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유다" 홍영표도 탈당 시사…비명계 '무소속 연대' 뜨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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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의 ‘비명횡사’ 공천이 속도를 내면서 대규모 분당(分黨) 조짐이 감지된다. 동교동계와 김근태(GT)계에 이어 친문재인계까지 줄줄이 컷오프(공천배제)되자 당사자들이 극렬히 반발하는 중이다. 비명계 현역 의원들이 탈당 후 ‘무소속 연대’를 꾸려 4·10 총선에 출마하는 구체적인 시나리오까지 거론되기 시작했다.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413회 국회(임시회) 제6차 본회의에서 자리에 앉아 있다. 뉴스1

친문 핵심인 홍영표 민주당 의원(인천 부평을)은 29일 “민주주의를 거꾸러뜨리고 흔드는 윤석열의 검찰독재와 이재명의 사당화에 맞서 싸우겠다”며 “새로운 정치를 고민하는 분들과 뜻을 세우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는 『그리스인 조르바』를 쓴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비명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나는 자유다”를 인용하며 탈당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날 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는 인천 부평을에 이동주 의원(비례)과 박선원 전 국가정보원 차장 간의 전략 경선실시를 발표해 홍 의원을 컷오프했다. 안규백 전략공관위원장은 ‘경쟁력이 부족해서 제외했나’라는 취재진 물음에 “그건 아니다”라고 답했고, 홍 의원은 “멀쩡한 지역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묶더니, 경선도 없이 배제했다”고 비판했다.

이날 전략공관위는 GT계 기동민 의원도 컷오프 했다. 그의 지역구인 서울 성북을에는 이재명 대표 측근인 김남근 변호사를 전략공천했다. 기 의원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당무위원회가 정치 탄압으로 결론 냈고, 공천 후보자 적격 심사도 통과한 사안”이라며 “결론을 정해놓고 그것을 관철하기 위한 수단으로 공관위가 활용되었다는 의구심이 든다”고 반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3회 국회(임시회) 제6차 본회의에서 대법관(신숙희·엄상필) 임명동의안 등에 투표를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전략공관위는 충북 청주청원(현역 변재일), 전남 순천-광양-구례-곡성갑(현역 소병철, 불출마), 경기 부천을(현역 설훈, 탈당)도 전략선거구로 지정했다. 경기 용인갑에는 권인숙 의원, 이우일 전 지역위원장 직무대행, 이상식 전 부산경찰청장 간 3인 경선을, 충북 청원서원에는 이장섭 의원, 이광희 민주당 교육연수원 부원장 간 2인 경선을 치르기로 했다. 친명계 가운데엔 안민석 의원(경기 오산)이 컷오프 됐다. 해당 지역구엔 차지호 전 혁신위원을 전략공천했다.

‘비명횡사’ 공천이 거듭되면서 집단 탈당 조짐도 시작됐다. 서울 중-성동갑에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전략공천되면서 출마 길이 막힌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탈당 가능성에 대해 “정치는 생물”이라고 말했다. 임 전 실장은 전날 저녁 지역구에서 퇴근길 인사를 강행했는데, 곁에는 홍영표·송갑석·윤영찬 등 비명계 의원들이 함께했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28일 오후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광장에서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당에서는 컷오프 된 비명계 의원들이 동반 탈당한 뒤 ‘민주 연대’(가칭) 같은 무소속 출마자 모임을 구성해 총선을 치를 가능성이 거론된다. 각자 지역구에서 살아남은 뒤 복당해 친명계 지도부와 일전을 치른다는 시나리오다. 한 탈당파 의원은 “일단 당을 빠져나와 무소속으로 연대해 선거를 치르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라며 “경선에서 떨어진 의원 중에도 힘을 보탤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일단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새로운미래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비명횡사 공천’이 이낙연계만 겨냥한 게 아닌 만큼, 더 큰 흐름으로 만들어야 한다”(비명계 관계자)는 이유에서다. 다만, 결국 양측이 힘을 합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는 이날 “힘을 합치는 데 필요한 일이라면 뭐든지 열린 마음으로 하겠다”며 손을 내밀었다.

‘무소속 연대’의 파괴력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한 재선 의원은 “흐름을 보면 친문인데도 단수공천을 받은 의원이 적지 않고, 부당하다고 느끼면서도 이의 신청 절차를 밟지 않는 의원도 있다”며 “분당 사태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인영·전해철 등 다른 중진 의원의 컷오프가 이어지면 그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비명계 의원은 “최근 닷새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침묵이 심상치 않다. 경우에 따라 빅뱅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