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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해도 웃지 못했다…임종 못지킨 신진서, 할머니 고향에 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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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서(23) 9단은 지난 23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25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3라운드 최종 14국에서 중국의 마지막 주자 구쯔하오(25) 9단에게 249수 만에 불계승하며 세계 바둑 역사를 새로 썼다. 사진 한국기원

신진서(23) 9단은 지난 23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25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3라운드 최종 14국에서 중국의 마지막 주자 구쯔하오(25) 9단에게 249수 만에 불계승하며 세계 바둑 역사를 새로 썼다. 사진 한국기원

세계 바둑의 역사를 새로 쓴 신진서(23) 9단이 대회 기간 작고한 할머니를 애도하며 할머니 고향에 성금을 전달했다.

한국기원은 29일 신진서 9단이 최근 할머니의 고향인 경상남도 남해군에 고향사랑기부금으로 500만원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신진서는 지난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25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에서 ‘끝내기 6연승’으로 한국의 역전 우승을 견인했다.

신진서의 할머니는 그가 대회 출전을 위해 출국한 지난 18일 별세했지만, 부모님은 아들이 큰 대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일부러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지난 23일 농심배 우승 직후에야 신진서는 비보를 전해 들었다고 한다.

슬픔 속에 금의환향한 신진서는 지난 24일 인천국제공항 귀국 인터뷰에서도 복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어제는 만감이 교차했다. 바둑적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이었지만 개인적으로 슬픈 날이었기 때문에 기쁨을 즐기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어릴 때는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자주 뵀는데, 요새는 대국 때문에 부산에 내려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며 “가장 최근에는 보름 전에 뵀었다. 그때도 몸이 많이 안 좋으셔서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다”고 했다.

할머니 고향에 기부를 결정한 그는 “농심신라면배는 할머니와 함께 싸웠다고 생각한다”며 “대회 출전으로 할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는데 마지막으로 할머니를 애도하는 마음을 담아 남해군 지역 발전기금으로 기부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간 신진서는 바둑계와 사회 곳곳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꾸준히 기부해왔다. 2020년 2월 코로나19 피해 복구 기부금 1000만원과 연구생 장학금 500만원을 전달한 것을 시작으로 매년 수천만원씩 기부해왔다. 남해군에도 이미 몇 차례 기부금을 전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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