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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딸들, 통신사주소 '허위 이전'..."민주 ARS 경선투표 흔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친정엄마 통신사 주소도 우리 집으로 변경했습니다”

친이재명계 성향의 총선 후보자를 지지하는 단체 카톡방에 최근 올라온 글이다. 해당 지역구에 살지 않는 가족의 통신사 주소를 임의로 옮겨 자동응답전화(ARS) 경선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지지자는 “다른 지역구로 이사한 뒤 주소지를 수정할까 하다가 (경선 투표를 위해) 변경하지 않았다”는 글을 올렸다. 통신사 주소를 옮기는 방법을 자세하게 정리한 ‘꼼수 매뉴얼’까지 올라왔다.

한 민주당 지역구 후보 지지층 단체 카톡방에 올라온 경선 투표 꼼수 매뉴얼. 통신사 등록 주소를 특정 지역구로 옮기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중앙포토

한 민주당 지역구 후보 지지층 단체 카톡방에 올라온 경선 투표 꼼수 매뉴얼. 통신사 등록 주소를 특정 지역구로 옮기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중앙포토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잡음이 내분으로 번지는 상황에서 ARS 경선 투표의 공정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경선 투표는 컷오프를 통과한 2~3인의 지역구 후보 중 본선 후보를 선택하는 공천의 마지막 관문이다. 지역구 권리당원 투표와 일반국민(민주당 지지층, 무당층) 여론조사를 각각 50%씩 반영한다.

이중 권리당원 투표는 여론조사 업체가 권리당원에게 최대 5회(전화를 받지 못하거나 미응답 등 고려)에 걸쳐 ARS를 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5회 내에 응답하지 못하면 특정 기간에 권리당원 스스로 ARS 시스템에 전화를 걸어 자발적으로 투표할 수 있다. 일반국민 여론조사는 여론조사 업체가 이동통신 3사로부터 지역구 안심번호(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가상번호) 샘플 3만개 이상을 받아 ARS 조사로 진행한다.

강성 친명 지지층은 이런 시스템의 허점을 파고들었다. 통신사 가입자 등록 주소를 허위로 옮기는 것은 안심번호 샘플에 포함되기 위해서다. 야권 관계자는 28일 “여론조사 업체는 통신사가 제공하는 안심번호를 받아 조사를 진행할 뿐 응답자의 신원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을 노린 꼼수”라고 설명했다. 한 비명계 의원은 “ARS 조사는 응답률이 5% 미만이라 카톡방이나 커뮤니티에서 수백명이 가족·지인까지 동원해 조직적으로 움직이면 경선 결과를 충분히 왜곡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권리당원의 ‘중복 투표’ 꼼수도 친명 커뮤니티나 SNS를 중심으로 은밀하게 퍼지고 있다. ARS를 받으면 일부러 권리당원이 아니라고 허위로 응답하고 지지 후보를 고른 뒤(일반국민 여론조사), 권리당원으로서 한 번 더 자발적 투표를 하는 방식이다. 야권 관계자는 “당은 ‘알고도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이고 개딸(개혁의 딸)은 이를 교묘하게 악용하고 있다”며 “민주당 시스템 공천이 뿌리부터 흔들리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홍익표 원내대표 발언 도중 입장하고있다. 김성룡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홍익표 원내대표 발언 도중 입장하고있다. 김성룡 기자

이런 가운데 경선 결과에 불복한 재심 신청도 이어지고 있다. 경선에서 패한 조오섭(광주 북갑) 의원은 공천장을 거머쥔 정준호 후보에 대한 불법 경선 운동 의혹과 착신전환을 통한 대리 ARS 투표 의혹 등을 제기하며 27일 재심을 신청했다. 정 후보는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경선에서 고배를 마신 김수흥(전북 익산갑) 의원도 경선 ARS를 맡은 여론조사 업체가 불공정 의혹을 빚고 25일 배제된 리서치디앤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재심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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