바(bar)를 잡고 낙하하는 ‘버티컬 슬라이드’ 등 나머지 22개 기구는 유기기구 등록 대상이 아니었다.

안성시 관계자는 “스몹 공간은 체육시설업으로 신고된 사업장이 아니다”라며 “붕붕뜀틀과 주변 153.45㎡을 제외한 나머지 기구, 공간은 유기기구, 유원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지역자치단체에서 확인하거나 점검을 하는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남성이 번지점프를 하고 있는 모습. 중앙DB

한 남성이 번지점프를 하고 있는 모습. 중앙DB

지난 26일 오후 4시 20분쯤 스몹 내 번지점프 기구에서 A(69)씨가 8m 아래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져 숨졌다. 매트 앞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진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1시간여 만에 사망했다. 사고 당일 A씨는 두 딸, 손자들과 함께 스타필드 안성을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

번지점프 기구는 추락 사고가 잇따르면서 십수년 전부터 유원시설업상 유기기구로 지자체 허가를 받고 운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던 시설물이다. 2008년 8월 전남 나주의 한 리조트 주차장 번지점프장에서 박모(당시 36세)씨가 발목에 묶인 줄이 갑자기 끊어지면서 바닥에 추락해 사망했다. 2008년 7월엔 강원도 철원의 한 번지점프장에서 휴가 중이던 육군 상병 신모(당시 21세)씨가 52m 번지점프대에서 낙하하다 줄이 끊어져 물속으로 추락해 크게 다치는 일도 있었다.

지난 2008년 한국소비자원은 안전실태 조사를 벌이고 “번지점프장은 건축법상 공작물로만 분류돼 안전점검 대상에서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후에도 2014년 3월 가평 번지점프장 30대 여성 추락 사망, 2016년 9월 강원 춘천 강촌 번지점프장 20대 여성 추락 중상 등 사고가 잇따랐다. 2017년 5월엔 가평에서 번지점프를 하던 10대 청소년이 밧줄에 목이 감겨 실신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2016년 10월 번지점프 안전 관리를 규정하는 레저스포츠 진흥 및 안전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기도 했지만, 결국 폐기됐다. 21대 국회도 육상레저스포츠의 진흥 및 안전에 관한 법률안을 내놨으나 계류 중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 관계자는 “육상 레저 스포츠 안전 관리를 규제하는 법 자체가 없어 번지점프나 집라인은 체육시설업으로 신고나 등록하지 않고 영업할 수 있고, 안전 점검을 강제하기도 한계가 있다”며 “조속한 관련 법 제·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칠 위험이 있는 기구인 만큼 안전 점검 의무를 갖도록 법 제도 안으로 편입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유재구 중앙대 체육대학 스포츠과학부 교수는 “사망 사고가 난 시설엔 8m 번지점프와 3~5m 올라가는 슬라이딩, 트램펄린 등 다양한 기구가 있어 사실상 스포츠센터에 버금가는 복합체육시설로 봐야 한다”며 “체육시설업법 관리 대상으로 포함해 지자체와 시설에서 안전 점검 의무를 갖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경기남부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사고 당시 안전 요원 B씨(20대)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중대재해처벌법상중대시민재해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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