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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서 우연히 접한 영국 클래식…듣자마자 바로 공연 결심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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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노부스 콰르텟은 2007년 결성해 베토벤·멘델스존 등의 전곡을 연주했다. 이번엔 영국 작곡가 엘가·월튼의 음악을 모아 들려준다. 왼쪽부터 김영욱·김재영·이원해·김규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노부스 콰르텟은 2007년 결성해 베토벤·멘델스존 등의 전곡을 연주했다. 이번엔 영국 작곡가 엘가·월튼의 음악을 모아 들려준다. 왼쪽부터 김영욱·김재영·이원해·김규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클래식 음악에서 영국의 위치는 독특하다. 런던은 역사적으로 활발한 클래식 시장이었다. 17세기의 독일 작곡가 헨델도 탐내던 활동 무대였고, 하이든부터 라흐마니노프까지 많은 작곡가가 런던에서 명성을 얻었다. 악보 출판, 음악가 매니지먼트 뿐 아니라 음반 산업도 영국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다. 하지만 독주곡, 실내악, 오케스트라 작품, 오페라에서 영국 작곡가의 음악을 만날 일은 흔치 않다.

한국의 대표적인 현악4중주단인 노부스 콰르텟이 여기에 반문한다. “영국 음악에 좋은 것이 정말 많다. 저평가됐다.” 이들은 ‘브리티시 나이트(British Night)’라는 제목으로 영국 작곡가들의 현악4중주 곡을 모아 공연을 연다. “얼마나 매혹적인 음악이냐면, 차에서 흘러나오는 곡 하나를 듣고 바로 연주하자고 결정했을 정도”라고 했다. 지난 26일 만난 노부스 콰르텟은 영국 음악에 대한 열띤 변론을 펼쳤다.

이들이 우연히 함께 들었던 곡은 윌리엄 월튼이 1947년 발표한 현악4중주. 서정적으로 시작하는 이 음악에 대해 김재영(바이올린)은 “1900년대 영국이 배경인 것 같은 어둑어둑한 선율에 빠져들었다”고 했다. “아마도 런던의 택시 안에서 같이 들었던 것 같은데 2악장에 접어들어 신나는 리듬, 또 영국 특유의 민속적인 요소들이 많아 재미있었다.”(김규현·비올라) 영국의 음악만 모아 하룻밤 공연을 채우자는 아이디어가 시작된 순간이었다.

‘위풍당당 행진곡’이나 ‘사랑의 인사’로 유명한 에드워드 엘가(1857~1934)의 음악도 빠질 수는 없었다. 엘가는 20파운드 지폐 모델이었을 정도로 영국을 대표한다. 노부스 콰르텟은 엘가의 현악4중주 또한 포함했다.

엘가는 세련되고 짜임새 있는 음악으로 독일과는 다른 고유의 지문을 남겼다. 연주자의 입장에서는 어떤 부분이 영국의 것으로 보일까. “엘가의 현악4중주는 다양한 음악적 요소들이 나오기보다 한 색깔로 이어져서 간다. 듣는 입장에서는 그 흐름이 다소 길거나 너무 잔잔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너무나 아름다운 구석이 많다.”(김영욱·바이올린)

김재영은 “무엇보다 사랑이 많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이다. 아내에 대한, 또 자신의 나라에 대한 사랑이 음악에 가득 있다”고 했다.

아내 앨리스는 엘가의 음악에 대한 든든한 지원자이자 그의 평생의 사랑이었다. 현악4중주에서는 어떤 부분이 그런 사랑을 담고 있을까. 이원해(첼로)는 “엘가 현악4중주의 2악장이 그의 아내가 가장 좋아했던 음악이었다”며 “아내의 장례식에서도 연주됐던 곡”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이 이토록 사랑하는 영국의 음악은 왜 연주되고 들어볼 기회가 적은 걸까. 김재영은 “과소평가 됐다고 본다”며 “하나의 유행처럼 독일권의 작품들만 많이 연주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영국의 작곡가 중에도 독특한 천재, 벤자민 브리튼(1913~1976)의 ‘3개의 디베르티멘토’와 현악4중주 2번으로 공연을 마친다. 브리튼은 현악4중주 2번에 영국 음악의 뿌리인 헨리 퍼셀(1659~1695)에 대한 오마주를 넣었다.

노부스 콰르텟은 2007년 결성해 올해로 17년 된 팀이다. 뮌헨의 ARD 국제 콩쿠르 2위, 모차르트 국제 콩쿠르 우승으로 한국 현악4중주단의 역사를 새로 썼다. 이번 ‘브리티시 나이트’를 서울 예술의전당(3월 2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6일)에서 마친 뒤엔 유럽 공연이 이어진다. 함부르크 엘프 필하모니에 데뷔하고 위그모어홀, 암스테르담의 콘세르트헤바우 무대에 다시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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